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질란테' 실패한 각색, 언제나 서사가 우선입니다 [TV공감]
2023. 12.01(금) 08:00
비질란테
비질란테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중요한 걸 놓치고, 엄한 데다가 힘을 쏟았다. 원작의 의미, 서사를 제대로 담지 못한 ‘비질란테’다.

지난 29일 7, 8회 공개와 함께 막을 내린 디즈니+ 새 오리지널 시리즈 ‘비질란테’(감독 최정열)는 낮에는 법을 수호하는 모범 경찰대생이지만, 밤이면 법망을 피한 범죄자들을 직접 심판하는 ‘비질란테’로 살아가는 김지용(남주혁)과 그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치열하게 맞서는 액션 스릴러다.

이번 작품은 글로벌 누적 조회수 3억 7천만 뷰의 동명의 인기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영화 ‘글로리데이’ ‘시동’의 최정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남주혁 유지태 이준혁 김소진 등이 출연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인 만큼, 출발부터 유리한 지점에서 시작한 ‘비질란테’다. 원작 팬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청자들의 유입 여부는 원작을 어떻게 각색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이 점만 놓고 보면 ‘비질란테’는 각색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약 140여 편에 이르는 원작을 8부작 시리즈로 압축시켜 제작하는 만큼 원작의 모든 내용을 담을 수는 없다. 그만큼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취사선택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비질란테’는 원작의 액션 요소를 더욱 극대화하는 길을 택했다. 비질란테가 악인을 처단하거나 조헌(유지태)이 수사하는 방식 등 액션신이 주는 재미와 스릴에 더 집중했다.

그러나 액션신에 들인 공만큼이나 서사나 개연성에 정성을 들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원작이 사랑받았던 이유 중 하나인 사적 복수에 대한 옳고 그름, 불법을 잡는다는 정의를 위해 행하는 불법, 사법체계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들을 깊이감 있게 다루지 못했다. 메시지들이 기능하려면 서사가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비질란테’는 이를 간과한 것이다. 캐릭터들이 내뱉는 대사들이 마치 밀린 숙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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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원작에서 사건마다 중요한 연결고리를 했던 캐릭터를 삭제했으면 그만한 이음새를 만들어줬어야 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구멍을 그대로 방치해 서사의 빈틈이 발생케 했다. 비질란테 김지용이 어떻게 세울 미래자원 회장 김삼두(윤경호)와 방 씨(신정근)를 타깃으로 삼았는지, 왜 최미려(김소진)를 보호하려고 하는지, 조강옥(이준혁)은 왜 비질란테를 추앙하게 됐는지를 설명하는 중요 설정들이 빠지면서 서사가 한층 빈약해졌다.

무엇보다 ‘법의 구멍을 메운다’는 김지용이 악인을 처단하는 원칙의 기준에 맞지 않는 몇몇 사건들이 추가되면서 김지용의 정의가 퇴색됐다.

서사가 중간중간 뭉텅이째 잘려나가다 보니 캐릭터의 빌드업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캐릭터들의 감정선이나 서사가 겉핥기식으로 처리되다 보니 감정 이입할 만한 부분도 반감됐다. 특히 비질란테에 대한 각기 다른 시각을 지닌 조헌, 조강옥, 최미려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보니 각 캐릭터들 뿐만 아니라 이들이 바라보는 비질란테 김지용의 캐릭터도 자연스레 흔들렸다. 이는 몇몇 캐릭터들이 작품에서 겉돌고 과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여기에 강력한 빌런으로서 존재해야 했던 방씨의 존재감도 그다지 살아나지 않았다. 폭력의 굴레 속에 살아가는 인물인 방씨의 악랄함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면서 그와 맞서야 하는 김지용의 정의도 당위성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

아무리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도 탄탄한 서사 없이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각색과정에서 이를 망각한 ‘비질란테’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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