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을 가슴에 품어보지 않은 부부는 손에 꼽힐 터. 이혼이 흠이 되었던 예전과 달리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이혼은 그저 상황이 좋지 않아 맞닥뜨린, 그러니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이슈다. 이러한 세태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게 이제는 이혼도 재혼도, 활발히 소재로 활용 중인 예능프로그램의 세계다.

최근 MBN에서 방영 중인 가상 이혼 예능프로그램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이하 ‘이혼할 결심’)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이혼 갈등을 겪고 있으나 회복을 원하는 유명인 부부, 고민환과 이혜정, 정대세와 명서현, 류담과 신유정이 출연하여 부부간의 치열한 대립 상황 속에서 이혼의 과정을 밟는 내용을 담는 까닭이다. 물론 가상으로다.

하지만 가상이 아닌 실제 상황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출연자들은 주어진 설정에 제대로 몰입하고 있어, 보는 이들은 짙은 현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출연자들이 현실에서 직접 마주하고 있는 갈등을 기반으로 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일 터.

본격적인 이혼을 앞두고서야 지난날을 되짚으며 당시의 고통으로 인해 혹은 상대방에 대한 미안함과 그에 따른 후회로 눈물을 흘리는 출연자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충분했다. 이는 ‘이혼할 결심’이 단순히 설정에 불과한, 그저 웃자고 만들 수 있는 그러한 프로그램이 아님을 증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즉, 해당 프로그램이 가진 현장감 및 현실감은 출연자를 비롯하여, 덩달아 함께 몰입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정대세와 명서현의 어린 자녀들을 두고 정서적 아동학대 논란이 불거지게 된 동력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의 어린 자녀들이 부모의 이혼 소식에 슬퍼하며 같이 살고 싶다고 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은, 아무리 가상이라 하더라도 해당하는 상황이 아이들에게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그리하여 그저 재미있게만 볼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이 아님을 깨닫게 했으니까.

당연한 이야기로, 어른과 아이가 받아들이는 가상 현실의 강도는 같을 수가 없다. 사전에 충분히 인지시켰다 해도 아이들은 가상과 실제 현실을 연관 지을 가능성이 높다 할까. 게다가 이미 현실에서도 부모의 다툼을 적지 않게 목격했을 것이니, 혹시나 하는, 현실화에 대한 불안이 마음 한구석에 깊이 자리 잡진 않았을까, 하는 오지랖이라면 오지랖일 수 있는 우려가 자꾸만 고개를 바짝 드는 게다.

‘이혼할 결심’의 제작진이 출연자와 가족의 동의 하에 촬영이 이루어졌으며 아동 심리 보호를 위한 충분한 상담 또한 거쳤다고 해명했음에도 불안감이 채 가시지 않는 이유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감을 한층 증폭시키는 것은, 경계가 불분명한 가상 현실을 끌고 들어와 짙은 현장감을 제공하고 있으면서 여기서 비롯된 이혼의 현실적 무게감이, 정작 아이들에게 얼마나 직격타가 될 지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제작진의 태도다.

아이에게 부모의 이혼은 세계가 무너지는 일이다. 상상조차 고통스러운 것으로 설사 설정에 불과한 가상의 상황이라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상흔이 남는다. 이에 대해 좀 더 책임감 있는 고민을 했다면 가상의 현실에 아이들은 포함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그랬다 하더라도 충분히 현실감 가득한 ‘이혼할 결심’이 되었을 것이다.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은 어디까지나 부모의, 어른의 일로 아이는 하나부터 열까지 깊은 배려를 받아야 마땅하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