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아이돌과 소속사의 전속계약 분쟁 소식이 계속되고 있다.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 그룹 비에이이173(BAE173) 출신 남도현은 지난 22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지난 3월 소속사 포켓돌스튜디오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했음을 전했다.

이를 통해 남도현은 포켓돌스튜디오의 제약을 받지 않고, 개별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츄를 시작으로 12명의 멤버 모두가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와 대립각을 세웠던 그룹 이달의 소녀 역시 전속계약 소송을 통해 자유를 얻었다.

츄가 가장 먼저 전속계약 정지 소송을 내 일부 승소했고, 이어 희진, 김립, 진솔, 최리, 하슬, 여진, 이브, 올리비아혜, 고원 9명이 같은 소송을 내 같은 결론을 이끌어 냈다.

이들 중 희진, 김립, 진솔, 최리는 최초 소송서 승소했다. 하슬, 여진, 이브, 올리비아혜, 고원 등은 이 소송에선, 졌지만 항소 끝 최근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지난 2월 뒤늦게 소송을 나섰던 현진과 비비 역시 같은 결론을 이끌어내며, 멤버 전원이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와는 별개로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사 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 간부의 갑질과 부당대우 등을 폭로한 그룹 오메가엑스 역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지난 1월 사실상 승소했다.

멤버들은 지난달 입장문을 내고 “전 소속사 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와 오랜 논의 끝에 전속계약을 해지하기로 상호 원만하게 합의했다”라고 밝히며, 각종 분쟁들이 종결됐음을 알렸다.

최근 그룹 엑소의 유닛 첸백시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도 전속계약 체결 건을 두고 의견을 달리해 내용증명을 주고받았지만, 이는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됐다.

이들 외에도 다수의 계약 분쟁이 현재 진행 중인데, 이렇게 크고 작은 계약 소송 건이 계속되는 것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나뉜다.

아이돌들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가운데, 이들이 정산이나 처우 등에 직접 목소리를 내고, 소속사와 이 문제들을 조율해나가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에는 큰 이견이 없다.

소속사의 갑질이나, 노예 계약, 미정산 등의 문제는 K팝의 발전을 저해하는 고질적 문제였기 때문, 계약의 주체들이 모두 표준계약서를 바탕으로 한 계약 내용에 집중하고, 어긋났을 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긍정 시그널이란 반응이 많다.

하지만, 무분별한 ‘소송전’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대화보단 소송을 통해 권리 주장을 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해당 아이돌 그룹 또는 개인의 활동 공백이나, 구조 변경이 불가피하기 때문 양측 다 손해를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잡음이 계속되는 이유는 ‘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K팝 시장이 성장하며, 계약과 활동 자체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빗발치는 계약 소송전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춤과 노래가 좋아 아이돌을 꿈꾸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궁극적 목적은 수익이다. 이는 소속사 역시 마찬가지다. 더 좋은 처우,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하고 바랄 수밖에 없다. 함께 번 돈을 나눠 갖는 구조이다 보니, 어느 한쪽은 서운한 감정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소속사와의 대화를 통해 이 감정을 해소한다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제3자가 문제가 개입하기 시작하면 법정공방으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이야기다.

가장 가까운 제3자는 가족 또는 지인이다. 한 중견 기획사 관계자 A씨는 티브이데일리에 “아이돌들도 활동을 거듭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중, 고등학교 동창생이거나 연습생 동기 등 다양한 이유로 친분을 맺고 있기 때문, 같은 팀이 아니더라도 만나 대화할 기회가 많다”라며 “서로 각자의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띌 수 있다. 과거에는 대화를 통해 개선해 나갔다면, 최근에는 내용증명부터 보내고 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돌 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발굴, 육성 단계에서부터 막대한 투자가 들어간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기업인 소속사 보단, 개인인 아이돌 멤버들을 약자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악질’ 소속사에서 벗어나는 것은 당연지사겠지만, 일부 악용하는 아이돌 멤버들을 보면 기운 빠지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A씨의 말처럼 법원은 아이돌 멤버들을 약자로 보는 경우가 사실상 대부분이다. 연예계 특유의 정산 방식을 흔히들 말하는 ‘열정 노동’으로 보고, 이를 부당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진행된 한 아이돌 그룹의 계약 소송에서 판사는 20대에 춤, 노래 재능을 가진 남성들이 국내외에서 쉼 없이 공연을 진행하고도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것에 의아함을 드러냈다.

해당 아이돌이 탄생하고 자리를 잡을 때까지 수십억이 들었기 때문, 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게 우선이라는 소속사의 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소송 역시 아이돌들의 승리로 끝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런 위치를 악용하는 아이돌들도 늘고 있다. 중소 기획사 관계자 B씨는 “계약 소송에서 승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애초에 소송을 염두에 두고 증거를 수집하는 아이돌들도 있다”라며 “소속사에 이야기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병원을 찾아가 진단서를 끊거나, 소속사에서 지원하는 차량이나 식대 등을 교묘하게 피하고 개인적으로 이런 것들을 해결하는 증거를 남기는 거다. 회사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눌 때 녹취를 하는 경우는 이제 흔하다”라고 털어놨다.

또, “소속사와 아이돌을 갑과 을의 관계로 구분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최근에는 소속사가 철저한 을의 입장에 있다. K팝 산업의 발전을 이어가기 위해 불필요하고 무분별한 전속계약 분쟁은 분명 지양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달의소녀

최근에는 가족과 지인이 아닌 계약 파기만을 목적으로 한 외부 세력의 개입 역시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기를 얻고 있는, 혹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그룹 멤버들에게 접근해 전속계약 위반을 유인하는 세력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영미권에서 신기록 행진을 벌이고 있는 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소속사 어트랙트는 23일 “멤버들에게 접근, 중상모략과 감언이설을 통해 잘못된 판단을 유도, 유효한 전속계약을 무시하고 자신들과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인하는 불법적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라고 밝히며, 이 세력들에 대한 법적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들에 따르면 이러한 보이지 않는 손은 해외 거대 자본 등을 바탕으로 아이돌들에게 접근, 각종 사탕발림으로 이들을 흔든다. 이런 상황이 생길 경우, 연예 제작자, 매니지먼트 협회 등 유관기관의 개입으로 인해 국내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대체로 해외에서 즉시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이들의 목표물이다.

연예 관계자 C씨는 “해외에서 인기가 있어서 국내 활동을 배제하고도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돌들에게 주로 접근하는 식이다. 전속계약을 정상적으로 해지하고 새 계약을 체결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 소송을 유도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의 경우 아티스트의 가치 보단 돈만 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당장 필요한 곳에 이들의 이미지를 소모한다. 발전을 통한 다음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 결국은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남도현

이런 상황이 반복되며, 업계 역시 자구책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표준계약서 내용을 준수하고, 정산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소속사 자체적으로 투명한 운영을 통해 소송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 정산 내역이 없더라도 매달 정산 내역을 공개하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변화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 역시 부모나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 인력과 동행해 이 정산서를 확인하는 등 감정적 대응을 최대한 배제하는 분위기다.

유관기관들을 중심으로 업계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엔터 산업 자체가 양지의 문화로 정착하며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지만, 여전히 소속 아이돌들을 혹사시키는 악질 기획사들이 존재하기 때문, 이들에 대한 자체적 징계 방안 등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계약 분쟁을 유도하는 외부 세력에 대한 대응은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또 다른 중견 기획사 관계자 D씨는 “소속사 차원에서 이런 외부 세력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법적 대응을 시사하는 등 철퇴를 내리고 있다지만, 협회들 차원에서 더 강력한 수준의 징계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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