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한 가지 장르로 규정되고 싶지 않아요. 모두 지코를 래퍼로 알고 계시지만, 그 수식어로 규정되기보다는 래퍼임과 동시에 전체를 다 지휘할 수 있는 뮤지션으로 인지해주셨으면 해요."

이제 지코를 수식할 수 있는 단어는 많아졌다. 과거엔 그룹 블락비 멤버 정도로만 설명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래퍼, 프로듀서, KOZ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지코에게 여러 직업이 생겼다. 다만 지코의 '멀티잡'에는 관통하는 것, 음악이 있다.

직업이 늘어나는 만큼, 지코의 앨범도 확장세다. 최근엔 데뷔 8년 만에 첫 솔로 정규 앨범 '띵킹(THINKING)'을 약 두 달에 걸쳐 두 장의 앨범으로 발매했다. 그 중 신예 다운(Dvwn)과 함께 한 '남겨짐에 대해'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했다. 그는 "사운드는 따뜻한 분위기를 내고 있지만, 가사는 그렇지 않아 언발란스한 매력이 있다"고 타이틀곡을 설명했다.

'남겨짐에 대해'는 말하는 듯 노래하는 듯한 '싱랩'이 인상적이다. 그간 히트곡 '예스 올 노(Yes or No)' '오키도키(Okey Dokey)' 등으로 지코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놀랄 만한 지점이다. 지코는 "일부러 싱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슬로우 템포의 곡이니 여유를 두는 것이 더 곡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숨 쉬는 빈 공간이 뚜렷하고, 사운드가 비교적 적고, 여유로운 느낌을 주는 곡은 그간 지코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코의 음악을 듣고 나면, 화려한 사운드와 빠르게 뱉는 래핑이 강렬하게 남았다. 이러한 음악 스타일에 대해 스스로도 "내 음악은 아날로그한 것보다 디지털 요소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지코는 이를 장점이자 한계라고 바라봤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는 음악, 스타일링, 뮤직비디오 등 여러 요소들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변화를 선택했다. 그는 "최대한 배제하는 대신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갖고자 했다"고 이야기했다.

단순히 음악적인 방향성을 바꿔보고자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저 앨범의 이야기에 어울리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지코는 "이번 앨범이 주제를 최대한 돋보이게 하려면 사운드가 그런 방식으로 다듬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뮤직비디오도 비슷한 생각으로 꾸며졌다. '남겨짐에 대해'의 이야기에 집중한 뮤직비디오는 배우 배종옥이 출연해 한 편의 드라마처럼 연출됐다. 그간 지코의 뮤직비디오와는 사뭇 다르다. 강렬함과 화려함은 없지만, 스토리가 주인공이다.

이야기와 메시지가 주인공이 되니, 이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타깃층도 달라졌다. 그래서 중장년층이 사랑하는 라디오프로그램 '여성시대'에 출연하기도 했다. 지코는 "이 앨범을 통해서 여러 감정, 폭넓은 저의 감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남녀노소 전 연령층에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여성시대'는 청취 연령층이 높으니까 그분들과도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든 예상을 빗나가는 행보였다.


지코의 이색적인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을 때는 다르게 가지 않을까 싶다"고 지속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하나의 색깔을 찾기도 어려운 요즘, 지코의 행보는 조금 달랐다. 익숙한 표현으로는, 도전의 연속이다. 그는 "잘하는 걸 더 잘하는 게 나로서는 번거롭더라. 잘하는 건 거기서 조금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새로운 걸 도전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건 더 편리하고 재밌는 일이라고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변화는 의도적인 것이기도 하다. 지코는 "내가 나를 잘 알기 때문에 고질적인 습관, 남이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전개, 지코의 캐릭터 등에서 더 벗어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물론 이 과정은 어렵다. 그럼에도 남들이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순수한 창작의 마음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각오다.

"제 습관을 벗어던지는 과정에서 힘든 부분들도 있죠. 제 안에서 마찰들이 생겨나요. 그렇지만 제가 또 새로운 도전을 하려면 계속 상식을 깨트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떻게 해야 좋은 음악이 나올까' 생각하다보면 이상한 요령들을 터득하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순수하게 창작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순수하게 창작해보려고 노력해보고 있어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에 몰두하다 보니, 벌써 직업이 여러 개다. 단순히 래퍼를 벗어나, 프로듀서가 되기도 했고, 연예기획사의 대표도 됐다. "대표님이 된 소감이 어떠냐"고 물으니, 지코는 "일단은 대표로서 지코라는 아티스트랑 사인을 했다. 지코라는 아티스트가 얼마나 해줄 수 있는지 지켜보려고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런 행보를 펼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 하는 뮤지션을 발굴해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싶다는 것. 실제 신예 다운(Dvwn)을 발굴해 최근 데뷔시켰다 지코는 "다양한 포지션을 넘나들 수 있고, 장르의 경계없이 스펙트럼이 넓은 아티스트를 영입하고 싶다. 그런 잠재력을 가진 친구들을 발굴해서 서포트하고 세상에 선보이고 싶다"며 "앞으로 나올 아티스트들을 잘 만들어서 일취월장 해나가는 게 목표"라고 당찬 각오를 보여줬다. 이에 회사 또한 특정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을 생각이다.

"장르를 완전히 뒤틀지는 않았지만, 폭넓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려고 합니다. 기존에 선보였던 곡을 완전히 안 하겠다는 건 아니고, 그런 음악들도 계속 발표하면서 다양성을 채우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KOZ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