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 "'거미집'으로 영화에 대한 사랑 되찾았죠" [인터뷰]
2023. 09.25(월) 08:30
거미집 김지운 감독
거미집 김지운 감독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하루에 수십 번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가끔 환멸나지만 그럼에도 영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사랑을 되찾은 것도 결국 영화에 답이 있었다. 그 답을 담은 ‘거미집’으로 돌아온 김지운 감독이다.

27일 개봉되는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김지운 감독은 캐스팅에 유달리 공을 들였다. 극 중 인물들이 끊임없이 대사를 주고받는 만큼 템포가 중요했고, 이를 정확하게 관객에게 전달해 줄 딕션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했다고, 김지운 감독은 “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니까 자칫 지루해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한정된 공간과 인물들에게 계속 상황들을 주면서 역동성을 잃지 않기 위해 리듬감을 줬다”면서 “이런 감각들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딕션이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걸로 원칙을 세웠다”라고 했다.

특히 영화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등 숱하게 호흡을 맞췄던 배우 송강호를 또 캐스팅하는 데엔 믿음이 있었다. 김지운 감독은 “그 배우가 중심을 잘 잡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면서 “훌륭한 배우가 되는 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거라는 걸 송강호를 보면서 느낀다. 송강호는 자기 것만 하는 게 아니라 현장을 끊임없이 면밀히 살피는 배우다”라고 송강호에 대한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송강호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에 대한 믿음도 강했다. 김지운 감독은 “특히 오정세가 나오는 ‘남자사용설명서’를 너무 재밌게 봤다. ‘극한직업’에 잠깐 나오는데도 장악력이 좋더라. 이런 배우랑 못 할게 뭐가 있겠나 싶었다. 전여빈은 마음으로 연기하는 스타일이더라. 그래서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하라고 했고, 톤 조절만 해줬다”라고 했다.

모두가 의외라고 했던 정수정도 나름 캐스팅의 이유가 있었다. 김지운 감독은 “정수정 씨와 이야기하다가 순간 한유림이 갖고 있는 새침함과 철없는데 러블리한 느낌을 받았다. 테스트 삼아서 대본 리딩을 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딕션이 좋아서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지운 감독은 딕션 좋은 배우들로 고집한 이유에 대해 “배우들과 첫 리딩할 때 ‘난 이 영화가 수다를 떠는 게 음악처럼 들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트장 이곳저곳 공간들을 이리저리. 저는 공간집착형이어서 세트를 만들어놓으면 구석구석 다 쓰는 스타일이다. 그런 공간들을 다 휘저으면서 인물과 공간에다가 계속 상황들을 주면서 역동성을 잃지 않기 위해 리듬감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거미집’의 김열 감독을 보고 있노라면 언뜻 김지운 감독의 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 김열 감독이 원하는 결말을 만들기 위해 집착하거나 배우들을 살살 달래는 모습들은 실제로 김지운 감독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김지운 감독은 이에 대해 “알게 모르게 김 감독의 결정적인 대사들에 내가 현장에서 느꼈던 크고 작은 감정들과 에피소드들이 많이 들어가 있더라”라고 했다.

이어 김지운 감독은 “강호세(오정세), 신상호(정우성) 감독을 만나는 장면이 사실 감독의 내면이 반영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세트의 앙상한 후면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이것이 영화의 현장에서 나아가 삶에 있어 보여주고 싶은 것과 감추고 있는 것이 잘 드러난 장면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지운 감독은 김열이 영화의 결말을 쁠랑 세캉스, 이른바 원테이크로 찍는 장면에 대해 “현장에서 모두가 초긴장 상태에서 템포와 타이밍을 잃지 않고 일했을 때 제가 얻은 감동을 표현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극 중 김열 감독이 천국과 지옥의 감정을 오가며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과정도 김지운 감독의 경험에 비롯됐다. 김지운 감독은 “박찬욱 감독도 영화 촬영하면서 하루는 자기가 천재 같기도 하고, 쓰레기 같기도 한다더라. 나도 마찬가지다. 일상에서는 큰 감정 변화 없이 평상심을 유지하는 사람이고, 현장에서도 그러려고 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와 이건 누구도 할 수 없는 걸 내가 해냈다’ 싶다가도 ‘왜 내가 못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이 왔다 갔다 한다. 영화가 뭐라고 금방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럽다가도 금세 환희에 차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거미집’은 개봉 전 진행된 시사회를 통해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과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대중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지운 감독은 “대중성은 나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고민한다. 그래서 ‘조용한 가족’이 많이 생각났다. ‘조용한 가족’이 개봉 당시에는 ‘거미집’ 보다 더 파격적이고 리스크가 컸다. 상업 영화로서는 절대 흥행할 수 없는 몇 가지 리스크를 안고 있었지만, 어쨌든 성공했다”면서 “‘조용한 가족’을 교훈으로 생각한다면 새로운 것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한국 영화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거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한국영화 위기의 시대, ‘거미집’을 세상에 내놓으며 김지운 감독은 흥행만큼이나 많은 이들이 영화에 대한 사랑을 되찾았으면 했다. 김지운 감독은 “한 가지 일을 하다 보면 자기 일에 긍지도 느끼고 자부심도 느끼면서 하면서도 어떤 환멸도 느끼지 않나. 이 영화를 만들고 나서 영화에 대한 사랑을 다시 찾게 되는 나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영화가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최하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거미집 | 김지운 감독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