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집 이야기’는 특별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평범한 부녀의 모습을 그린다. 그런데 이런 평범함이 관객에게 특별하게 다가온다.

‘집 이야기’(감독 박제범•제작 영화사지음)는 혼자 서울살이를 하던 신문사 편집기자 은서가 정착할 집을 찾아 이사를 거듭하던 중 아버지가 있는 고향 집으로 잠시 돌아가게 되면서 그동안 잊고 지낸 가족의 흔적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은서(이유영)는 점심시간마다 새로 살 집을 보러 다닌다. 이미 여러 차례 집을 옮겨 다닌 은서는 깔끔한 집임에도 탐탁지 않아 한다. 결국 이전에 살던 집의 계약이 끝나고 아내와 이혼 후 홀로 지내는 진철(강신일)의 집에 잠시 머문다.

이러한 모습은 최근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자녀가 성장한 뒤 황혼 이혼을 하는 부부, 부모에게서 독립해 홀로 지내는 자녀. 그런 의미에서 ‘집’의 사전적 의미 중 하나인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집단’이라는 뜻이 유명무실해졌다. 진철과 은서의 한집살이는 해체된 가족이 재결합할 때 모습을 보여준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가족이라 하더라도 멀리 떨어지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 쉽다. 서로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두 사람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서서히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진철이 평생을 열쇠공으로 살아왔음에도 은서는 처음으로 진철에게 열쇠를 따는 방법을 물어본다. 그런 은서의 모습에 진철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이러한 가족의 해체, 그리고 가족의 단절은 결국 세대간의 차이를 불러 왔다. 과거 대가족 사회에서는 조부모, 부모, 자녀 등 최소 2대에서 3대가 함께 집이라는 공간에 함께 살아간다. 그렇기에 서로 부대끼며 세대의 격차가 자연스럽게 희석된다. 하지만 현재 핵가족을 넘어 1인 가족 사회에서는 세대의 격차를 희석시키는 장치가 없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진철과 은서가 짜장면을 먹는 장면이다. 진철은 배달 온 짜장면 그릇에서 랩을 벗기고 젓가락으로 짜장면을 비빈다. 하지만 은서는 랩이 씌워진 채로 그릇을 흔들어 짜장면을 뒤섞어 먹는다. 진철은 그런 은서에게 “요즘은 그렇게 먹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집 이야기’가 과거의 것이 틀렸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진철의 열쇠 가게 앞에는 ‘열쇠 있읍니다’라는 종이가 붙어 있다. 편집기자인 은서는 종이에 ‘열쇠 있습니다’라고 써서 다시 붙인다. 이런 모습을 본 진철은 자신이 틀렸냐고 은서에게 묻는다. 하지만 은서는 바뀐 것뿐 틀린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이유영과 강신일의 힘을 뺀 연기가 관객을 사로잡는다. 특별한 사건없이 단조롭게 이야기가 흘러가고 은서나 진철의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하다. 허나, 이러한 펑범함을 특별하게 바꿔 놓은 건 강신일 덕분이다.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아버지, 때로는 버럭 화를 내기도 하고 밥을 먹을 때 반주를 하는 모습, 옛 것을 놓지 못한 채 쥐고 있는 모습까지. 진철은 우리내 아버지를 닮아 있다. 이는 강신일이라는 배우의 힘을 뺀 연기 때문이다.

이유영 역시 강신일과 완벽한 부녀 케미를 보여준다.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탓에 아버지임에도 어색해 하는 모습부터 서서히 아버지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모습, 고집불통인 아버지에게 잔소리를 하는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스크린에 펼쳐내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너무나 잔잔하고 평범하다. 더구나 은서가 건넨 핸드폰을 보기 위해 조용히 방에서 안경을 챙겨오는 진철을 본 여성 관객이라면 ‘우리 아빠다’라고 할 만큼 참으로 평범한 부녀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범함이기에 관객 각자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 그렇기에 평범함이 오히려 깊은 울림을 준다. 영화를 보고 나면 오랜만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랄까.

영화는 28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집 이야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