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박민영과 손예진이 살려놨다 싶었는데 또 부진의 늪에 빠졌다. 타 드라마 대비 느린 전개 속도와 답답한 분위기로 시청자들을 점차 잃고 있는 JTBC 드라마다.

JTBC 드라마는 지난 1년간 계속된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지난해 6월 '언더커버' 이후 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대 시청률을 넘은 작품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심지어 'IDOL [아이돌 : The Coup]'과 '한 사람만'의 경우 0%대까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진의 이유는 전개 방식과 소재에 있었다. 시청률 대박을 터트린 '부부의 세계' '이태원 클라쓰'가 시원시원한 연출로 주목받았던 것과 달리, '너를 닮은 사람' '인간실격' 등은 작품의 완성도 면에선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무거운 소재와 느린 전개 방식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며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이런 오랜 부진을 끊은 주인공은 박민영과 손예진이었다. 박민영을 비롯해 송강, 윤박, 유라 등이 활약한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은 자극적이고 설렘 가득한 로맨스를 펼쳐내며 방송 2주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인 7.8%를 기록하더니 종영까지 안정적인 7%대 시청률을 유지했다.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 주연의 '서른, 아홉'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불륜 및 접대부 미화 논란에 휘말리며 위기를 맞나 싶었지만 진정성 있는 메시지와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8.1%로 막을 내렸다. 12부작으로 편성돼 속도감 있는 전개를 선보였다는 점도 인기에 한몫했다. 드라마의 길이가 길지 않기에 방송되는 중간에도 부담감 없이 OTT나 재방송을 통해 중도 합류하거나 밀린 방송분을 몰아볼 수 있었기 때문.


비슷한 시기에 방송된 두 드라마가 연달아 좋은 성적을 거둠에 따라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특히 한 작품은 최근 안방극장을 장악한 워맨스를 내세우는 작품이고, 또 다른 작품은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 등을 쓴 '마이더스의 손' 박해영 작가의 신작이기에 주목받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예상치 못한 부진으로 시청자들까지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은 1회가 2.5%로 시작해 2회에는 3%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타나 싶었으나 3회에는 다시 2.5%로 하락했으며, '나의 해방일지'는 1회와 2회가 각각 2.9%, 3%라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전작 대비 반도 안 되는 수치다.

그렇다면 두 작품이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청자들은 입을 모아 전개 속도가 느리고 분위기가 무겁다 지적하고 있다. 과거 JTBC 드라마가 부진에 빠진 이유와 비슷하다. 다행히 '나의 해방일지'는 고정 시청자 층을 천천히 확보하고 있는 중이고, '그린마더스클럽'의 경우 점차 주인공 이은표(이요원)가 점차 답답한 '고구마' 면모를 벗고 짜릿한 전개를 펼쳐내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베(일간베스트) 논란'으로 발목을 잡히게 됐다. '그린마더스클럽' 이은표가 보던 '어느 시간 강사의 피 끓는 항변' 기사에 쓰인 실루엣이 일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 및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낸 사진이었던 것. JTBC 측은 "특정 의도는 없었다. 관련 사실을 인지한 즉시 해당 장면을 모든 VOD 서비스를 비롯한 재방송, SNS 등에서 편집하겠다"고 밝혔으나, 앞서 웹예능 '워크맨'도 일베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기에 시청자들의 실망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몰입도를 높여가던 '나의 해방일지'도 괜한 피해를 받게 됐다.

1년 만에 반등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JTBC는 그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과연 이번 부진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JTBC는 어떤 방식으로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