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CJ ENM 허민회 대표가 '프로듀스 101' 시리즈 투표 조작 논란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향후 대책도 함께 내놨지만, 모호한 입장이 대다수라는 목소리가 높아 의문만을 남겼다.

CJ ENM은 30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CJ ENM센터 2층에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순위 조작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허민회 대표는 단상에 올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엠넷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로 모든 분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입을 열었다. 이와 함께 출연했던 연습생, 문자 투표 등에 참여하고 지지했던 시청자 들에 대한 사과 인사를 전했다. 이어 허민회 대표는 "변명의 여지 없이 우리의 잘못이다.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단상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지난 7월 '프로듀스X101' 종영 직후 시청자 투표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시청자들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프로듀스X101' 시리즈의 제작진 등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 조사가 이뤄진 결과, 프로그램을 연출한 안준영PD와 김용범CP를 비롯해 5명의 연예기획사 임원들이 구속 기소됐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들은 '프로듀스' 시리즈 생방송에서 특정 연습생이 최종 데뷔할 수 있도록 시청자의 유료 투표 결과를 조작, 향응제공 및 부정청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그룹은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 등이다.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의 활동은 종료된 상태고,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논란의 원 데이터, 확인에 한계 있다"

해당 논란에서 가장 이슈가 된 건 진실을 가를 원 데이터 공개 여부다. 하지만 CJ ENM 측은 해당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해당 데이터는 PD가 개인으로 가지고 있는 데다가, 불완전한 데이터이기에 확보가 어려웠다는 게 CJ ENM의 입장이다.

질의응답을 받은 CJ ENM 관계자는 "정확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내부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며 "수사 상황이 진행되는 걸 보면서 확인할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원 데이터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이 거듭되자, 관계자는 "투표 결과치는 있다. 하지만 이 투표 결과가 신뢰도가 있는지 확인하려면 외부에서 원본 확인이 필요하다. 외부 회사에 요청해서 조회하는 과정 자체가 실무적으로 난이도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당사자 확정하지 못해…" 아직 구체적이지 못한 보상 방안

CJ ENM은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관련 순위 조작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연습생에 대한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크게 금전적 보상과 향후 활동 지원, 두 가지로 나뉜다. 다만 허민회 대표는 "실질적 피해구제를 위해 관계되는 분들과 심도 있게 논의해 필요한 조치들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이야기했다.

CJ ENM이 밝힌 가장 구체적인 방안은 약 300억원 규모의 기금 및 펀드다. '프로듀스 101'을 통해 얻은 이익, 얻을 이익을 통해 기금 및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것. 허민회 대표는 "이 기금 및 펀드의 운영은 외부의 독립된 기관에 맡겨, 음악산업 생태계 활성화와 K팝의 지속 성장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보상안이 없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빗발쳤다. 시청자, 연습생, 이미 데뷔한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들, 그들의 소속사 등 다양한 피해자가 존재하는데, 이들에게 맞는 현실적인 피해 보상안을 상세히 제시하지 못 했기 때문. 질의응답을 받은 CJ ENM 관계자는 "추후에 논의하고 알려드리겠다" "피해자, 수혜자 등이 확인되지 않아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 등의 답변을 거듭했다.

특히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향후 활동 방안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 했다. CJ ENM 관계자는 "매우 안타깝고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조만간 빠른 시일 내에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이야기할 뿐이었다. 아이즈원의 남아 있는 계약, 엑스원의 향후 계약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남아 있는 숙제 #오디션프로그램 #고위관계자 개입 의혹

이외에도 CJ ENM에는 여전히 숙제가 남아 있다. 먼저 '프로듀스' 시리즈 외에도 그룹 프로미스 나인을 탄생시킨 '아이돌 학교'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CJ ENM 관계자는 "수사 중인 상황이라서 현재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Mnet이 내년 진행할 계획인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제작에 대한 궁금증도 제기된 상황. 관계자는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중단됐다. 이후에도 공정성, 투명성 등이 확보되지 않으면 진행하지 않겠다. 신뢰를 얻은 이후에 검토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고등래퍼' '쇼미더머니' 등에 대해서는 "신뢰도를 올리기 위해서 외부 참관인 제도를 두고 있다. 일반 시민이든, 외부 기관이든 전문가를 모셔서 공정하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 참관인 제도를 운영 중이고, 향후에도 그 부분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재판에 기소된 제작진들의 거취 여부, 고위관계자 개입 의혹 등에 대해서도 풀지 못 했다. CJ ENM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윤리 강령이 있기 때문에 수사 상황에 따라서 자체적으로 제제할 계획이 있다"며 "거취는 재판 이후에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진 연루 의혹과 관련해서는 "아직 재판에서는 언급된 바가 없다"며 "혹시라도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