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지난 2005년, 뉴저지주의 형사였던 로렐 헤스터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동성 연인 스테이시 안드레를 자신의 연금 수령인으로 지정해 달라는 청원을 했지만 의회는 그의 요청을 거부했다. 로렐은 생의 마지막을 의원들을 설득하는데 바쳤고,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그의 삶은 단편 다큐멘터리 '프리헬드'를 통해 기록됐고, 두 사람의 이야기는 미국 전역의 화제로 떠올랐다. 영화 '로렐'(감독 피터 솔렛)은 '프리헬드'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로렐(줄리안 무어)과 스테이시(엘렌 페이지)의 만남과 연애, 두 사람의 가슴 아픈 이별을 시간의 흐름대로 뒤쫓는다. 뉴저지주 최초의 여성 부서장을 꿈꾸는 로렐은 일평생을 남자 형사들 사이에서 부대 낀 23년 차 베테랑이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어린 정비공 스테이시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의 관계는 연인에서 동거인으로 빠르게 발전하지만, 로렐은 혹여나 승진에 걸림돌이 될까 싶어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과 스테이시의 존재를 철저히 숨긴다.

하지만 로렐을 무너뜨린 것은 갑작스레 찾아온 폐암이었고, 그는 스테이시에게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집을 남겨주려 한다. 하지만 레즈비언 커플의 권리는 법의 보호 밖에 있었다. 의원회의 대표 인사들로 표현되는 기득권층은 '세금의 낭비를 막기 위해' 스테이시의 연금 수령을 막고, 나아가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로렐'은 평생을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시선 사이에 갇혀 산 로렐, 그리고 그의 생애 마지막 소원을 편견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둬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생의 마지막을 향해 침전하는 로렐의 마지막 모습, 그런 로렐을 지키며 이별을 준비하는 스테이시의 일상이 켜켜이 쌓이며 시간이 흐른다.

영화는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적이면서도 평범한 사랑을 그려내 눈길을 끈다. 연인 간의 성별을 따지기 전에,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고 남은 이의 미래를 염려하는 두 사람의 진심은 절로 관객의 눈물을 자아낸다. 이들의 러브 스토리는 여느 신파 멜로드라마와 다를 바가 없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인상적이다.

평범하고자 하는 이들의 사랑은 결국 주변인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사람들이 지지 선언을 보내기 시작하고, 로렐과 스테이시는 의회 회의에서 마지막 발언을 시작한다. "그저 평등한 대우를 원할 뿐"이라는 로렐의 절박한 외침, 자신의 '파트너'가 다른 이들처럼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로렐의 진심은 관객들에게 '진정한 평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로렐 역을 맡은 줄리안 무어는 아카데미상 수상자라는 명성에 걸맞은 열연을 펼친다. 열혈 형사부터 삭발을 감행한 환자 연기까지 폭넓은 연기로 로렐의 모습을 재현했다. 여기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절박함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 연기를 펼쳐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커밍아웃으로 많은 성소수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엘렌 페이지의 연기 역시 인상 깊다. 오는 7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로렐'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