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타짜' '암살' '도둑들' '전우치' 매번 특색 있는 작품을 선보여온 최동훈 감독이 다시 한번 도전적인 작품을 내놨다. 이전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불안하다" "유치하다"는 등의 호불호 갈리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도전하고 싶었던 것이기에 후회는 없다"는 최동훈 감독이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외계+인' 1부(감독 최동훈·제작 케이퍼필름)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암살'과 '도둑들'로 '쌍천만 감독'이 된 최동훈 감독의 신작이다.

최동훈 감독은 "이 영화의 시작점이자 본질은 호기심이었다. 전작인 '암살'은 꽤나 리얼리즘이 있는 영화라 생각하는데, 차기작은 '암살'과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현재와 과거의 시대가 서로 맞닿아 있는 작품이 있으면 어떨까 호기심이 생겼고, 그 호기심을 바탕으로 무륵, 가드 등의 캐릭터가 탄생했다. 모든 세계관의 키워드는 호기심이었다. 여기 나오는 캐릭터들은 모두 일상에서는 볼 수 없지만, 관객들이 다른 세계로 간다면 어떤 인물들을 만나게 될까라는 호기심에 캐릭터들을 만들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시대상 중 굳이 배경을 고려로 잡은 이유에 대해선 "사실 처음에는 삼국시대로 갈까 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스토리를 짜기엔 너무 멀다고 느껴졌고, 도사가 있다고 믿어지는 가장 최근의 시간대로 가고 싶었다. 또 고려 시대의 복장이나 물건 등에 매료되기도 했다. 익숙하면서도 신비한 시대라 생각해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관에 대해 누구보다 당당하고 자신 있게 소개하는 최동훈 감독이지만, 새롭게 창조해 내는 세계관에 대해 불안감이 전혀 없던 건 아니었다. 최 감독은 "각본을 쓰면서도 스스로 여러 번 질문을 건넸다. '넌 이게 정말 즐겁니' '쓰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니' 이렇게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면서 여러 번 수정 작업을 거듭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신이라면 쓰지 않는다는 게 각본을 쓰면서 첫 번째 목표였다. 욕심을 내서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 하기보단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면서 중심을 맞춰가려 노력했다. 한 대사를 수십 번 고치기도 했고, 관객들이 조금이라도 따라가기 어려울 것 같으면 처음부터 새롭게 썼다. 그렇게 수정을 거듭하다 보니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었다.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8개의 시나리오를 썼던 것 같다. 때문에 아직 영상화하지 못한 시나리오가 7개는 더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불안감은 1부와 2부를 동시에 제작하는 데에 있었다. 최 감독은 "두 편의 영화를 함께 제작한다는 게 가장 무서운 지점이었다"며 "1부에서 2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영화가 끊기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 아닌 1부만 봐도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완성도를 주는 게 중요했다. 물론 영화에 드라마적 구성을 넣는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겠지만, 그것보단 완성도 있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게 중요했기에 1부 각본을 쓰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쏟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동훈 감독은 오랜 고민을 거듭한 끝에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세계관을 완성해 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전작 '암살' '도둑들' '타짜' 등과는 전혀 다른 결을 띄고 있어 개봉 전부터 예비 관객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최 감독은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관객은 모든 장르의 영화를 볼 능력이 된다 생각하는데, 그에 반해 한국 영화는 아직 장르적으로 다양하진 않은 것 같다. 어떤 장르건 다 열려있다고 생각하고, 또 제작자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해야만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생각한다. 전 한국 분들이 SF도 즐겁게 관람하실 거라 생각한다. 아마 SF를 구상하는 감독님이 저 뿐만은 아니라 생각하는데, 앞으로 이런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외계+인'은 기획 단계부터 반대가 심했던 작품"이라고 첨언하면서 "관계자분들이 '유치해 보이면 어떡하냐'라고 걱정하셨다. 근데 난 '유치한 게 뭐가 무섭냐'라는 주의였다. 가끔 세상은 유치하게 돌아가기도 하고, 그 유치함이 간혹 생각지도 못하게 돌아가며 즐거운 상황을 만들어내지 않냐. 그건 더 이상 유치한 게 아니라 생각한다. 물론 배우들은 촬영하면서 민망해하기도 했지만, 의미 있는 시도라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털어놨다.

이어 "한국에서 만들어진 적이 없는 영화라면, 또 내가 보고 싶은 영화라면 앞으로도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라는 그는 "이 영화 역시 한국에서 없기에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내가 궁금하다면 관객들도 궁금해하시지 않을까, 한 번도 보지 못한 구성과 느낌이라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제작하게 됐다. 어릴 때 '백 투 더 퓨처'나 '에일리언'을 보고 너무 재밌어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느꼈던 그 즐거움을 관객분들께도 전해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외계+인' 2부는 현재 촬영이 마무리돼 후반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2023년 2부 공개를 앞두고 있는 최동훈 감독은 "현재 2부의 편집이 완성되기 바로 직전이고, 이후 긴 후반 작업에 들어갈 것 같다. 사실 1부를 어디서 끊어야 할지 고민이 컸다. 1부의 엔딩이 2부에 대한 미스터리를 던지길 바랐고, 시간이 마치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길 바랐다. 여러 가지 후보 엔딩이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여기서 끝내야 된다 생각했다. 지금은 이렇게 1부와 2부가 따로 개봉하게 됐지만, 언젠간 1부와 2부를 함께 상영하는 날이 있길 바란다. 과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킹덤'을 5시간 동안 본 경험이 있는데 한 작품을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볼 수 있구나 하고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나 역시 1부와 2부를 동시에 상영하는 날이 있다면 영광스러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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