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오징어 게임' 열풍이 한창이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한국 콘텐츠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톱10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세계 순위에서도 1위에 오른 것. 이 가운데 이런 열풍을 미리 예상한 이가 있다. 재미와 메시지가 뚜렷한 만큼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는 배우 박해수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감독 황동혁)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오징어 게임' 열풍은 그야말로 영화 '기생충' 때를 회상하게 할 정도다.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호주, 오스트리아, 독일, 캐나다, 칠레 등 넷플릭스가 서비스되고 있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톱10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에서의 패러디 영상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관련 박해수는 "우선 너무 감사드린다.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알릴 기회가 돼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 여정에 제가 함께 있다는 게 뜻깊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박해수는 이런 열풍을 예상했었다고 해 시선을 끌었다. 박해수는 "큰 호응과 관심을 가져주실 거란 예상을 했다"면서 "한국적인 놀이에 대해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 안에 인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많은 부분들이 있었다. 완성도 면에서도 만족스러웠다. 더욱이 재미도 있고 게임이라는 극단적인 소재도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잘 될 거라 예상했다. 그럼에도 이 정도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을 것은 예상 못 했기에 이런 관심이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극 중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을 수석입학 후 졸업해 엘리트 금융인이 됐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살다가 오징어 게임에 합류하게 되는 218번 조상우 역을 맡았다. 조상우는 참가자들끼리의 공존을 주장하던 초반부와 달리, 중후반부부터는 개인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남의 희생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인물이다.

"처음에만 해도 변화를 맞는 상우가 이해가 안 됐다"는 박해수는 "심리적으로도 불편했다. 내가 살겠다고 누군가를 죽이는 선택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상우가 엘리트라는 건 사실상 지위가 엘리트였던 거지 상우 캐릭터가 갖고 있는 가치관 자체는 사실 좀 위험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상우는 승자에 대한 집념이 컸던 인물이다. 첫 번째가 되지 않으면 오는 스스로에 대한 박탈감 같은 게 많이 있었다. 거기서부터 상우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이런 게 무너지는 과정을 어떻게 그려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런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 박해수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박탈감과 자격지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현대 사회가 경쟁 사회다 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박탈감을 갖고 있더라. 사실 저도 마찬가지로 갖고 있었다. 스스로도 몰랐던 그런 감정들을 가져오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우가 그럴 수도 있겠구나 공감을 하게 될 때 즈음 스스로 좀 무서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동시에 신기하기도 했다"는 박해수는 "'내가 이렇게나 냉철하게 생각할 수 있구나' 싶었다. 시간이 지나며 나이가 먹고, 다양한 작품과 역할을 맡을수록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을 촬영하면서도 나한테 이런 면이 있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또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 감사했다"고 전했다.


이렇듯 '오징어 게임'은 많은 부분에서 박해수에게 '감사한 작품'이었다. 감사의 이유는 인기뿐만이 아니었다. '오징어 게임'은 박해수가 힘든 시기를 넘길 수 있게 해준 뜻깊은 작품이기도 했다.

박해수는 "작품 촬영은 계속하고 있었는데 여러 상황상 대중에게 이 작품들을 선보일 기회가 너무 없었다. 대중들을 만날 때 힘을 많이 얻는데 아무런 피드백이 없으니 그전까지 작품을 하면서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다 '사냥의 시간'과 '오징어 게임'이 공개됐고 반응이 왔을 때 너무 감사했다"는 박해수는 "내가 하고 있던 연기가 크게 틀리지 않았고, 잘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대중의 반응을 들으니 여러가지를 새롭게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오징어 게임'에 대한 애정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해수가 갖고 있는 애정과 달리, 스토리상 그는 시즌2가 제작된다고 하더라도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터. "아쉽지만 작품의 의도와 전하려는 메시지를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었던 전개라고 생각한다"는 박해수는 "그럼에도 만약 기회가 된다면 시즌2에 출연하고 싶다. 기훈의 꿈속에서라도 잠깐 출연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바라고 있다. 또 감독님이 프리퀄을 생각하고 계신지도 모른다. 조상우가 어떻게 하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전사가 담긴 작품이 나와도 좋을 것 같다"고 희망했다.

이어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이 끝나더라도, 이제 곧 넷플릭스 '종이의 집' '수리남', OCN '키마이라', 영화 '야차'와 '유령' 등으로 찾아뵐 예정이다. 연극 무대에 다시 오를 생각도 있다. 무대에서 굉장히 큰 에너지를 얻었었기 때문에 언제나 오르고 싶은 생각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저의 여정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