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두 명품 공포 감독이 협업한 '랑종'이 여름 극장가 저격에 나선다.

영화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배급 쇼박스)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제작을 맡은 나홍진 감독이 함께했으며,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 한국 공포 영화에 한 획을 그은 '곡성'의 나홍진 감독과 태국을 대표하는 공포 영화 '셔터'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합심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나홍진 감독이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에게 '랑종'을 맡긴 이유

이날 나홍진 감독은 자신의 시나리오를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에게 맡긴 이유에 대해 "감독님이 제작하신 '셔터' 등의 작품을 너무 잘 봤다. 워낙 공포 영화를 잘 만드시는 분이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하시면 실제처럼 잘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제안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태국을 주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사실 '랑종'을 제작하며 가장 거리를 둬야 할 작품이 전작인 '곡성'이라 생각했다. '곡성'과 흡사해지는 걸 원치 않았다. 좀 차별화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곡성'의 배경이 된 지방 소도시 밖으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던 와중 습하고 비가 내리는 울창한 숲, 포장되지 않은 도로 등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또 반종 감독님이 태국 출신이라는 점 역시 많은 영향을 끼쳤다. 만약 감독님이 다른 나라 분이셨으면 배경이 그 나라가 됐을 것 같다. 감독님이 태국 출신이라는 점이 태국을 로케이션으로 정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고 답했다.

연출을 맡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경우 "원래부터 나홍진 감독님의 엄청난 팬이었다. 5년 전 태국에서 처음 만났었는데, 그때 제가 지금껏 제작한 영화들의 DVD를 선물한 기억이 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함께 작업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다. 그래서 나홍진 감독님의 연락을 받았을 때 무척이나 흥분됐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대 그동안 제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영화라 기대도 됐다. 당연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 조사→캐스팅, '랑종'의 제작비화

"다만 걱정도 많이 됐다"는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태국의 무속신앙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홍진 감독님께 시간을 달라고 양해의 말씀을 드리기도 했다. 조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흥분되고 떨림을 느꼈다. 한국의 무속신앙과 태국의 무속신앙 간의 비슷한 지점이 많더라. 주로 북부와 북동부 지역의 무속신앙과 무당, 자연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나홍진 감독은 "감독님이 실제로 1년 가까이 태국의 무속신앙을 취재하셨다"고 설명하며 "저 역시 감독님과 처음 일해보니 긴장도 많이 되고 불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매일 같이 촬영된 내용을 보내주시고 시간이 나면 상황도 꼼꼼히 전달해 주셔서 감사했다. 코로나 때문에 현장에 많이 가 있지 못했지만,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만들어주셨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그런가 하면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주인공 밍 역의 캐스팅 과정에 대해 들려주기도 했다. 반종 감독은 "사실 밍 역을 뽑는 데 있어 어려움이 많았다. 나홍진 감독님과 회의를 할 때 가장 중요시 생각했던 부분이 태국 내에서 유명하지 않은 배우이고 역할에 최대한 맞는 배우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맞추기 위해 굉장히 많은 오디션을 거쳤고, 이 가운데 나릴야 배우가 눈에 딱 띄었다. 이 배우여야만 했다. 나이가 어리지만 앞으로 미래가 창창한, 또 실력 있는 배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나릴야 배우가 영화를 위해 10kg를 감량하기도 했다"면서 "영화 후반부를 위해 체중조절을 했다. 다행히 지금은 원래대로 돌아온 상태"라고 설명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청소년 관람불가가 나올 정도의 높은 수위에 대해선 "사실 나홍진 감독님과 수위 때문에 많은 언쟁이 오가기도 했다. 다만 확실한 건 흥행 때문에 수위가 높은 장면을 넣은 건 아니라는 점이다. 스토리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 넣게 됐다"고 전했다.


◆ "귀신은 없어" vs "귀신 믿어"…두 감독의 극과 극 성향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그간 '랑종'을 비롯해 '셔터' '샴' '포비아' 등 다양한 공포 영화를 제작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귀신을 믿느냐"는 물음에 "전혀 믿지 않는다. '셔터'를 찍을 때부터 들었던 질문인데 귀신은 물론 무속신앙도 믿지 않는다"고 답하며 "다만 공포 영화는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영화를 보며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나홍진 감독은 "저의 경우 귀신을 믿는다"며 "개인적으로 겁도 많은 편이고, 공포 영화도 솔직히 못 본다. 현실 속에서도 귀신이 무서워 일찍 집에 가기도 한다. 또 누가 사무실에 귀신이 있다고 하면 바로 집에 간다. 사실 '곡성'을 준비할 때 귀신의 존재 유무에 대해 너무 알고 싶어서 일본의 한 절에 머물기도 했다. 많은 무속인들이 모여 기도도 올리고 하는 곳인데, 거기서 함께 머물며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무속인마다 느끼는 게 다르다고 하더라. 그런 과정을 통해 알게 된 건 귀신은 있다는 것이다. 난 귀신을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나홍진 감독이 제작,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을 맡은 '랑종'은 오는 14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