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우연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오게 됐다. 그렇기에 배우들과 함께한 순간이 늘 운명, 선물 같았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다.

8일 개봉하는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제작 영화사 집)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공기인형'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세 번째 살인' 등을 연출한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다. 특히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에큐메니컬상, 대한민국 첫 남우주연상(송강호) 수상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함께한 배우들 덕분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영화 역시 탄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처음부터 A4용지 3장짜리 플롯에는 세 배우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의 이름이 적혀있었다"라는 그는 "처음부터 이 배우분들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이 이야기의 출발점 자체가 신부복 차림의 송강호 배우가 베이비박스에서 아이를 꺼내 안고 웃으면서 자상한 얼굴로 말을 거는 이미지였다. 그 이미지가 한 번도 머릿속에서 떠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배우들과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단 배두나 배우와는 2009년 '공기인형'에서 함께했었고 이후에도 가끔 만나면 '다음에 또 영화를 함께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마침내 '브로커'를 통해 만나게 됐다"면서 "송강호 배우의 경우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됐다. 영화제를 찾았을 때 '어떤 한국 배우와 작업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가 영화 '밀양'을 본 직후라 송강호 배우와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문이 딱 열리는 순간 송강호 배우가 앞에 서 있더라. 이건 인연이구나 싶었다. 이를 기점으로 몇 차례 송강호 배우와 만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강동원 배우와는 2015년 그가 '검사외전' 일정을 위해 일본에 왔을 때 처음 만났다"며 "여러 인연과 만남이 거듭되면서 3명이 등장하는 플롯을 쓰게 됐다. 세 분에게 먼저 이 플롯을 보여드렸고, 이 단계에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내용이라는 뼈대를 만들게 됐다. 여기에 강동원 배우가 구체적인 조언과 서포트를 해줬다. 제작사와 연결도 해줬다. 처음 시작했을 땐 꿈과 같은 이야기였지만 점차 구체적으로 돼갔다"고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극 중 소영 역으로 활약한 이지은(아이유)에 대해서도 말했다. "영화를 하며 가장 선물 같았던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 이지은 배우가 '태어나 줘서 고마워'라는 대사를 내뱉는 순간을 뽑을 것 같다. 이지은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던 게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팬심을 드러내며 "사실 그 신은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인데 이지은 배우의 목소리를 전제로 쓰였다. 이지은에 의해 탄생한 장면이기에 말투를 포함해 모든 걸 배우에게 맡겼는데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중심으로 상현(송강호), 동수(강동원), 소영(이지은), 배두나(수진)가 서로 연결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많은 소재 중 베이비 박스를 설정으로 가져온 이유에 대해 "베이비 박스라는 존재를 알게 된 건 일본이 먼저였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를 만들던 중 일본의 입양 제도를 조사하게 됐는데 그때 아기 우편함이라는 시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시설이 한국에도 있고, 베이비 박스에 맡겨지는 아이가 일본의 10배 이상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렇기에 이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다면 일본보단 한국이 더 알맞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브로커'에는 아이를 팔면서 '아이가 행복해지길 바라서다'라고 말하는 두 브로커를 시작으로, 브로커를 현행범으로 잡기 위해 불법적인 일을 자행하는 경찰, 아이를 버렸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는 소영까지 선악의 경계가 모호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관객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이와 관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범죄가 비단 개인의 문제일까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며 "일본에서는 범죄가 사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개인의 책임이라 단정 짓는다. 그런 풍조가 일본 내에 만연하다. 심지어 그런 사람들은 권리까지 제한받는 게 당연하다 생각한다. 물론 범죄를 용인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범죄에 손을 댄 이유에 오직 개인의 문제였을까, 사회적인 영향을 받진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베이비 박스에 남겨진 한 아이를 중심으로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차기작에서도 '아이'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할 계획이다. "어릴 적 처음 찍은 작품이 소를 직접 키우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였는데, 거기서 시작해 지금까지 오게 됐다"는 그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계속 아이들이 출연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찍는 게 재밌어서인 것 같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해진 역 승수 군과의 작업이 재밌었다. 다음 작품은 일본에서 찍을 예정이며 초등학교를 무대로 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물론 또 아이가 나온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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