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왕종명 앵커가 배우 윤지오 인터뷰 중 실명 공개를 요구하는 압박 질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24시간 촬영으로 본인을 기록하고, 신변보호 청원 종료일까지 신변보호 지원을 기다릴 수 없어 사설 경호를 받을 정도로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한 당사자에게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윤지오의 신변보호 청원글이 단 5일 만에 20만 명의 동의를 얻는 등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었던 터라 왕종명 앵커의 부적절한 인터뷰는 대중의 분노를 키웠다.

지난 18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故 장자연 사건 관련 윤지오의 생방송 인터뷰가 전파를 탔다. 故 장자연 사건은 지난 2009년 신인 배우였던 故 장자연이 유력 인사들로부터 술자리 및 성접대를 강요받았고, 욕설과 구타를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윤지오는 10년 전 장자연과 술자리에 동석한 유일한 목격자다. 그는 이로 인해 지난 10년 동안 13번의 경찰 조사를 받았다.

왕종명 앵커는 이날 생방송에서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속 인물들의 실명을 언급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그는 윤지오가 검경에 진술한 방 씨 성을 가진 조선일보 사주일가 3명과 특이한 이름의 정치인이 누구인지 공개할 의사가 없느냐고 물었다. 왕종명 앵커는 “검찰 진상조사단에 나가서 명단을 말하는 것과 지금 이렇게 생방송으로 진행 중인 뉴스에서 이 분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윤지오 씨가 용기를 내서 장자연 씨 죽음에 대해서 좀 더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 어쩌면 생방송 뉴스 시간에 이름을 밝히는 게 오히려 더 진실을 밝히는 데 더 빠른 걸음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해보셨느냐”는 식의 질문으로 윤지오를 압박했다.

그러자 윤지오는 “그분들이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나는 더는 증언자 내지는 목격자라는 신분이 아닌 피의자로서 명예훼손에 대해 배상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분들에게는 단 1원도 쓰고 싶지 않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또 그는 “내가 발설하면 책임져 줄 수 있느냐. (뉴스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단지 몇 분이고 그 이후 나는 살아가야 하는데 살아가는 것조차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이 밝혀내야 하는 부분이고, 공표해야 하는 부분이 맞다. 나는 일반 시민으로서 증언자로서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며 현명하게 상황에 대처했다.

이에 방송 직후 왕종명 앵커의 진행방식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비난이 거세지자 윤지오는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뉴스를 맡은 진행자로서는 당연히 국민분들께서 알고자하는 질문들을 하기 위해 애써주셨을 테고 현재 제 상황이나 정황을 제대로 모르셨을 테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앵커님께서 문자를 보내주셨고 제가 아침에 잠들어서 점심에 일어나자마자 통화를 하였고 문자와 통화로 직접 사과해주셨다. 오랜 시간 언론인으로서 살아오셨던 앵커님의 커리어에 본의 아니게 해를 끼쳐드린 것 같아 저로서도 죄송한 마음이고 여러분들께 우려심을 갖게 해드려서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MBC 역시 공식입장을 통해 “왕 앵커와 제작진이 윤지오 씨에게 직접 사과했으며, 오늘(19일) 생방송을 통해서도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지오의 신변보호 청원글은 5일 만에 20만 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이와 관련 20만 명의 동의를 얻었던 13일 당시 윤지오는 SNS를 통해 감사를 표하면서 “청원 종료시일에는 제가 한국에 이미 없을 때이고 그때까지의 신변보호가 불가한 상태여서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은 24시간 촬영으로 기록하고 전송하고 또 저를 위해 촬영 팀께서 함께 동행해주고 계신다. 불안감과 걱정으로 눈물로 밤을 지내지며 신변보호를 지원받기를 기대하고 함께 기다렸지만 더 이상 기다리기엔 어려움이 있다 판단해 결국은 사비로 사설 경호를 받게 됐다”는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19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8일 게시된 ‘고 장자연씨 관련 증언한 윤**씨 신변보호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3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처럼 국민들까지 나서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윤지오가 사설 경호까지 받을 정도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왕종명 앵커의 진행 방식은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윤지오가 왕종명 앵커의 행동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MBC가 당사자에게 사과까지 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윤지오는 이미 많은 용기를 내 증인으로 나섰고, 방송까지 출연했다. 적절치 못한 인터뷰로 화만 키운 왕종명 앵커와 ‘뉴스데스크’가 과연 이날 방송에서는 윤지오에 대한 적절한 사과와 대처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뉴스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