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일단 시선몰이는 성공했다. 하지만 '패밀리가 떴다'의 향기가 남아있다. 첫 삽을 뜬 '국민 MC' 유재석의 새 예능 '미추리' 이야기다.

SBS 새 예능 프로그램 '미추리 8-1000'(이하 '미추리')가 16일 밤 첫 방송됐다. '미추리'는 '미스터리 추적 마을' 미추리에서 벌어지는 예측불허 상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예능이다. 코미디언 유재석과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연출한 정철민 PD가 의기투합한 프로그램으로 기획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미추리' 첫 방송에서는 배우 강기영, 김상호, 손담비, 송강, 임수향과 코미디언 양세형, 장도연, 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 MC 유재석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먼저 양세형, 손담비, 장도연이 차례대로 도착해 과거의 친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운데, 강기영과 김상호는 각각 '잘생긴 남창희'와 '연배 있는 조세호'로 불리며 이후의 '케미'를 짐작케 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송강과 임수향의 4차원 매력도 시선을 끌었다. 여기에 '국민 MC' 유재석의 말끔한 진행이 출연진의 뚜렷한 캐릭터를 보여줬다.

프로그램은 방송 초반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색채를 공고히 했다. 유재석은 "'아름다운 가을 마을'로 알려진 미추리(美秋里)가 사실은 '미스터리 추적 마을'"이라고 밝혔다. 이어 "1박 2일 동안 주민들의 협조 아래 제작진과 출연진을 제외하면 출입이 통제된다.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도 만날 수 없다. 고립 생활에 필요 없는 물품들도 미리 반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침내 드러난 '미추리'의 반전은 행방이 묘연한 현금 1000만 원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출연진 개개인마다 사전 미팅에서 지급받은 힌트 도구, 마을 안에서 발견하는 힌트, 게임을 통해 획득한 추가 힌트를 통해 1000만 원을 발견하고, 소속사와의 분배도 없이 모든 현금을 가져가는 것. 아리송했던 부제 '8-1000'은 8명의 출연자 중 1000만 원을 가져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실질적인 금액이 명시되자 출연진의 의욕도 달라졌다. '미추리' 멤버들은 당장 눈을 빛내며 힌트 찾기에 열을 올렸다. 특히 손담비는 타고난 승부욕을 과시하며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게임에서 도구를 내팽개치기까지 해 폭소를 유발했다. 강기영은 비상한 두뇌를 발휘해 가장 먼저 힌트를 찾았지만 동시에 허술한 방비로 모두에게 힌트를 공개해 2% 부족한 '예능 신생아'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출연진은 "뭐 하나 허투루 볼 수가 없다", "이제야 좀 알 것 같다"며 '미추리'의 스릴감에 몰입했다.



그러나 매 순간 스릴감이 유지되지는 않았다. 특히 후반부 요리 시간에서는 유독 서툰 출연진의 요리 실력에 식사에 진전이 없었고, 좌충우돌하는 풍경에서 나오는 코믹함이 전반부의 긴장감을 모두 상쇄시켰다.

무엇보다 시골을 배경으로 서툴게 요리하는 '미추리'의 모습은 과거 SBS 예능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의 향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요리에 서툴고 부족한 재료로 어떻게든 식사를 해결하려 하는 모습이, 라면 스프 하나에 끼니를 의존하고 소박한 시골 밥상을 나누던 '패떴'과 유독 유사했던 것. 공교롭게도 두 프로그램 모두 유재석이 진행을 맡아 더욱 겹쳐 보였다.

문제는 가뜩이나 코믹한 분위기에 '패떴'의 향기가 더해져 스릴감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프로그램 제목부터 미스터리와 추적을 강조한 '미추리'였지만 출연진의 일상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흔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전환된 셈이었다. 리얼 버라이어티와 미스터리 스릴러 예능 사이에서 어떤 것을 우선할지 딜레마에 빠진 상황. 프로그램의 제목과 기획 의도는 스릴러 예능이지만 제작진의 방송 문법은 리얼 버라이어티에 방점이 찍힌 형국이다. 제작진이 향후 전개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한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더욱이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식의 느슨한 구성은 더 이상 한국 방송가에서 통하지 않는다.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한 웹 예능, 유튜브를 기반으로 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 지상파와 케이블TV에 종합편성채널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수십 편의 예능이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고 있다. 쏟아지는 콘텐츠들 사이에서 시작부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면 도태되기 일쑤다. 빠른 존재감 증명과 시선몰이, 정체성 확립이 킬러 콘텐츠 예능의 승부수가 된 지 오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미추리'가 화려한 캐스팅으로 시선을 끌었다는 것. 강기영, 김상호, 송강 등이 '예능 신생아'로 벌써부터 나름의 캐릭터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예능의 고질적인 과제였던 새로운 캐릭터를 발굴하는 데에 일면 성공했다. 첫 만남부터 8명의 멤버들을 휘어잡은 유재석의 존재감도 확인했다. 다만 미스터리와 추적이라는 프로그램의 메인 테마를 구축하는 데엔 아쉬움이 남은 터. 6부작 파일럿으로 기획된 '미추리'가 남은 5회 동안 부족함을 채울 수 있을지 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방송화면 및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