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박수칠 때 떠났어야 했다. 괜히 '부활(resurrection)'해서는 시리즈의 명성마저 무너지게 생겼다.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이다.

22일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감독 라나 워쇼스키·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은 다시 한번 선택의 길에 선 네오/토마스 앤더슨(키아누 리브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99년부터 시작된 '매트릭스' 트릴로지의 인기는 실로 엄청났다. 1편은 제작비의 7배인 4억6000만 달러(한화 약 5400억 원)를 벌어들였고, 제7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편집상·음향상·음향편집상·시각효과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2편과 3편은 각각 7억4000만 달러(8820억 원), 4억2000만 달러(5000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시리즈의 명성을 견고히 했다.

'매트릭스' 시리즈가 사랑받은 이유는 분명했다. 기계와 인간 사이의 전쟁, 그 사이에 놓인 가상 도시 '매트릭스'라는 신선한 소재에 완성도 높은 액션과 CG가 더해지며 무궁무진한 볼거리를 선사했기 때문. 영원히 반복되는 굴레에 갇혀있지만 꿈같은 나날이 펼쳐지는 가상 현실, 참혹하지만 자유 의지가 있는 현실 세계 중 어떤 곳을 선택할 거냐는 철학적인 물음 역시 '매트릭스'가 오랫동안 명작 반열에 올라와 있을 수 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때문에 '매트릭스' 시리즈의 공식 후속작인 '매트릭스: 리저렉션'에 기대가 모아지는 건 당연했다. 다만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이미 잘 마무리된 3부작을 어떻게 부활시킬 것이냐는 것. 더욱이 4편에서는 전작에서 스미스 요원으로 활약한 휴고 위빙과 모피어스 역의 로렌스 피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 의아함을 키웠다.


결론만 말하자면 팬들의 우려는 적중했다. 전작에서의 매력은 찾아볼 수 없고, 연출은 오히려 퇴보했다. 철학적인 물음도 이 작품에선 빠져있다. 그저 네오와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팬메이드 무비 수준의 작품에 불과하다.

초반까지는 좋았다. 트리니티의 첫 등장 신을 시작으로 네오와 모피어스(야히아 압둘 마틴 2세)와의 첫 만남 등 전작의 각종 오마주가 등장하며 반가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빈도가 잦아지며 피로감이 쌓인다. 별것 아닌 장면조차도 플래시백과 슬로우 모션을 섞어 연출하다 보니 이야기 구성이 갈피조차 잡을 수 없게 산만해진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도 아니다. 큰 줄기는 현실 세계의 사람들이 '매트릭스'에 갇혀있는 네오와 트리니티를 구하는 이야기, 그 이하 이상도 아니다.

연출은 '매트릭스' 1편에 비해 퇴보했다. 네오와 봇(매트릭스 세계관 내 가상 인간)들이 펼치는 액션은 무겁고 답답하며, 과거 트릴로지에서 볼 수 있었던 신선한 연출 역시 이번 작품에선 없다. 그저 총알 피하기, 총알 막기 등 이전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것들의 도돌이표다.

캐릭터 개개인의 매력이 살아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도리어 트릴로지에서 기껏 쌓아놓은 캐릭터의 서사를 붕괴시키기만 한다. '매트릭스' 세계관에서 네오가 '그'로 칭해지며 신격화됐던 이유는 인류를 구원할 능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0과 1로 이루어진 가상 현실에서 소스 코드를 인지하고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던 것. 네오가 전작에서 총알을 막고 하늘을 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돌연 이 작품에선 트리니티가 '그'만 할 수 있었던 능력을 쓰기 시작한다. '매트릭스' 시리즈를 사랑하던 팬 입장에선 어처구니없는 장면일 수밖에 없다.

전작에 비해 장점으로 내세울 것이 단 하나도 없는 '매트릭스: 리저렉션'이다.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시리즈의 후속작이라곤 하나 경쟁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넘기엔 어려워 보인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