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치타는 자신만의 노래 장르를 구축하는 데에도, 자신의 노래를 사랑할 팬들을 만드는 데에도 이미 성공한 래퍼다. 그런 그가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기보단 '연기'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인간 김은영은 늘 새로운 도전을 통해 편견과 맞서고, 또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래퍼 치타는 지난 2010년 그룹 블랙리스트로 데뷔, 2015년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우승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데뷔를 한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래퍼로 다양한 앨범을 발매했고, 그만의 영역까지 구축했다. 하지만 치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치타는 자신의 본명인 김은영이라는 이름으로 배우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김은영은 영화 ‘초미의 관심사’(감독 남연우·제작 레진스튜디오)에서 자신의 비상금을 들고 도망간 막내를 찾기 위해 나서는 순덕 역을 맡았다. 김은영은 랩이 아닌 연기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에 대해 “우연치 않게 영화에 출연하게 될 기회를 얻게 됐는데, 자신이 없다고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해보는 게 더 후회는 없을 것 같아 도전하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김은영은 레진스튜디오의 제안으로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레진스튜디오는 김은영의 노래를 듣다 이 영화에 어울릴 것 같아 OST 제작 의뢰를 했고, 이후 영화에도 출연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게 됐다. 김은영 역시 레진스튜디오가 편견에 대해 다루는 음악 영화를 만든다는 점에서 끌렸고, 흔쾌히 “좋다고 답했다”고.

특히나 김은영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편견’이라는 주제였다. 김은영은 “난 언제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아무리 이 주제를 다른 사람이 불편해하더라도, 스스로 이 말을 해도 된다고 판단이 서면 하는 편이다. 지금도 랩을 통해서, 무대를 통해서 보여드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 콘텐츠가 아닌 영화에서도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은영은 “영화를 촬영하면서도 편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면서 “나 자신은 잘 하고 있나 싶었다. 영화 속에서 편견을 갖지 말아야 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런 영화에 출연한 나는 과연 사람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있나 생각하게 됐다. 더 공부하고 싶게 만들어줬다”고 전했다.


이처럼 김은영이 늘 뭔가에 도전하고, 참지 않고 말하려 하는 이유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김은영은 어린 시절 큰 교통사고를 당해 큰 위기를 맞은 바 있다. 김은영은 “열아홉 살 때 갑자기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도전을 두려워하기엔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후회 없이 사는 게 모토 중에 하나가 됐다. 그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삶에 더 감사하고 더 바쁘게 살고 싶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열정이 아무리 가득하다고 한들, 연기에 대한 두려움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다. 김은영은 “연기를 준비해본 적도 특별히 없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이 불안했다. 진짜 연기를 해야 하는구나 싶을 때부터 걱정이 많아졌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았던 김은영은 연기라는 길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김은영은 “개인적으로 항상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가끔은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래퍼로 활동할 때도, 무대를 만들 때도 늘 실험적인 것을 주로 구상했던 것 같다. 또 다른 직업을 갖게 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고 재밌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함께 호흡을 맞춘 베테랑 배우 조민수와 감독이자 연인인 남연우가 큰 힘이 돼줬단다. 먼저 김은영은 조민수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그리고 그 조언대로 했다. ‘너처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시더라. 선배님의 조언뿐만 아니라 제작진분들의 힘 덕분에 예쁘게 나온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은영은 “감독님께는 자문을 많이 구하려고 했는데, 그냥 책을 많이 읽으라고만 했다. 순덕이가 하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 지 깨닫는 게 연기를 연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더라. 또 공과 사가 워낙 확실하게 나눠진 사람이라 일할 땐 정말 일만 했다. 나도 그런 게 더 좋았다. 감독과 배우로서 각자의 일을 하는 게 멋지게 느껴졌다”며 웃었다.

김은영은 이런 새로운 도전을 통해 대중이 그저 래퍼 치타가 아닌 사람 김은영으로 기억해 주길 바랐다. 김은영은 “치타가 가진 강한 이미지가 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김은영이 다른 걸 갖고 있다는 것 또한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나 역시 그런 모습들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걸 해도 나, 저걸 해도 나라는 걸 보이고 싶다"라는 김은영이다.

“어떤 이미지에 갇혀 있거나 국한돼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래퍼, 가수, 배우, 치타, 김은영 등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지만, 결국 이 모든 게 김은영이라는 걸 알아주시길 바랄 뿐이에요.”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레진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