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신입사관 구해령'이 베일을 벗었다. 청량한 영상미와 통통 튀는 캐릭터들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지만, 시트콤과 정극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연출과 늘어지는 전개는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다.

17일 밤 MBC 새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극본 김호수·연출 강일수) 1, 2회가 전파를 탔다.

'신입사관 구해령'은 조선의 첫 문제적 여사 구해령(신세경)과 반전 모태솔로 왕자 이림(차은우)의 느낌 충만한 로맨스를 그린 픽션 사극이다. 19세기를 배경으로 별종 취급받던 여자 사관(여사)들이 남녀가 유별하고 신분에는 귀천이 있다는 해묵은 진리와 맞서며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는 과정을 그린 팩션 사극이다. JTBC '솔로몬의 위증'의 김호수 작가, 강일수 PD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이날 첫 방송에서는 세상 만사에 호기심이 많은 신여성 구해령, 궐에 갇혀 염문소설(연애소설) 쓰기를 낙으로 아는 유명 작가이자 왕자 이림의 사연과 이들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또한 권력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왕 이태(김민상)와 왕세자 이진(박기웅), 충직한 사관 민우원(이지훈)의 모습도 교차돼 보여졌다.

구해령은 서양 문물에 관심이 많은 신여성이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으며 비극적인 사랑에 감동하고, 서양에서 건너온 탁상시계를 보물처럼 여겼다. 양반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취미 삼아 돈을 받고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책비 노릇을 하던 구해령은 저잣거리 여인들은 읽지 못해 안달이 난 염문소설을 끔찍하게 여겼다. 왕자 이림은 내관 허삼보(성지루)의 도움을 받아 소설가 매화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다. 궁 안에 갇혀 사는 신세지만, 허삼보의 주위 사람들을 통해 사랑을 간접체험하고 여기에 자신의 상상을 보태 장안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염문소설을 써냈다.

신간 발매 날, 이림은 자신의 소설을 찾기 위해 줄을 선 인파를 직접 보고 기뻐했다. 하지만 책방 안에 있던 구해령의 반응은 달랐다. 눈 앞의 이림이 작가 매화인 줄도 모르고 그의 소설을 혹평했다. 한편 왈짜패 두목(이종혁)은 매화의 낭독회를 열어 돈을 벌기 위해 책방 주인을 위협했다. 하지만 왕자인 매화는 절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고, 책방 주인은 구해령을 대타로 내세웠다. 구해령은 이를 거절하려 했으나, 왈짜패 두목이 학대하던 노비 소년을 풀어주겠다는 조건을 건 탓에 사기극에 동참하게 됐다. 낭독회 당일, 구해령은 매화인 척 사인을 이어갔다. 그때 나타난 진짜 매화, 이림이 구해령에게 일부러 소설 내용을 물으며 그의 사기극을 지적했다. 이림은 "제 이름 매화라고 적어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하며 정체를 드러냈다.


베일을 벗은 '신입사관 구해령'은 사극 특유의 무거움 대신 통통 튀는 가벼운 분위기, 현대극 말투가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가벼운 분위기에 코미디가 가미된 사극을 즐기는 시청자들에게는 반가울 작품이지만, "실제 조선왕조실록 속 여사 이야기에서 착안한 작품이며, 조선의 젊은 여자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살려 노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연출의 기획 의도를 듣고 진중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다소 의아했을 터다.

무엇보다도 구해령, 이림 두 메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은 현대적인 경음악과 어우러져 마치 시트콤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반면, 왕세자 이진이 주축이 되는 궁궐 내의 정치 싸움은 정통 사극 못지 않은 분위기로 그려져 두 이야기의 균형이 전혀 맞지 않았다. 극과 극의 분위기를 오고 가는 통해 오히려 시청자의 몰입을 깨는 역효과가 벌어졌다. 또한 첫 회에서는 주인공 구해령과 이림에 대한 인물 소개, 구해령이 여사가 돼 입궐하기 전까지의 이야기가 느린 호흡으로 전개돼 다소 지루한 느낌을 줬다. 아직 이렇다 할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시청자들이 몰입할 만한 포인트를 찾기 어려웠다.

다만 화려한 영상미는 호평을 받았다. 눈이 즐거워지는 청량한 색감과 아름다운 전통 복식, 차은우 신세경 등 배우들의 비주얼 '케미'가 돋보이며 시선 끌기에 성공했다. '신입사관 구해령'이 화려한 영상미 만큼이나 알찬 전개로 '사극 명가' MBC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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