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드라마에서 커피를 빼놓을 수 있을까. 주인공들은 카페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커피를 사이에 두고 로맨스를 펼치기도 한다. '미스터 션샤인'의 미 해병대 장교 유진초이(이병헌)도 가배(커피)와 함께였고, '60일, 지정생존자' 대통령 박무진(지진희)도 커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PPL은 광고업계와 대중문화산업 간의 연결고리로, 꼭 필요한 존재가 됐다. 광고사 입장에서는 꽤 합리적인 가격으로 TV라는 매체에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노출시킬 수 있고, 방송프로그램 제작진은 풍부한 제작비를 얻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커피와 카페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노출이 가능해 수많은 드라마 속 PPL 상품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이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상상 이상으로 치밀하게 계산됐다. 이 뒤에 숨겨진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짚어본다.

E사, 왜 대통령에게 커피를 마시게 했나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는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E사의 제품이 등장했다. 특히 지난 12일 방송된 장면 중 박무진이 E사의 스틱원두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포함됐다. 이 장면에서 왜 하필 대통령이 스틱원두커피를 마셨을까.

외국 브랜드가 아닌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로서 청와대에서 대통령도 마시는 품격 있는 스틱커피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것. 대통령인 주인공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이용해 제품의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한 PPL 전략이다.

C사, 아이유가 그 메뉴를 고른 이유는?


또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C사는 최근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 제품을 노출시켰다. 지난 17일 방송된 '호텔 델루나'에서는 장만월(이지은)과 산체스(조현철)가 한 카페에 방문해 붉은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그려졌다.

핏빛을 연상시키는 이 음료는 장만월의 캐릭터에 녹아들며 자연스럽게 노출된 이 음료는 C사의 신제품이다. C사는 신제품 메뉴 홍보 전략의 일부로 PPL을 택한 것.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 제품을 드라마를 통해 노출시키면서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

M사, 장동건 친구 이종혁이 운영한 그 카페


M사는 인기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통해 PPL 효과를 톡톡히 봤다. 주요 캐릭터 이정록(이종혁)이 M사의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로 등장했고, 덕분에 주인공 김도진(장동건) 서이수(김하늘)의 로맨스를 비롯한 주된 이야기는 M사 카페에서 이뤄졌다.

덕분에 M사의 브랜드 로고와 매장은 자연스러운 맥락에서 자주 노출될 수 있었다. 특히 '신사의 품격' 시청률이 대단히 높았던 만큼, M사는 브랜드의 인지도 상승 효과를 얻었다.

최근 PPL 트렌드는 더욱 적극적으로 흘러가는 추세다.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고체 커피는 D사가 드라마 PPL을 위해 특별히 기획한 제품이다. 당시 드라마에 등장했던 차 또한 방송 직후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실제 구매하는 고객이 증가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PPL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방송심의 규정에서도 '시청 흐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만큼, 드라마들은 과도한 PPL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수차례 제재를 받아왔다. 이에 드라마와 PPL의 더욱 적절한 공존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60일 지정생존자' '호텔 델루나', SBS '신사의 품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