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인간 여진구에게는 연기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때문에 일과 일상을 기계처럼 구분 짓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14년 차 배우 여진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기승전‘연기’였다.

여진구는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극본 김선덕·연출 김희원)를 통해 연기적으로도 호평받았을 뿐만 아니라 10%이상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왕 이헌과 광대 하선으로 1인 2역 연기를 펼치며 성공적으로 작품을 마친 여진구는 ‘왕이 된 남자’를 “저에게 큰 변화를 일으켜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왕이 된 남자’는 배우로서의 여진구를 성장시켜준 작품이었다. 여진구가 자신이 그려내는 하선에 확신을 갖게 됐다는 점은 성장을 가장 크게 느낀 지점이다. 변화의 계기는 감독이었다. 이전까지는 역할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느껴지면 조언을 구했지만, 이번 ‘왕이 된 남자’를 통해서는 역할을 만들고, 연기를 하는 것을 믿고 맡겨줬다는 것이다. 그는 “하선이란 인물 연기하면서 임금이 되어야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이야기를 할 줄 알아야 했고,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제 스타일 자체를 바꿔주신 것 같다. 큰 성장이 됐고, 앞으로 연기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이렇게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감독에 감사를 표했다.

여진구는 자신만의 하선과 이헌이 똑같은 용포를 입고 있어도 달라 보였으면 하는 생강으로 촬영에 임했다. 그는 “서있는 자세, 사람들을 쳐다볼 때의 눈빛, 얼굴을 쓰는 각도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또 현장에서 카메라 감독님이 앵글 잡아주실 때 이헌과 하선에 따라 차이를 주셨고, 조명 감독님 덕에 빛에 따라 얼굴이 달라 보일 수 있었다. 스태프분들의 도움 덕에 시청자분들이 더 극명하게 달라 보였다고 느끼실 수 있었을 것 같다”고 했다.


심지어 이헌을 연기할 때는 “살찌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초췌해 보이려고 했다”며 외모조차 달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럼에도 제 연기에 대한 확신을 빨리 갖지 못했다는 여진구는 거듭 작품과 감독을 향한 고마움에 대해 말했다. 여진구는 ‘왕이 된 남자’가 연기의 방향성을 일깨워준 작품이라며 “이전까지는 제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막히면 제가 답을 찾기보다 감독님이나 선배님들을 통해 배웠다. 그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번 작업을 하고 보니 배우로서 연기를 잘못 접근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 자세를 고치기 위해 훨씬 더 많이 고민하고, 스스로 질문하고, 의심하면서 계속해서 정답을 향해 나아가야 겠더라”고 털어놨다.

“그간 연기에 대한 저만의 소신이 불분명했기에 헤맸던 것 같다”는 여진구는 자신만의 색, 스타일을 만드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이번에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우게 된 김에, 쉬지 않고 연기하면서 나만의 방식을 만들어야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차기작을 고민 없이 정할 수 있었다. 전 젊은 배우이고, 많은 분들에게 칭찬받고 있어 행복하지만, 저만의 스타일이 있진 않다. 계속해서 성장해나갈 시기라고 생각한다. 저만의 고집이나 스타일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스물셋의 여진구는 “이렇게 빨리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만나게 될 줄 몰랐다”고 했다. 그는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 중 내 작품이 한 작품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왕이 된 남자’를 무조건 보라는 말은 못 하겠지만, 저도 시청자 입장에서 작품을 볼 정도로 감회가 새로운 작품이라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런 작품이 이른 나이에 찾아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작품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아역부터 시작해 어느덧 14년 차 배우가 된 여진구는 자신의 연기자 생활을 돌아보면 ‘운’이 많이 따라줬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제 나이에 비해, 그간 맡았던 역할들이 중요한 역할이 많았다. 그런 작품들이 해마다 있었다는 게 큰 행운이다. 작품 복이 따라줬고, 또 제 나이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 없었다면 제가 연기를 할 수도 없었을 테니 운이 따라준 거다. 그 시간들이 쌓여서 ‘왕이 된 남자’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진중한 답변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연기는 인간 여진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이제는 “배우와 인간 여진구를 떨어뜨릴 수 없겠구나” 싶다는 그는 “예전엔 배우가 아닌 인간 여진구의 삶도 잘 구분 지어야 하고, 인간 여진구의 삶이 없으면 안 됐다. 지금은 진짜 제 모습이 나와 연기할 때도 있고, 배우로서 정확한 계산을 통해 연기를 하고 싶을 때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연기를 통해 다양한 감정들도 배워가고 있었다. 그는 “글로 배운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며 “단순 사랑뿐만 아니라 화가 나고, 억울한 감정들도 다 느끼면서 촬영을 한다. 인간 여진구가 연기를 하면서 사회생활도 경험하고, 연애 감정도 배워가고 있다. 연기가 아닌 연애 경험은 없으니 (모태솔로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른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웃어 보였다.


여진구는 오래도록 일 해왔지만, “연기가 질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저를 자극할 수 있고, 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시간을 보내보니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됐다”며 태어나 가장 잘한 일로도 “연기를 한 것”을 꼽았다. 여진구는 “한 가지를 하면 쉽게 질리는 스타일이다. 오래 무언가를 꾸준히 실천하지 못하는 스타일인데, 연기는 꾸준히 질리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확신에 찬 답으로 앞으로의 배우 여진구를 더욱 기대케 했다.

“20대가 막막했어요. 제가 장르에 제한이 없는 배우가 되고 싶지만 제가 뭘 가지고 떳떳하게 연기를 해나갈 수 있을까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그 타이밍에 이 작품을 하게 됐어요. ‘왕이 된 남자’ 통해 사극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로 칭찬받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앞으로 다양한 작품, 장르를 도전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을 거고, 실망을 안겨드릴 시간도 많이 남았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칭찬받는 것도 좋고, 나중에 실망을 드리게 된다면 또 그걸 이유 삼아 새로운 걸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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