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배우 신현수의 긍정적 에너지는 그 누구보다 넘쳤다. 평소 밝고 낙천적인 성격은 성장 동력으로 작용, '보쌈'을 통해 다년간 쌓아온 연기 내공을 발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MBN 주말드라마 '보쌈 - 운명을 훔치다'(극본 김지수·연출 권석장, 이하 '보쌈')는 광해군 치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생계형 보쌈꾼이 실수로 옹주를 보쌈하며 펼쳐지는 로맨스로, 다채로운 캐릭터와 흡입력 있는 전개를 더한 새로운 퓨전 사극이다. 무엇보다 최고 시청률 10%를 뛰어넘으며 MBN 드라마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이에 대해 신현수는 "수치라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기록으로 남는다. 기쁨을 주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름을 남길 수 있어서 시청자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라며 "'보쌈'은 사전 제작된 작품이다. 촬영을 마무리 짓고 공허함이 조금 있었는데, 사랑을 많이 받아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내 필모그래피를 보면 청춘물들이 주를 이룬다. 가족분들이 '황금빛 내 인생' 이후 오랜만에 즐겨보는 드라마다. 친척 어르신 분들도 재밌게 보고 있다는 연락을 하셨다. '보쌈'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돼 자식 된 도리로서 행복했다"라고 덧붙였다.

'보쌈'은 최근 드라마에서 본 적 없던 '보쌈'이라는 차별화된 소재를 선택했다. '보쌈'은 조선시대 혼기를 놓친 총각이 과부를 밤에 몰래 보에 싸서 데려와 부인으로 삼던 풍습을 가리킨다. 과부가 된 여성에게 수절이 강요되면서 생긴 행위다. 신현수는 "어린 친구들은 음식이 먼저 떠오를 거다. 드라마를 통해 '보쌈'이라는 풍습을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신현수는 극 중 오직 한 여인만을 바라보고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이대엽 역을 맡아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그는 섬세한 내면 연기로 형수가 된 첫사랑 수경(권유리)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대엽의 서글픈 외사랑에 설득력과 개연성을 부여했다. 그는 "이대엽의 서사가 흥미를 유발했다. 잘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적으로 도전이자 시도였는데, 그런 지점이 끌렸던 것 같다"라며 "이대엽은 로맨스와 정치 스토리에 모두 가담한다. 내가 중심을 잘 잡는다면 작품이 밸런스 있게 나올 것 같았다. 감독님도 선을 잘 지켜주셔서 어르신 뿐만 아니라 젊은 층까지 좋아할 수 있는 드라마가 탄생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신현수

이대엽 캐릭터는 대북파의 수장 이이첨(이재용)이 아닌 선조의 장자인 임해군의 아들임이 밝혀지며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신현수는 "처음부터 이대엽의 깊은 과거를 공개하지 않았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연민을 많이 느꼈다. 결핍이 많은 친구라 안타까웠다. 떠나보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라고 털어놨다.

특히 이대엽은 죽음으로 엔딩을 맞이했다. 위기 때마다 바우(정일우)와 수경을 도왔던 이대엽의 정의로운 여정은 슬픔 속에 막을 내렸다. 이에 대해 "사실 죽음을 연기하는 게 처음이었다. 버거울 정도로 큰 감정이 느껴지더라. 대사가 나오기 힘들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라고 밝혔다.

그는 "촬영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이상했다. 죽음이라는 감정을 건드려보니까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연기지만 조심해야겠더라"라며 "신을 잘 마무리했다는 만족감도 있었지만, 비례할 만큼의 무서움과 공허함도 같이 몰려왔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신현수는 '보쌈'을 통해 정일우, 권유리와 삼각 로맨스 호흡을 맞췄다. 잔인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세 사람의 애달픈 삼각 로맨스는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그는 "배우들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컸다. 열정이 가득한 두 사람을 만나서 행복했다. 덕분에 캐릭터들의 내적 갈등이 잘 표현된 것 같다. 좋은 동료들을 만난 것 같아서 기뻤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신현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이이첨 역의 이재용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재용 선배는 굉장히 스위트하시고 연기에 대한 열정도 뛰어나시더라. 후배에게 항상 수평적으로 대해주셨다. 연기하는 부분에 있어서 의견을 피력하면 편하게 수용해주셨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한 청사진이 그려졌다. 이재용 선배 같은 배우가 되고 싶더라. 함께 호흡을 맞춘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보쌈'은 참 많은 것들을 얻고 가는 작품이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신현수

지난 2013년 단편영화 '백화점'으로 데뷔해 JTBC '청춘시대', MBC '세가지색 판타지- 우주의 별이', KBS '황금빛 내 인생',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2'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 다양한 캐릭터들을 소화해내며 서서히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의 재미를 느낀 그는 "연극부에 들어가 무대를 섰는데 모두가 내 이야기를 경청했다. 기분이 정말 묘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후 인천 예술회관에서 열린 무대에 앙상블로 들어가게 됐다. 당시 큰 희열을 느꼈다. 실시간 피드백과 반응이 정말 좋았다. 그때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차 확고해진 것 같다"라며 "배우는 단순히 연기만 하는 직업이 아니다. 갖고 있는 영향력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 배우의 무게감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단단하게 나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올해 데뷔 9년 차에 접어든 신현수는 배우의 길을 걸으면서 힘든 순간도 존재했지만, 매사의 긍정적인 성격 덕분에 잘 극복할 수 있었다. 그는 "힘든 일이 있더라도 금방 잊는 편이다. 어느 순간부터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질적 풍요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만큼 빈곤한 것이 없다고 느껴지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를 다스리는 훈련을 많이 한다. 명상과 요가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하나에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중이다"라며 "내가 짚어온 족적을 보기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다.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나태하지 않은 모습으로 나아가고 싶다"라며 자신의 바람을 드러냈다.

끝으로 신현수는 향후 맡고 싶은 장르와 함께 포부를 밝혔다. 그는 "경험하지 않았던 장르와 직업군을 해보고 싶다. 인물이 갖고 있는 서사가 명확하고 매력적이라면 망설임 없이 결정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신현수는 "좋은 배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되면 연기할 때 에너지나 영향력이 충분히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연결이 될 것 같다.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되새기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신현수

[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킹콩 by 스타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