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박지련 기자] 오는 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제32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시상식이 개최된다.

지난 10월 16일 (사)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배장수)는 총 14개 부문에서 영평상 수상작 및 수상자를 선정해 발표했다. 7일은 최우수작품상 등 총 4관왕을 거머쥔 '피에타'(감독 김기덕)를 비롯해 총 9개 한국 영화 및 배우들의 시상식이 진행된다.

영평상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지난 10월 30일 개최됐던 대종상의 논란의 여파인지 그 어느 때보다 영평상을 기다리며 기대하는 눈치다. 무엇보다 대종상에서는 본의 아니게 홀대받았던 '피에타'의 시상을 반기고 있다.

이와 같이 유독 올해 두드러지는 영평상과 김기덕 감독에게 관대한 대중심리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먼저 지난 10월 30일 오후부터 31일 오전까지 파란을 일으켰던 대종상 결과에 대한 분노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짧게는 만 하루에 걸쳐 대종상 시상식을 보지 않았던 사람은 물론, 관심이 없었거나 인지하지도 못했던 이들조차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의 15관왕에 불쾌감을 표출했다.

특히 '광해'의 15관왕은 '피에타'의 급조된 2관왕과 비교 돼 회자됐다. 대다수가 말이 안 된다고 보았다. '광해'의 누적관객이 1109만 8957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으로 1108만 1000명의 '실미도' 기록을 경신하며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6위에 그 이름을 올린 걸 고려하자면 냉랭한 반응이다.

사람들이 '광해'를 겉으로는 비난하면서 속으로는 즐겼던 걸까. 앞과 뒤가 다른 이중적 심리일까.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그 누구도 '광해'가 상을 받지 말아야 할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15개 부문의 수상을 할 만한 영화라는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정성이란 측면에서 대종상은 대중을 설득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비교적 상이 골고루 돌아간 영평상은 올해 한국 영화계가 잘 만든 영화의 풍년이었다는 인식 아래 보면 공정하게 느껴진다. 거기에 외국의 권위에 신뢰감이 강한 한국적 정서에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피에타'의 수상은 설득력까지 더한다.

물론 몰아주기 만큼 나눠먹기 시상식도 대중적 반감을 자아낸다. 해외 영화제에 대한 맹신은 그 자체로 옳은 현상이 아니다. 그러나 영평상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납득은 되는 결과와 함께, 영화 평론가들이라는 심사위원에 대한 신뢰까지 더해져 설득력을 갖춘 거다. 이에 대종상과는 다른 대중적 정서와 여론이 형성될 수 있었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게 항상 최선일 수는 없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100 명 이상의 사람들이 애썼다는 사실, 각각의 작품마다 고유한 철학과 색깔이 있다는 진실. 그런 점들을 고려하자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어떤 부문에 순위를 매기고자 하면 확실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대중적 동의가 형성될 수 있는 분명한 기준.

올해의 대종상은 그걸 잃었고 영평상은 그걸 가졌다. 각 영화제 시상식에 대한 온도 차이의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박지련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