'밀수' 천의 얼굴 박정민의 겸손 [인터뷰]
2023. 07.28(금) 17:30
박정민
박정민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한 신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쉼 없이 공부하면서도 본인이 근면하지 않다 생각하고, 그간 다채로운 연기로 호평받아왔지만 모든 작품에서 여전히 부족함이 보인단다. 참으로 겸손한 배우 박정민이다.

26일 개봉하는 '밀수'(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는 해녀 조춘자(김혜수)와 엄진숙(염정아)이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를 만나게 되면서 확 커진 밀수판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 영화. 박정민은 극 중 장도리 역으로 분했다. 장도리는 순수한 막내였지만 밀수판 속에서 점차 야망을 품게 되는 인물이다.

위로 뻗은 곱슬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 늘어난 살집과 화려한 의상을 입은 장도리로 또 다른 변신에 임한 박정민은 "사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조금 놀랐다. 매력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나라는 배우에겐 들어오기 쉽지 않은 역할이라 진짜 나한테 준 게 맞나 싶더라. 그동안 난 누굴 악독하게 괴롭히기보단 당하는 역할만 주로 맡았기에 어떤 면에서 이런 부분을 찾고 대본을 주셨는지 의아하면서도 감사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스타일의 연기였던 만큼 생각할 거리도 많았을 터. 박정민은 "처음엔 고민이 많았다. 장도리가 전반과 후반의 분위기가 다른 캐릭터인데, 이 온도차를 어떻게 하면 절묘하면서도 부드럽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됐다"라고 공감하면서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굳이 이 차이를 신경 써야 할까 생각이 들었고, 오히려 조금 더 대놓고 확 변해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덕분에 더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난 전반과는 다른 사람이야'라고 접근하기보단 눈앞에 닥친 이득만 쫓다가 자연스레 변화한 사람으로 비치길 바랐다. 과거의 허술하고 찌질한 모습들이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다"라고 설명했다.

인물의 분위기 역시 자연스러운 흐름에 맞췄다고. 박정민은 "장도리가 어떻게 보면 권상사(조인성)와 대비되는 캐릭터라 할 수 있는데, 딱히 반대의 선에 서려고 의식하진 않았다. '여기서 권상사가 이렇게 하니까 난 반대로 해봐야지' 계산하지 않으려 했다. 초반부 촬영 때 바닷가에 가서 2~3주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있는데 그때 자연스레 포지션이 나누어졌다. 선배들이 다 충실하게 자리를 잡고 계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비들이 이뤄질 수 있었고, 난 그 분위기에 맞추기만 하면 됐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박정민은 장도리 외형의 구축 과정에 있어서도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공을 주변에 돌렸다. 그는 "사실 난 장도리 같은 사람이 아니다. 참고할 부분이 없기에 장도리가 되기 위해선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로 했는데, 정말 많은 도움 덕분에 지금의 장도리가 될 수 있었다"라고 운을 뗀 뒤 "김혜수 선배가 평소 패션 잡지나 사진을 보다 좋은 게 있으면 저장해 놓는 성향이신데, 그중 몇 가지를 샘플로 보내주셨다. 감독님도 너무 마음에 들어 하셨고 그렇게 장도리의 외형이 결정됐다. 그런데 그런 옷이 시중에 안 팔고 있지 않냐. 그래서 의상팀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만들어줬다. 그걸 입고 첫 촬영에 가니 이 모든 게 나의 것이라는 느낌이 들더라.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고, 촬영하는 내내 '옷이 정말 날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다시금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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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의 겸손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찌질과 서늘함을 넘나드는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음에도, 이것 역시 본인의 능력 때문이 아닌 연출의 완성도가 좋았던 덕이란다.

"작품을 촬영하는 내내 아직 내 경험은 미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박정민은 "내 입장에선 가끔 이해가 되지 않는 디렉션도 있었는데, 그런 디렉션이 오히려 완성본에선 재밌게 나왔더라. 예를 들면 혀를 날름거리는 신이 있다. 처음에 감독님이 '혀를 날름거려보는 게 어떠냐'라고 하셨을 땐 너무 과하지 않나 싶었는데 아니더라. 만화적인 포즈를 취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당시엔 내 로직으론 이해가 되지 않는 디렉션이었는데 막상 보니 좋았다. 그때 다시 한번 '내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안 좋은 연기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또 편집이 장도리라는 캐릭터를 더 입체감 있게 만들어줬다 생각한다"면서 "편집이 무척이나 정교하게 됐다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연기가 아쉬웠던 장면들도 무겁고 매력 있게 연출됐다. 편집이 이 캐릭터를 만들어 준 면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박정민은 '밀수'에서 유일하게 육상과 수중 두 곳 모두에서 액션신을 소화한 배우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은 한 게 없다며 "면목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양쪽에 다 나오긴 하지만, 둘 다 제대로 액션을 하진 않는다. 절반의 액션밖에 하지 않았는데, 그저 발품만 많이 팔렸다고 생각한다. 맨몸 액션의 경우도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고생한 것 같아 면목이 없다"라고 부끄럽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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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시동'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사바하' '지옥' 등의 작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박정민. 지난 12년간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냐고 물으니, 아직까진 만족감보단 아쉬움이 먼저 든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작품에 대한 불만족이 아닌, 본인 연기에 대한 불만족이었다.

"매 작품이 날 무척이나 괴롭혔던 것 같아요. 늘 마음고생을 시키고 날 힘들게 했어요. 실수가 다른 사람 눈엔 안 보일지 몰라도 내 눈엔 보이니까 견디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다만 어느 순간부터 '나마저도 날 평가해버리면 난 숨을 쉴 수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박정민은 "그래서 요즘은 그런 생각을 안 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냥 '그때그때 주어진 것에 집중하고 열심히 하자, 내 스스로를 평가하지 말자'라고 다짐하고 있는 중이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30대 배우로서 30대 배우가 해야 할 일을 계속해 해나가지 않을까 싶다. 선배님들이 힘들게 갈아놓으신 텃밭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내 할 일을 하면서 나아갈 것 같다"라고 답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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