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배우 김정은은 늘 용기 있게 작품을 선택한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하지만, 매번 자신의 진가를 입증해 냈다. '힘쎈여자 강남순'도 마찬가지다. 수 많은 의심속, 결국 MZ세대까지 사로잡으며 자신의 용기를 증명했다.

오는 26일 종영을 앞둔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이하 '강남순')은 선천적으로 어마무시한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가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내용을 다룬 드라마다. 김정은은 강남순(이유미)의 어머니 황금주 역할을 맡았다.

김정은은 MBN 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 이후 3년 만의 복귀를 알렸다. 그가 '강남순'으로 복귀를 알린 이유는 무엇일까. 김정은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마음이 움직이면 도전한다는 작품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김정은의 마음을 움직인 건 모성애였단다. 그는 판타지적인 요소에 자칫 드라마가 가벼워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도 더 중요한 부분이 있었다며 황금주의 모성애를 언급했다. 이어 '강남순'의 가장 큰 장점은 "괴력으로 사람을 구하는 히어로의 이야기지만, 조금만 파고들면 3대 모녀의 모성애와 각자의 스토리가 담겨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단순한 코미디라면 출연을 고민했겠지만, 모성애를 베이스에 뒀기에 '감동과 웃음' 두 가지를 선사할 수 있을거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극 중 김정은의 주변 남자들은 병약하기 짝이 없다. 김정은이 연기한 황금주와 이런 주변 남자들의 관계성은 기존 가부장적인 체제와 반대다. 황금주는 자신의 신념대로 주변 남자들을 리드해 '투머치한 독재자'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김정은은 "황금주 캐릭터가 이전 가부장적이던 현실을 비튼다"라며 그 속에 담긴 서사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남순'은 '힘쎈여자 도봉순'에 이은 스핀오프 작이다. '힘쎈여자 도봉순'이 1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인기 배우 박보영과 박형식이 열연하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강남순'에 임하는 김정은의 부담감도 있었을터. 그러나 그는 부담감 보다는 시리즈가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고. 김정은은 "저는 마블이 부럽다. 시리즈와 스핀 오프를 포함해 이야기의 변주와 다른 인물이 등장하지 않냐"라며 '힘쎈여자' 세계관의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다.

어느덧 데뷔 28년 차 배우인 김정은은 여전히 작가님과 감독님에게 의존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이 작품 해야지' 정도다"라며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게 정말 많다고. 그는 "운동과 비슷한 것 같다. 근육이 빠지듯 연기를 쉬면 힘이 빠진다. 연기력이 0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간혹 0도 아닌 마이너스가 된 거 같다는 느낌도 든다"라고 비유했다. 연기력이 마이너스로 돌아갈뻔한 위기 상황 속 자신을 끌어올려준 건 '강남순' 김정식 감독이었다고 말했다.

김정식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그는 "더할 나위 없었다"라고 표현했다. 거기에 더해 김 감독은 디테일한 부분을 많이 잡아주고, 김정은이 코미디에 집중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고 한다. 김정은은 "나중에 보니 제가 더 몰입해서 황금주가 되어있었다. 감사한 분이고 배우를 정말 사랑하시는 분이다"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쉬다 보니 기회가 없어진 시장 속에서 요즘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은 상상도 못 했다는 김정은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강남순'이라는 작품에 대해 "감히 다시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실 이렇게까지 응원을 받고 있는 게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울컥하고 감사하다. 배우로서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라며 '강남순'을 사랑해 주시는 시청자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김정은은 무엇보다 '강남순'을 통해 MZ 세대가 자신을 알게 된 것에 큰 만족감을 보였다. 빠른 속도의 숏폼을 비롯해 가속화되고 있는 콘텐츠 흐름에 대해 그는 옛 감성을 사랑하지만 고여있고 싶진 않단다. 김정은은 "최근 연극을 본 적 있는데, 호흡이 정말 빨라졌더라. 이처럼 요즘 콘텐츠가 그런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신기하고 재밌는 현상이다. 저도 이런 템포에 맞춰 장점을 찾아가고 새로운 발견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라며 자신의 발전방향을 이야기했다.

김정은은 아무리 진중하고 의미 있는 작품을 선택한들, 대중들의 인정이 없다면 그건 가치가 있는지 재고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중들이 없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제 작품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꾸밈없이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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