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예능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솔로' '솔로지옥' 등 연애 관찰 예능이 트렌드를 이끌었다면, 지금은 이혼과 돌싱남녀를 주제로 한 예능들이 자극적인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혼과 재혼은 방송계에서 금기시되어 오던 소재 중 하나였다. 이혼 때문에 잠정적으로 방송을 중단하거나 은퇴를 선택하는 연예인들도 있었을 정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혼에 대한 인식은 달라졌다. 이혼한 커플이 올해 2월 기준 월간 7136쌍, 연간 10만 쌍에 이를 정도로 흔한 것이 되었다. 방송에서 당당하게 이혼했다 외치는 연예인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가장 빠르게 캐치한 건 TV조선이었다. 이혼·재혼 소재를 본격적으로 예능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 지난 2020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방송된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혼한 연예인·셀럽 부부가 다시 만나 한 집에서 생활해 보고 이혼 후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혼 리얼리티로, '이혼한 부부의 동거'라는 파격적인 파격적인 콘셉트로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기에 이영하와 선우은숙, 최고기와 유깻잎 등 평소 보기 힘든 조합으로 관심을 더했다.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지난 8일엔 시즌2로 돌아왔다. 쟁쟁한 경쟁 프로그램들이 즐비해 있는 금요일 밤에 편성됐음에도 불구하고 6.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것은 물론, 비드라마 화제성 순위에서도 MBC '나 혼자 산다'에 이어 7위를 기록 중이다.

돌싱포맨, 돌싱글즈, 내가 키운다

'우리 이혼했어요' 시리즈가 이혼·재혼 예능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하자 다른 방송사들도 지체 없이 열풍에 뛰어들었다. 행복에 목마른 '돌싱(돌아온 싱글)' 네 남자의 토크쇼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홀로 아이를 키우게 된 솔로맘들의 이야기를 다룬 JTBC '용감한 솔로 육아 – 내가 키운다', 돌싱 남녀들의 연애 관찰물 MBN '돌싱글즈'가 모두 '우리 이혼했어요' 시즌1 종영 5개월 뒤인 7월 첫 방송을 시작한 것.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동시기에 방송을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론 모두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내가 키운다'는 방송 당시 순간 시청률이 5%대에 육박했을 정도로 남다른 화제를 모았고, '신발 벗고 돌싱포맨'의 경우 최고 8%대, 평균 5-6%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며 SBS를 대표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돌싱글즈' 역시 시즌2까지 제작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이 밖에도 혼자 사는 중년 여자 스타들의 동거 생활을 담은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위기를 맞은 부부의 고민을 들려주는 채널A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 등 이혼과 재혼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외치는 프로그램들이 끊이지 않고 탄생하고 있다.

OTT 플랫폼 티빙이 선보이는 새 예능 '결혼과 이혼 사이'도 비슷한 결을 지닌 프로그램 중 하나다. 앞서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와 '러브캐처 인 서울'이 연인들의 감정선을 다뤘던 반면, 이번엔 위기에 놓인 부부들에 초점을 맞췄다. '결혼과 이혼 사이'는 각기 다른 이유로 이혼을 고민하는 네 부부의 현실적인 결혼 생활을 담아낸 리얼리티 예능으로, 실제 부부가 서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담아내 결혼 생활에서 갈등을 겪어본 이들에게 진솔한 공감을 전할 예정이다.

이처럼 예능계가 이혼과 재혼, 그리고 돌싱을 주제로 한 예능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혼을 장려하는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마치 이혼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는 것. '우리 이혼했어요2'의 자극적인 '매운맛' 연출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상황. 아직까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보이는 예능계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조선, JTBC, MBN, SBS, 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