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데뷔 16년 차, 배우 김정태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첫 주연작에서 능수능란한 애드리브를 구사하며 장기인 코믹 연기를 펼친 김정태를 만났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잡아야 산다'(감독 오인천)는 잘 나가는 CEO이자 일명 '쌍칼'이라 불리는 승주(김승우)와 매일 허탕만 치는 강력계 허탕 형사 정택(김정태)이 겁 없는 '꽃고딩 4인방'에게 권총과 휴대전화를 빼앗기면서 벌어지는 심야 추격전을 담은 추격 코미디다. 김정태가 연기한 정택은 고등학생들에게 총을 빼앗길 정도로 허당인 형사지만 친구를 걱정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정태는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구설수에 오른 지 1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촬영한 영화이기에 "부담감과 긴장감이 컸다"는 그는 "연기 인생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며 그간의 공백기를 회상했다.

앞서 김정태는 큰 아들 지후와 함께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었지만, 선거 유세를 도왔다는 논란에 휩싸여 프로그램을 떠났었다. 1년 8개월 동안 작품 섭외도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었고, 누리꾼들의 악플에 시달리며 온 가족이 마음앓이를 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는 "재기의 발판이 될 이번 작품에 사활을 걸었다"며 인터뷰 내내 '잡아야 산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하지만 애정이 큰 만큼 촬영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많았다고. 김정태는 사전 준비 기간이 부족했던 촬영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촬영 중 스태프 전체를 웃게 했던 명장면들은 후반 작업 중 편집이 됐고, 결국은 캐릭터의 깊이나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게 됐다"며 솔직한 감상평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속내를 털어놓으며 아쉬워하는 이유 역시 어렵게 촬영한 이번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

예산이 적은 소규모 영화의 특성상 '잡아야 산다' 팀은 짧은 촬영 시간 안에 최대한의 효율을 내야 했고, 김정태는 뇌수막염을 앓으면서도 온 힘을 다해 스케줄을 맞추며 촬영에 임했다. 김정태는 "몸이 안 좋아진 상태에서 뛰고 구르는 액션신을 촬영하다 보니 뇌가 덜그럭거리는 느낌까지 들었지만, 연기에는 최선을 다해 집중을 해야 했다"며 당시의 고생담을 덤덤하게 털어놨다.


그런 어려움을 상쇄 시켜준 것은 따뜻하고 유쾌한 촬영 현장이었다. 같은 소속사 식구인 배우 김승우와 호흡을 맞추고 세세한 설정까지 함께 의논하고 공유하는 과정은 특별했고, '꽃고딩 4인방'인 신인 배우 신강우 김민재 한상혁 문용석과 함께 한 촬영 역시 유의미한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태는 직접 연기를 가르쳤던 네 명의 신인 배우와 많이 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향인 부산의 영산대학교에서 방송연예학과 교수로 재임 중인 그는 촬영 현장에서 직접 후배들을 가르치기도 했다고. 그는 "처음 영화를 찍는 아이들이다 보니 조언도 많이 하고, 혼내기도 했다. 아이들이 연기는 조금 서툴렀을지언정 성실함 만큼은 최고였다"며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묻어 있는 후배들의 이야기를 풀어놨다.

이미 교수로 활동 중인 김정태지만, 그는 앞으로도 연기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도 활동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예능은 아직 출연이 조심스럽지만, 요리에 취미가 있으니 쿡방에 출연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며 너스레였고, 올해 안으로 그간 틈틈이 써 놓은 시집을 발간하겠다는 목표를 털어놓기도 했다. "시를 쓰는 것 또한 연기를 위한 것"이라며 "배우에게 인문학적 소양이 없으면 금방 바닥이 드러난다. 영원한 인기도 없고,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김정태는 "'잡아야 산다'를 시작으로 올 한 해도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아뵙겠다"며 새해 인사를 전했다. 김정태는 지난 1년 8개월 간 그를 따라 다녔던 꼬리표들을 떼고, 배우로서 좋은 연기를 선보이겠다는 다짐을 하며 대중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간 예능에서 제 여러가지 모습을 보셨겠지만, 배우는 배우로서만 봐주셨으면 하는 게 제 소망이에요. 대중에게 강요를 할 수는 없는 거지만, 배우 김정태는 열심히 연기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테니, 인간 김정태는 집에서 놀게 해주시는 게 어떨까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정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