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기생충' 팀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쓰고 돌아왔다. 칸 영화제를 시작으로 미국 아카데미까지, 여정을 마친 '기생충' 팀이 꿈 같은 시간을 보낸 소감을 전했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바른손이앤에이)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소공동에 위치한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서는 봉준호 감독,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 종려상 수상을 시작으로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저력을 입증했다.

또한 지난 10일(한국시각)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대상 격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장편국제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등 4관왕을 기록해 한국 영화사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사에도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특히 '기생충'은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첫 번째 비영어권 영화라는 기록을 남겼다. 또한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한 두 번째 영화이기도 하다.

◆ 한국을 넘어 세계 영화사에 한 획 그은 '기생충'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특정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서 나온 새로운 이야기로 국내 개봉 이후 16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고, 언론 및 평단은 물론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개봉 53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북미 개봉과 함께 '기생충'은 연출, 각본, 연기, 미장센 등 영화 속 모든 요소들이 주목받으며 팬덤을 양산하고 있으며, 다수의 외신과 평론가들을 통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한국 영화계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미국 아카데미의 벽을 허물고 4관왕을 기록한 '기생충'이다. 그 이유에는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함께 한 오스카 캠페인이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에 노미네이션 된 모든 영화들이 오스카 캠페인을 열심히 한다. 저희는 거대 스튜디오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이었지만 열정으로 뛰었다. 저와 송강호 선배가 코피를 흘릴 일이 많았다. 열정으로 메꿨다. 인터뷰가 600회, 관객과의 대화도 100회 정도 했다"면서 "경쟁작의 경우 물량 공세를 했다면 저희는 똘똘 뭉쳐서 팀워크로 물량의 열세를 커버하면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은 "오저뿐 아니라 다른 감독들 보면 바쁜 창작자들이 창작의 일선에서 벗어나서 캠페인을 하고 왜 스튜디오는 예산을 많이 쓰나 생각을 했는데, 이런 식으로 작품을 밀도 있게 검증을 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에 그것이 오스카로서 피날레로 장식하게 되는 거니까 오랜 전통을 가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미국 처음 갈 때 어떻게 보면 처음 경험하는 과정이어서 아무 생각 없이 갔다고 해도 무방하다. 6개월 동안 최고의 예술가들과 호흡하고 그 과정을 보다 보니 내가 아닌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상을 받기 위해 이 과정을 밟는다기 보다는 이 영화를 가지고 세계 영화인들과 어떻게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6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제가 작아진 느낌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아카데미 4관왕 직후 이선균은 "선은 우리가 넘은 줄 알았는데, 아카데미가 선을 넘었다"는 소감으로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이선균은 "너무 벅참을 느꼈다. 살면서 이런 벅참을 느낀다는 게 좋았다"면서 "우리가 상을 받고 보니까 아카데미가 큰 선을 넘은 것 같더라. 편견 없이 우리 영화를 성원해준 아카데미 회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조여정은 "영화의 힘은 대단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언어를 다 떠나서, 감독님이 얼마나 인간적으로 잘 접근을 하셨으면 이게 통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 덕분에 자랑스럽게 무대 위에 서 있었을 수도 있다"고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봉준호 감독, 배우들 뿐만이 아니라 이하준 미술감독, 한진원 작가, 양진모 편집감독도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에 이하준 미술감독은 "이런 스포트라이트 자체를 받을 일이 거의 없다. 실은 제가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는 것도 함께 고생해주는 아티스트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진모 편집감독도 "여러 스태프분들의 노력이 이 자리를 만들어 준 것 같아서 저는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계층 갈등이라는 소재를 담은 영화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이유에 대해 "제가 만들고 싶은 스토리의 본질을 외면하는 건 싫었다. 이 영화에는 우스꽝스럽고 코믹적인 면도 있지만 씁쓸하고 쓰라린 면이 있다. 그 부분을 단 1cm도 피하고 싶지 않았다. 영화의 처음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정면 돌파하고 싶었다"면서 "어쩌면 그 부분을 관객분들이 싫어할 수도 있지만 그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영화를 포장해서 끌고 싶지 않았다. 그게 이 영화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천만명 이상의 관객분들이 호흡을 해주셨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오스카 후광과 상관없이 노미네이션 전부터 북미에서도 외국어 영화로서 역대급 기록을 써가고 있었다. 그 부분이 되게 기뻤다. 수상 여부를 떠나서 동시대의 많은 관객들이 호응을 해줬다는 것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기생충'으로 전무후무한 역사를 쓴 만큼 봉준호 감독이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을까라는 걱정 어린 시선도 있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2017년 '옥자' 끝났을 때 이미 번아웃 판정을 받았다. '기생충'이 너무 찍고 싶어서 없는 기세를 영혼까지 긁어모아서 작품을 찍었다. 마침내 지금 드는 생각은 마음도 편안해지면서 끝이 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기생충'을 곽신애 대표와 처음 이야기한 게 2015년이었다. 참 긴 세월인데 행복하게 마무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봉준호 감독은 차기작에 대해 "몇 년 전부터 준비한 두 편의 작품이 있다. 평소 하던 대로 준비하던 것이다. '기생충'도 평소 해왔던 대로 평상심을 유지하며 찍었는데 예기치 않은 결과가 만들어졌다. 그 기조가 계속 유지가 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전부터 준비해왔던 두 개의 프로젝트를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꿈같은 시간, 이제 자리로 돌아가 열심히 해야죠"

'기생충'의 여정을 끝낸 봉준호 감독은 "많은 사건, 이벤트들이 있었다. 물론 영화사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영화 자체가 기억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렇게 자연스럽게 되지 않겠나"라는 바람을 전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 모두 "이제 제 자리로 돌아가 열심히 하려고 한다"는 뜻을 전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과 함께 '기생충'을 제작한 곽신애 대표는 "이 멋진 작품에 제작자로서 모든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많이 기뻤다. 그 어느 영화 보다도 좋은 일들이 많아서 이 멤버들이 너무 보고 싶을 것 같아서 걱정이기도 하다. 저도 제가 원래 하던 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하준 미술감독은 "훌륭한 배우님들과 감독님과 오스카의 여정 일부분을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앞으로 영화를 만드는데 조금 더 열심히 하겠다. 미술 감독으로서 다시 좋은 영화로 여러분들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조여정은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지금까지 해 왔던 것보다 훨씬 고민할 것 같다"면서 "연기를 잘하는 게 보답이 아닐까 싶다. 더 열심히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선균은 "재작년에 감독님을 만나고 2년이 지난 것 같은데 너무나 멋있는 패키지여행이 끝난 것 같다. 작년에 한국 영화 100주년에 칸 황금종려상을 받아 멋지게 마무리하고, 올해 아카데미 상을 받은 것이 새로운 100년을 열었던 시의적절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을 함께 해서 너무나 영광이었다"면서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한국 영화의 큰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을 인용하며 "가장 창의적인 것이 가장 대중적인 것일 수 있도록 정진하지 않아야 하나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