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영화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는 1970년대, 마약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한 이두삼(송강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약왕’(감독 우민호 배급 쇼박스)는 바다를 보고 서 있는 한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흘러 나오는 내레이션을 통해 그 남자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약왕 두삼이라는 사실을 알린다. 그렇게 소시민이었던 한 남자가 마약왕으로 성장하게 됐는지 그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영화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두삼 개인의 삶에 대해 조명을 한다. 1970년대부터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독재정권을 비롯해 정치적으로 굵직한 사건 등이 여럿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사건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두삼 개인의 삶과 무관한 듯 흘러간다.

오로지 영화는 이두삼을 통해 1970년대 고도 성장기에 한 개인이 욕망에 사로잡혀 어떻게 괴물로 변해가는 지를 묵묵히 보여준다, 더구나 마약이라는 소재가 주는 음습한 분위기가 영화를 더욱 무겁게 한다.

그러나 우민호 감독은 이두삼이 쇠퇴의 길을 걷기 전까지 영화의 분위기를 그리 무겁게만 그러지 않았다.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를 통해 인간 존재의 불완전성에 대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특히 우 감독은 욕망이 한 인간을 어떻게 망가트릴 수 있는 지를 이두삼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한다.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는 명문으로 불법을 자행했던 이두삼은 어느새 백색 황금에 빠져 든다. 그리고 오로지 돈을 위해서 인간성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도 우 감독 특유의 강렬한 대사가 인상적이다.

“돈은 아무리 먹어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는 게 아니라 정승한테 써야 되는 것.” 이러한 대사들은 관객들에게 물질이 인간을 어떻게 타락시키는 지를 되돌아 보게 한다.

이 영화는 139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관객이 체감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 이유는 배우 송강호의 힘이다. 송강호는 하급 밀수업자에서 마약 왕으로, 또 다시 몰락한 한 인간의 모습으로 139분 동안 끊임없이 캐릭터를 변주시킨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이두삼이 “이 나라는 내가 다 먹여 살렸다 아이가”라는 대사가 마치 “이 영화는 송강호가 다 먹여 살렸다 아이가”라고 느껴질 정도.

그러나 송강호의 원맨쇼가 너무 강한 탓인지 주변을 채우고 있는 여러 캐릭터들의 매력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민호 감독의 전작 ‘내부자들’와 같은 센 영화를 기대했다면 조금 아쉬울 지도 모른다. 마약왕이라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전작에 비해 정제된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그럼에도 우민호 감독은 충분히 1970년대 백색 황금의 시대로 관객을 빠져들게 했다.

그렇게 1970년대에 빠져든 관객들은 김인구(조정석) 검사의 “이제 그만 깨어납시다”라는 대사와 함께 현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물질만능주의의 허무함을 관객들의 마음 속 깊이 새겨놓는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영화 '마약왕'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