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아티스트의 길은 이토록 복잡다단하고 외로우며 때론 공허했다. 최근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심적 고통을 토로했던 래퍼 사이먼 도미닉(이하 쌈디)이 현황과 심경을 모조리 담아낸 듯한 의미심장한 신곡을 기습 공개했다.

오늘(25일) 오후 6시, 쌈디는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싱글 ‘미 노 제이팍(Me No Jay Park, 난 박재범이 아냐)’을 기습 발매하며 자신의 근황과 음악적 세계관을 암시적으로 드러냈다.

쌈디는 지난달 새 앨범 ‘다크룸:룸메이츠 온리(DARKROOM: roommates only)’를 발매하며 공백기를 깨고 오랜만에 힙합신에 복귀했다. 한 달 만에 기습 공개한 싱글은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AOMG 수장인 박재범과 자신은 다르다는 의미일까.

이와 함께 쌈디는 이날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이번 싱글 티저를 여럿 공개했다. A4 용지로 보이는 해당 이미지는 '대표직 사임서'라는 글씨가 적혀 있어 눈길을 끈다. 사임의 이유는 ‘난 박재범이 아냐’라는 것. 그는 종이 말미에 정기석이라는 자신의 본명을 기재해놨다.

이는 표면적으로 AOMG의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실제로 노래의 가사 역시 직설적이면서도 다양한 의미를 함축했다.

“AOMG는 제이 빨, 그다음은 로꼬, 그레이 빨”이라며 타 아티스트들과 자신을 다소 비교하는 듯한 가사를 적었다. 보다 직접적인 가사는 이렇다. “‘사장님, 대표님’ 소리도 징그럽게 들려 난 / Park의 속도를 따라가는 게 힘들었네 그저”. 그간 박재범의 어마어마한 힙합 활동 관련 작업량에 비해 자신의 작업량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고백이자 일종의 자책으로 들리기도 한다.

급기야 “일해라 정기석 일해 / 일해라 정기석 일해/ 일해라 정기석 일해 / 일해라 정기석 일해 / simon d this, simon d that / simon d this, simon d that / 다 이래라저래라 지랄 / 이래라저래라 지랄"이라는 자조적 대목이 리스너들의 심장을 강타한다. 랩을 쓰고 싱어송라이터로 살아가며 공연을 해야 하는 아티스트로서 쌈디는 지난 삶을 채근할 정도로 버닝아웃된 것은 아닐까.



쌈디는 최근 방송된 ‘나 혼자 산다’에서 30대 중반에 갑작스레 온 삶의 무력감을 토로해 걱정을 안긴 상황이다. 그는 요사이 홀로 신곡을 작업하며 식욕, 성욕, 수면욕까지 모두 잃었다고 했다.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창작 현황을 방송에서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은, 늘 밝고 엉뚱하기만 했던 쌈디로선 처음 낸 용기일 것이다. 이에 많은 팬들이 그에게 휴식을 권하기도 했다.

쌈디는 어린 시절 힙합신에서 뛰어난 재능으로 주목받았고, 업계에서 숱한 음악적 업적을 남겨왔다. 사이먼 도미닉이라는 래퍼로서의 브랜드 네임이 여전히 유효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열심히 달려오기만 한 쌈디 개인으로선 이제야 한 번쯤 긴 휴식을 취하고픈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리고 쌈디는 여전히 아티스트답게, 그런 자신의 진짜 속내조차 음원으로 발매했다. 모두가 그의 일상과 삶을 실시간 생중계로 들을 수 있고, 쌈디는 언제든 대중들에게 통하는 영향력 있는 래퍼임엔 변함없다. 그가 비로소 어떤 선택을 하든, 여전한 믿음을 가진 채 차분한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쌈디의 아티스트 삶에 대한 진짜 속내를 엿보는 듯한 새 싱글 ‘미 노 제이팍’은 현재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AO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