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스캔들' 전도연 "50대 로코? 10년 뒤에도 할 수 있죠" [인터뷰]
2023. 03.09(목) 15:50
배우 전도연
배우 전도연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어느덧 50대가 된 전도연이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반응은 기대와 우려로 나뉘었다. 우려들을 보기 좋게 깨고 또 한 번 안방극장 흥행에 성공한 후, 민낯으로 기자들 앞에 나선 전도연은 덤덤한 목소리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극본 양희승·연출 유제원)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 남행선과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전도연은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 출신이자 반찬가게 사장인 남행선 역을 맡아 열연했다.

드라마는 마지막 회 시청률 17%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간 '로코'에, 또 안방극장 흥행에 목말랐던 전도연으로서는 홈런을 친 셈이다. "가족 같은 사람들이 모여 진짜 가족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해피엔딩이 만족스러웠다"라는 전도연은 "시청률도 과할 정도로 좋았다. 팀 내부에서도 10%만 넘었으면 좋겠다고 했지, 이렇게 과한 관심과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 작가님이 부담스러워하실 정도더라"라며 웃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 기뻤다는 전도연. 그는 "배우라면 누구나 참여한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거다. 그런 갈증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욕심과 오기도 생긴 것 같다. 내가 대본을 읽고 내가 선택을 하는 작품인데, 어느 순간 '내 선택이 대중적이지 못한가?'라는 의문이 들더라. 그런 의문을 깨준 것이 '일타 스캔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출연 결정을 내리는 것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단다. 전도연은 "2016년 '굿와이프'를 함께 한 CP님이 대본을 주시면서 '욕할 수도 있지만 우선 드려보겠다'라고 하시더라. 오히려 그런 제의가 반가웠지만, 막상 읽어보니 연기해야 할 캐릭터에 내 모습이 곧바로 대입이 안 되는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행선이의 텐션을 소화할 자신도 없었고, 그래서 처음엔 고사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양희승 작가와 미팅 자리를 가졌고, "다소 판타지 적인 이야기이기에 현실에 뿌리를 내린 인물이 행선이가 돼줬으면 좋겠다"라는 작가의 말에 동의해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는 그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배우 전도연

전도연이 출연을 결정하면서 남행선 캐릭터도 다소 변화를 겪었다. 작가가 배우에 맞춰 대본을 수정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전도연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이 곳곳에 묻어나기 시작한 터다. 그는 "당초 작가님이 생각한 행선이는 좀 더 억척스러운 인물이었다. 또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맞춰 많이 오버하고 텐션이 높은 느낌도 있었다"라며 "작가님이 '전도연 씨 모습 그대로 연기해 주세요'라고 주문하셨는데, 첫 리딩을 보시고는 '행선이가 좀 더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워졌어요'라고 하시더라. 나는 '저 자체가 좀 그래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른 사람을 캐스팅하시면 어때요?'라고 농담했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전도연은 "그런데 작가님의 그 말이 가시처럼 계속 마음에 박혀 있었고, 작가님이 내가 해낸 행선이를 어떻게 보실지가 계속 걱정이 됐던 것 같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래서 내 안에 행선이가 어느 정도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작가님께 행선이를 연기하며 행복하다는 마음을 담은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작가님께서 '너무 감사하고, 잘하고 있다'라는 답장을 보내주셔서 그런 우려를 털어낸 기분이 들었다. 작가님께 내가 만든 행선이에 대해 동의를 얻고 싶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드라마 속에서 완성된 남행선은 이미 이러한 고민의 과정을 거쳐 탄생했고, 많은 부분에 자신이 녹아있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제가 느끼고 공감하는 지점을 통해 표현을 했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 오지랖, 정의감에 불타올라 저지르는 과한 행동들도 행선이를 이해하고 나니 사랑스럽게 느껴지더라"라고도 덧붙였다.

"처음에는 행선이가 제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몸에 맞도록 새로운 옷을 찾아내 간신히 입어서 '해냈다'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는데, 나중에 깨닫고 보니 그 옷을 입는 과정을 즐겼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자기가 살고 싶었던 인생을 포기하고 가족을 선택한,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행선이의 긍정적인 삶의 방식을 응원하고 싶었어요. 나중에는 행선이 캐릭터에게서 나오기가 싫어졌죠."
티브이데일리 포토
배우 전도연

이처럼 고민 끝에 빚어낸 남행선 캐릭터는 '일타 스캔들' 속 살아 숨 쉬는 다른 캐릭터들을 만나 빛을 발했다. 최치열 역을 맡아 연인 호흡을 맞췄던 정경호, 친동생처럼 사랑했던 재우 역의 오의식, 실제로 이런 친구가 있기를 바랄 정도로 든든한 조력자였던 영주 역의 이봉련, 신인이지만 당차고 영리했던 해이 역의 노윤서 등 앙상블을 만들어 낸 모든 배우들과의 작업이 편안하고 즐거웠다는 전도연이다. 또한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김선영, 장영남의 연기에 감탄했다며 "이 사람들을 보게 되는 재미가 있더라. 여자들끼리 나오는 유쾌한 드라마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을 정도"라며 칭찬했다.

전도연은 "촬영은 곧 공동작업 아니냐. '나만 신경 쓰면 돼'라는 생각만으로는 안된다"라며 "호흡을 쌓기 위해 현장에 먼저 나가는 편이고, 더 많은 것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어서 현장에 가기 전에 미리 대사를 철저하게 외워가기도 한다"라며 "혼자만 잘해서 잘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참여하는 모두가 만족스럽기를 바라고, 모든 팀원들이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마냥 편하지 만은 않다며 "불편함을 없애려 배우로서 애를 쓰는 경우도 있고, 인물로서 애를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면 느껴지는 긴장감이 마냥 싫지는 않다. 불안정함 속에서 계속 무언가를 찾아내려 시도하다 보면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디테일을 쌓아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 불안함을 깨 주는 것이 바로 상대와의 편안한 호흡이고, 특히 '일타 스캔들'에서는 영주, 재우, 치열의 존재로 인해 편안함과 든든함을 느낄 수 있어 고마웠다고 털어놨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배우 전도연

전도연은 올해로 데뷔 33년 차 배우가 됐다. 오랜 세월 동안 여러 변화를 겪었을 법도 하지만, 주변 동료들은 전도연의 연기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특히 상대역이었던 정경호는 전도연의 연기를 극찬하며 이 같이 말하기도 했다. 전도연은 "결국 그 '변하지 않는 것'은 배우로서의 신념, 일을 대하는 태도를 말하는 것 같다"라며 "나는 크게 변화를 추구하는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변화를 두려워하고 싫어하기도 한다. 그저 작품을 통해 보이는 내 모습이 다양하기를 바랄 뿐이고, 그건 받아들이는 관객과 시청자들의 몫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처음 배우 일을 시작했을 때는 연기를 너무 사랑하거나, 꿈이 배우였던 케이스가 아니었다. 오히려 세월이 흐르고 일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수록 '배우 전도연'으로서의 태도가 훨씬 어려워지고,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세월이 쌓이며 어느덧 50대에 접어든 전도연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40대가 좋은 것 같다. 계속해 나이가 들 테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50이라는 숫자가 바로 닥쳐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더 큰 숫자들도 아무렇지 않게 뚝딱 눈앞에 와 있을 수 있겠구나 싶다"라고 말했다. "나이가 든 뒤 내 모습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지만, 배우로서의 나이를 따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생각들을 깨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연기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 나가는 모습에서 연륜이 묻어났다.

"사람들이 제 나이를 언급하기 전까지는 50대에 로맨틱 코미디를 하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 줄 몰랐어요. 살아가는데 있어서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었죠. 오히려 '일타 스캔들'을 향해 보내주신 사랑을 생각해보면, 로코를 젊은 친구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깬 선례로 남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그런 틀이 있는 줄도 몰랐지만요. 앞으로도 사람들이 만든 경계에 연연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럼 10년 뒤에도 로코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tvN]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황서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일타 스캔들 | 전도연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