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다른 이의 연애사만큼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또 있을까. 수다를 떨고 있는 중인 ‘나’와 관련이 있는 연애사만 아니면 된다. 물론 ‘나’와 관련이 있다면 해당 이야기의 장에 ‘나’는 없었겠다만. 아무튼 ‘나’와 상관만 없다면, 도마 위에 오른 연애 이야기는 꼬이면 꼬일수록 금상첨화다. 입에 침이 마르게 이야기할 맛을 그만 돋우고 마는 것이다.

본 화제로도 모자라 주변의 온갖 유사한 사례들을 다 끌어오며, 적어도 우리는 그렇지 않아 다행이라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거나 곁에 있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남몰래 촉을 바짝 세워보기도 한다. 그런데 무려 이 대상이 연예인이다. 지인이라거나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이라는, 어느 정도 맺어진 관계에서 비롯되곤 하는 양심의 가책마저 사라진 이상, 우리의 수다에 더 이상 거리낄 것은 없다. 그저 “재밌다.”

요 며칠간 대중의 뇌리를 지배했던, 하와이에서 두 젊은 남녀 배우의 다정한 한때에 관한 목격담이 일으킨 소동은 현재 소강상태에 들어서 있다. 이 소동의 핵심은 남녀 톱배우가 서로 사랑에 빠졌다는 데 있지 않다. 일명 ‘환승연애’, 단어의 뜻 그대로 환승,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필요에 의해 다른 노선이나 교통수단으로 갈아타는 행위에 비유하여, 어떤 이가 연인과 결별 후 틈 없이 바로 다른 사람과 연애를 이어가는 상황을 의미한다.

물론, 어느 정도 비꼬는 어조가 들어 있다. 헤어지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일은 공식적인 이별 전에 이미 서로 눈이 맞았던 게 아니냐는 의문을 품게 만들고 설사 첫눈에 반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라 해도 이전 연인과 그동안 주고받아 온 시간과 마음이 있는데 까딱하면 섣부르고 무례한 행동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또 지켜보는 사람들로서 ‘환승연애’만큼 도파민을 한껏 자극하는 쫄깃한 구경거리가 다시 없다. 그토록 점잖아 보이던 사람마저 한없이 치졸하고 비루하게 만드는 게 사랑인데, 심지어 그 사랑이 깨어져 대상을 옮겨가는, 나름 ‘배신’의 과정이다. 즉, 사랑과 전쟁으로 치열한 감정싸움을 동반하니 여기에 휘말린 이들은 자신의 밑바닥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일 수밖에 없으리.

본론으로 돌아가, ‘환승연애’, 즉 해당 열애설에서 두 배우가 언제 사랑을 시작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된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남자 배우가 이전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어느 정도의 틈을 두었냐는 문제로, 과거의 그녀 또한 그와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그러니까 배우인 까닭에 세간의 이목이 주목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고. 여기에 이러한 상황을 “재밌네”로 일축하며 대립한 과거와 현재의 양상까지, 대중의 콧김이 흥분으로 한층 뜨겁고 거세어지는 게 당연하지 않나.

세 배우가 어느 로맨스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여 연기하는 게 아니다. 더도 덜도 말할 것 없이 실제 상황이다. 이를 직관하는 대중이야말로 재미있어도 너무 재미있다. 관련 기사들을 뒤져 보며 환승연애라 할 만한 건인지 그들의 연애사를 역추적하고 누가 아직 감정이 더 남았네 아니네부터 도대체 저 남자 배우는 어떤 매력을 소유하고 있는 거냐는 되물음까지, 이 흥미진진한 수다의 거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모인 곳마다 웅성웅성했다.

비록 너무 깊게 몰입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저 연애사일 뿐인데, 그것도 확인되지 않은 것에 불과한, 아니 확인된 사실을 알려주어도 온전히 믿지 않을 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할 공간마다 찾아다니며 갖가지 안 좋은 소리를 한 두마디 보태니, 상황은 이상한 방향으로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오르고 종국엔 당사자들에게 사과문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아, 스타가 무엇이길래, 이런 일에도,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의 움직임을 단순히 표출했다는 이유로, 도의적으로 거리낄 게 딱히 없는데도 사과를 해야 하는 숙명을 지녔을까. 어쩌면 스타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보이는 물질로 환산하여 받는 존재여서, 그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연애 감정마저 대중에게 하나의 유희로 소비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희는 어디까지나 유희일 뿐으로, 그들의 인격을 상하게 하는 비난은 유희의 일환이 될 수 없다. 그저 비난으로 절대 용납되어선 안 되는 부분이다. 당사자들의 용기 어린 입장 표명으로 상황은 이제 정리되어 가는 중이다. 이에 대중이 보일 올바른 반응은 세 배우가 앞으로 보여줄, 오늘의 경험으로 이전보다 분명 더 진하고 짙어질 배우로서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일 테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