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엄마' 배세영 작가 "라미란·이도현 캐스팅, 감격에 울음 터졌었죠" [인터뷰]
2023. 06.19(월) 07:58
배세영 작가
배세영 작가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나쁜엄마' 배세영 작가가 캐스팅 소식을 듣고 울음을 터트린 사연을 들려줬다.

최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극본 배세영·연출 심나연)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영순(라미란)과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이도현)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감동의 힐링 코미디. '바람 바람 바람' '완벽한 타인' '스텔라' '인생은 아름다워' 등 매 작품마다 특색 있는 상상력을 보여준 배세영 작가의 첫 드라마 집필작이다.

이날 배세영 작가는 '나쁜엄마'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처음엔 영화 시나리오로 기획 됐다"고 운을 떼며 "당시 건강검진에서 암 의 심소견을 받고 두려움 속에 재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동물 약품 회사에 재직하고 있던 남편을 따라 돼지 농장을 여러 차례 방문하게 됐다. 그때 '어미 돼지는 28일 동안만 새끼 돼지와 함께할 수 있어서 그 기간 동안 돼지의 모든 습성을 가르치고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상황이 마치 내가 처한 상황 같다고 느껴졌다. 어찌 보면 사람은 모두가 시한부 인생이고, 대부분 부모는 자식을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하지 않냐. 그렇다면 세상 모든 부모는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떠나야 할까, 만약 도움을 청할 가족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질문에서 '나쁜엄마'가 시작됐다"라고 답했다.

이어 첫 드라마를 집필한 소감에 대해선 "드라마 작업은 단순히 짧은 이야기를 분량적으로 길게 늘리는 작업이 아니더라. 각각의 화에서 독립적인 기승전결이 필요했고, 전체 주제로 귀결하기 위한 빌드업 과정도 필요했다. 다음 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엔딩 포인트도 중요했다. 영화적 문법에 익숙했던 내겐 이런 드라마의 문법들이 굉장히 낯설고 어려웠다. 또 영화는 개봉 후 단번에 전체적인 평가를 받는 반면, 드라마는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는 터라 긴장의 연속이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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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엄마

배 작가는 라미란, 이도현 등 대세 배우들과 함께한 소감도 함께 밝혔다. 먼저 "라미란 배우가 영순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린 기억이 있다"라고 털어놓은 그는 "라미란 배우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에 대해 익히 들어왔기에 기대와 믿음이 컸다. 탁월한 캐스팅이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도현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도 보조 작가들과 함께 행복해했다며 "검사 강호로서의 차가운 이미지, 7세 아이로서의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이미지가 다 들어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종영이 된 지금 이 순간까지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배 작가는 '나쁜엄마'가 본인 커리어 및 인생에 있어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냐는 물음에 "인연으로 만났지만 운명으로 남을 작품이 될 거라 생각한다. 드라마의 생리와 문법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야말로 실로 돼지를 끄는 심정으로 어렵게 작업한 작품으로, 많은 사람을 얻고 또 잃은 작품이기도 하다. 모든 과정이 의미 있었고 좋은 결과로 남아 행복하다. 어떤 일에서건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첫 드라마 데뷔작으로 첫 단추가 잘 끼워진 아주 고마운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하 배세영 작가 일문일답 전문

Q. '나쁜엄마' 대본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처음 '나쁜엄마'는 영화 시나리오로 기획 됐습니다.

당시 제가 검강검진에서 암 의심소견을 받고 3개월 후 있을 재진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남겨질 아이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했습니다. 마침 남편이 동물약품 회사에 재직하고 있었을 때라 돼지농장을 함께 여러차례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어미돼지는 28일동안만 새끼돼지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그 기간동안 돼지의 모든 습성을 가르치고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마치 어미돼지의 삶이 그 당시에 제가 처한 상황 같다고 느꼈습니다.

길고 짧은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어찌보면 사람은 모두가 시한부 인생이고,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을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합니다. 즉, 부모라면 누구나 '영순'과 같은 처지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아니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떠나야 할까요. 만약 그 자식이 몸도 정신도 성치 않다면요, 도움을 청할 가족 하나 없다면요...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 '나쁜엄마'가 시작되었습니다.

Q. 영화 시나리오와 드라마 대본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내가 생각하는 주제를 최소한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영화라면, 드라마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최대한 한 줄 한 줄 풀어서 자세하고 반복적으로 말해 주어야 하는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영화와 드라마를 접하는 공간과 시간과 차이이기도 한 것 같은데요. 영화는 눈으로 보고 드라마는귀로 본다는 말이 있듯이 영화는 영화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등장인물들의 모든 대사와 행동을 집중해서 보는 반면, 드라마는 여러 다양한 공간과 상황에서 시청을 하기 때문에 자칫 중요한 대사나 행동을 놓치게 됩니다.

두 달가량 되는 방영기간동안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중요한 서사와 감정을 반복해서 복기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드라마에는 영화 시나리오에서는 금기시 되는 독백이나 회상 등이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드라마 작업은 단순히 짧은 이야기를 분량적으로 길게 늘리는 작업이 아닙니다. 각각의 화에서 독립적인 기승전결이 필요했고, 전체 주제로 귀결하기 위한 빌드업 과정도 필요했으며 각 화간의 연계성과 연속성, 다음 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엔딩 포인트도 중요했습니다.

영화적 문법에 익숙했던 저에게는 긴 호흡을 가지고 여러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얽혀 돌아가는 드라마의 문법이 굉장히 낯설고 어려웠습니다. 또한 개봉 후 단번에 전체적인 평가를 받는 영화와는 달리 매 화 달라지는 평가와 시청률, 대사 한 줄, 행동 하나하나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는 '실시간 톡' 시스템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Q. 요즘은 '나쁜엄마'처럼 무거운 드라마가 성공하긴 쉽지 않은 시대인 것 같다.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따뜻하지만 그 이면에 서늘한 음모와 복수의 서사가 도사리고 있고, 무겁지만 그 뒤에 가볍고도 유쾌한 조우리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긴장감과 편안함을 동시에 느끼며 흥미있게 봐 주신 것 같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눈과 사고를 즐겁게 하는 세련된 장르물들이 인기를 얻다보니 오랜만에 나쁜 엄마처럼 투박하지만 마음을 건드리는 드라마가 반가웠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독 50,60대 어른들께 재밌게 보았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는데요. 조우리라는 시골마을의 풍경과 친근한 이웃들이 이야기, 그리고 부모와 자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 것 같습니다.

Q. 주연 배우 라미란, 이도현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 대본을 쓸 때부터 두 사람의 조합을 생각했었는지?

라미란 배우님이 영순으로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던 그 날이 생각납니다. 강인하고 냉혹한 엄마의 이미지를 생각했을 때 라미란 배우님을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일것입니다. 기존 작품들에서 보여주신 그 밝고 유쾌한 이미지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라배우님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에 대해 익히 들어 온 저로서는 오히려 이미지가 정형화 되지 않은 엄마 라배우님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컸습니다. 자칫 무겁고 어두운 영순의 모습이 라배우님의 밝은 기존의 이미지로 인해 상쇄될 수 있는 탁월한 캐스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도현 배우님이 캐스팅 확정 되던 날은 보조작가들과 밤새 배우님이 출연했던 기존 작품들을 보고 또 보며 행복해 했습니다. 검사 강호로서의 차가운 이미지, 7세 아이로서의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이미지가 다 들어있는 배우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입을 모아 인정하는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구요. 그만큼 우리 나쁜 엄마의 영순과 강호로 완벽한 배우님들이라 생각했고 종영이 된 지금 이 순간까지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두 배우님을 너무 좋아하는 팬이었지만 직접 만나게 된 건 이번 작품 캐스팅 과정에서 처음이었습니다. 라미란 배우님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본 이미지보다 훨씬 더 여성스러운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작품을 대하고 해석하고 과정에서 연기적으로나 외모적으로나 자신이 쌓아 온 모든 이미지를 과감하게 내려놓는 모습을 보며 나쁜 엄마를 대하는 라미란 배우님의 진정성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도현 배우는 작품에서 보는 이미지와는 달리 굉장히 다정다감하고 스윗한 배우였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건전하고 착한 교회오빠 같은 느낌도 들었고 나이에 비해 진중하고 깊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첫 미팅 때 엘레베이터 안에서 공손히 배꼽인사를 하며 '작가님 걱정마세요. 저 무조건 잘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장면이든 마음껏 쓰세요. 화이팅!' 하고 말해주셨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정말 큰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Q. 심나연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케미는 잘 살았다 생각하는지?

정말 영리하고 능력있는 성실한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집필이 처음이어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었을 때, 감독님이 합류하시면서 방향을 잘 이끌어 주셨습니다.

나이도 젊은데다가 아직 아이가 없는데도 엄마의 감성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어서 오히려 제가 감독님에게 엄마의 감성을 배울 때가 많았습니다. 자칫 올드해 질 수 있는 이야기를 너무도 감각적으로 잘 연출해 주셔서 나쁜 엄마가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배우님들의 목소리는 늘 감독님의 연출과 현장진행 능력, 성품에 대한 칭찬일색이었습니다. 작품의 작가로서 너무나도 감사한 부분이었습니다. 감독님과의 작업의 과정과 결과가 너무나도 만족스러워서 언제고 다시 함께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Q. 기대한 것 이상의 연출을 보여준 신이 있다면?

모든 것이 기대 이상이어서 어떤 장면을 뽑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중 정말 놀랐던 장면은 1화에 봉우 농장 화재장면입니다. 실제로 농장에 불을 놓고 폭파 시키는 구현을 보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어느 장면 하나 소홀히 하거나 대충 넘어가지 않고 정성스럽게 찍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또한 4화 말미에 강호가 통통볼을 찾아 다니던 장면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하늘을 보고 누웠을때 통통볼을 찾게 되는 장면에서 '돼지는 넘어져야 하늘을 볼수 있다'는 프롤로그에 담긴 저의 의도가 역설적으로 뒤에 찾아올 기적을 암시하는 것 같아서 감동스러웠습니다.

Q. 작품에서 돼지가 아이코닉한 소재로 사용되는데, 돼지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28일동안만 새끼와 있을 수 있는 어미 돼지의 상황과 주인공 영순이 너무도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닮았지만 다른 시한부 상황을 은유적으로 작품과 연결하려고 하였고, 하늘을 볼 수 없는 돼지가 하늘을 보기 위해서는 넘어져야 한다는 시련이 있지만 그것을 견디고 이겨내어 기적을 만든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엄마를 상징하는 동물이 있다면 항상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돼지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Q.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를 나눌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좋은엄마와 나쁜엄마를 나눌 수 있는 정형화 된 기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랑, 나쁜 사랑이 없듯이 말이죠. 아무리 자식입장에서 좋은 엄마였다고 말해도 엄마는 결국 자신이 나쁜 엄마였다고 말 할 것입니다.

좋은사람 나쁜사람은 보편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라는 두 글자가 붙는 순간 좋은? 나쁜? 이라는 개념이 모호 해 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쁜 엄마의 영어식 제목이 The good bad mother 입니다.

Q. 첫 드라마 '나쁜엄마'는 배세영 작가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극 중 영순과 강호가 오해를 풀며 성장했던 것과 같이 이 작품을 통해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

드라마의 생리와 문법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야말로 실로 돼지를 끄는 심정으로 어렵게 작업한 작품입니다. 많은 사람을 얻었고 또 많은 사람을 잃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모든 과정이 의미있었고 좋은 결과로 남아 행복합니다. 인연으로 만났지만 운명으로 남을 작품이 될 것입니다. 어떤 일에서건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드라마 데뷔작으로 첫 단추가 잘 끼어진 아주 고마운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작품을 통해서라기 보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시각을 보면서 응원, 질타, 모든 것들이 앞으로 작업을 해 나가는 과정에 많은 힘과 채찍이 될 것 같습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겸허하게 시청자들의 의견을 듣는 받아들이는 제 모습, 그 자체에서 제가 참 많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필름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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