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해외 유명 감독과 배우들의 극찬이 쏟아질 정도로 K-콘텐츠는 현재 전성기를 맞은 상황이지만, 한순간 실수로 발목이 잡혔다. 세심하지 못한 대사 사용으로 잘나가던 K-콘텐츠를 국제적으로 망신시킨 '보라! 데보라'다.

ENA 수목드라마 '보라! 데보라'가 대사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문제가 된 대사는 9회에 담긴 것으로, 극 중 연보라(유인나)는 "자기 배설물 위에 누워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한 컵의 물을 받아 반만 마시고, 누군가는 나머지 반으로 세수했다. 유리 조각으로 식판 뒤의 얼굴을 보면서 면도도 했다. 그리고 살아남았다. 외모를 가꾸고 치장하는 건 생존의 문제다. 솔로로서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냐"라며 외모 치장의 중요성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비유해 말했다.

해당 장면은 방송 직후 논란이 됐다. '삶과 죽음의 경계 사이에 있는 순간에도 외모를 가꾸는 건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하더라도, 이를 유대인 학살 비극이 벌어진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비교한 건 부적절하다는 이유다. 시청자들은 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가꾸는 현재의 상황을, 죽음을 앞둔 상황이지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몸을 깨끗이 한 유대인들과 동일시 여기는 건 올바른 비유가 아니라 지적했다.


논란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빠르게 번졌다. K-콘텐츠에 자막을 입히는 일을 취미로 하는 한 트위터 유저가 "작가가 이런 글을 쓰고, 또 관계자들이 이 대사들을 그대로 넘겼다는 게 충격적이다. 내가 지금껏 번역한 모든 대사 중 가장 무섭다"라며 해당 영상을 공유했는데, 이게 수천 회 리트윗되며 전세계로 퍼진 것. 해당 영상 조회수는 현재 190만 회에 육박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질타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자 제작진은 그제야 "특정 대사로 인해 불편함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라고 뒤늦은 사과를 전했다. 방송이 송출된 지 무려 열흘 만. 이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확한 시각으로 언급했어야 했는데 신중하고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했다. 제작에 더욱 신중을 가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보라! 데보라' 측은 문제가 된 장면까지 부분 편집하며 논란이 더 커지는 걸 막았으나, 이미 대처는 터무니없이 늦은 상태. 이에 시청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분명 현재 K-콘텐츠, 특히 K-드라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등의 계속된 성공으로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상태다. 하지만 '닥터 차정숙'의 크론병 환자 비하 논란, '보라! 데보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비유 논란 등은 잘나가는 K-콘텐츠의 발목을 연신 잡고만 있다. 높아진 K-콘텐츠의 위상만큼 제작진과 관계자들의 눈높이도 한층 성장할 필요성이 보이는 때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ENA '보라! 데보라',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