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죽었다' 김세휘 감독, 주목할 만한 신인의 탄생 [인터뷰]
2024. 05.16(목) 08:00
그녀가 죽었다 김세휘 감독
그녀가 죽었다 김세휘 감독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오래 주목하고 싶은 신인 감독의 탄생이다. 역대급 캐릭터 설정에 독특한 구성의 시나리오까지, 배우 변요한과 신혜선이 왜 ‘천재’라고 했는지 일변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녀가 죽었다’로 감독 데뷔한 김세휘 감독의 이야기다.

15일 개봉되는 ‘그녀가 죽었다’(감도 김세휘)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그녀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관음증 남자와 관종 여자의 이야기라니. 비호감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막힘없이 밀고 나간다. 신인 감독의 첫 상업영화라고 하기에는 그 선택들이 매우 과감하다. 김세휘 감독은 “시체를 발견한 사람이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다면”이라는 한 줄의 로그라인에서 ‘그녀가 죽었다’가 시작됐다고 했다. 왜 그 사람은 신고를 할 수 없었는지 점차 확장시키다 보니 관음증 남자와 관종 여자라는 희대의 캐릭터가 탄생했다.

김세휘 감독은 구정태와 한소라를 통해 인간 본성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단다. 인간 본성의 극단에 놓인 사람이 변명을 하면 본성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었다고. 그는 “SNS가 그런 본성을 만들었다기보다는 그런 본성이 발현되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절대 알 일 없었던 사람이랑도 SNS를 통해서 가깝게 지내지 않나”라면서 “SNS를 통해 스스로를 좀 더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인간들의 본성이 나타났다. 그런 본성의 발현을 아예 극에 있는 사람들로 보여주면 사회 현상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을 이용해 타인의 집을 관음 하고, 제 멋대로 ‘쓸모없는’ 물건을 가져와 자신의 집을 전시하는 구정태다. 또 한소라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점차 이상행동을 하는 인플루언서다. 영화 속 두 사람의 기상천외한 행태는 경악스러우면서도 어쩌면 현실에 있을 법한 모양을 하고 있다. 여기엔 김세휘 감독이 실제 경험에서 느낀 단상들이 조금씩 녹아 있었다. 김세휘 감독은 “구정태 같은 경우는 제가 아직 독립을 못해서 혼자 살면 어떤 집에 살면 좋을까 해서 부동산 어플을 통해 남을 집을 많이 본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은 나쁜 의도로 그 집에 가서 보고 싶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구정태 캐릭터를 만들었다. 또 어렸을 때 흙 안에 들어가는 개미를 보는데 어디로 가는지 너무 궁금하더라. 구정태도 그런 마음으로 집 안에 개미집을 만들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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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독특한 구성 방식은 캐릭터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에도 적용돼 있다. 극 초반에서 중반을 이끌어가는 구정태에게는 이렇다 할 전사가 없지만, 중반부 이후로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한소라에게는 전사를 부여했다. 영화는 왜 한소라가 관종이 될 수밖에 없는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이에 대해 김세휘 감독은 “원래 한소라의 전사도 뺄 생각이었다. 얘가 얼마나 뒤틀린 인간인가로 포문을 열고 싶었다. 그러려면 한소라에게는 전사가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주인공 모두 비호감 캐릭터로 설정한 것을 두고 주변의 우려가 많았다고. 김세휘 감독은 이에 대해 “우려가 굉장히 많았다. 아무래도 누군가에게는 이입을 하고 가야 이 영화가 상업적으로 풀릴 수 있을 거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저도 그 부분에 최대한 방어하기 위해서 구정태라는 인물이 나쁜 인물이기는 하지만 자기 딴에는 자기가 만든 선을 절대 넘지 않는 인물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세휘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만큼은 구정태의 그런 부분들에 대해 ‘그래’하고 할 정도로만 하고 그 후에는 잘못된 범죄자라고 생각하게끔 하자고 했다”면서 “그럼에도 우려하신 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 캐릭터는 바른 인물이 나와야 극을 끌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영화 캐릭터는 주제를 돋보일 수 있다면 부정한 인물이 나와도 관객들이 주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전했다.

캐릭터에 대한 주변의 우려와는 다르게 캐스팅 과정은 그야말로 김세휘 감독을 ‘성덕’으로 만들었다. 그간 변요한의 필모그래피를 따라 볼 정도로 팬이었던 김세휘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에 변요한은 큰 흥미를 느꼈고, 단번에 수락했기 때문이다.

물론 김세휘 감독이 ‘팬심’ 하나만으로 변요한에게 시나리오를 건넨 것은 아니다. 김세휘 감독은 “변요한 배우의 작품들을 다 봤었다. 특히 단편영화 ‘토요근무’에서 어린 여자 애가 혼자 있는 집에 근무를 가는 설치 기사를 연기했다. 어린 여자애가 있는 집에 젊은 남자가 갔을 때 위험하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 들고 이 사람은 선을 지킬 것 같다는 그럼 믿음을 주는 얼굴이랑 연기였다”면서 “구정태에게 필요한 이미지가 그런 부분이었다. 그래서 변요한 배우라면 그런 믿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세휘 감독은 신혜선 캐스팅에 대해 “한소라가 인플루언서이기 때문에 사랑스러운 매력이 충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결백’에서는 미세한 스릴러 연기도 훌륭하게 잘 해내시더라. 그런 부분들 때문에 신혜선 배우를 캐스팅 안 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했다. 변요한뿐만 아니라 신혜선도 김세휘 감독을 ‘성덕’으로 만드는데 큰 몫을 했다. 연기라면 더할 나위 없는 두 배우들이 자신이 직접 생각해 내고 글로 옮겨 적은 캐릭터들을 연기한다니, 그것만으로 영화 연출에 대한 김세휘 감독의 꿈은 절반 이상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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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명확한 메시지를 가지고 거침없이 캐릭터를 설계하고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완성한 김세휘 감독이다. 마지막 결말도 김세휘 감독의 분명한 의도 하에 만들어졌다. 구정태, 한소라에 대한 어떠한 미화도 하고 싶지 않았다는 김세휘 감독에게는 그 결말이 최선의 결말이었다.

자신의 첫 영화를 세상에 보내야 할 날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시점, 김세휘 감독은 매일 꿈꾸는 것 같다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 임시보호하고 있던 새끼 고양이를 이제 주인에게 보내야 하는 느낌이라고. 주인이 고양이를 예뼈해줄 거란 걸 알면서도 묘한 감정이 든단다.

김세휘 감독에게는 당장 흥행에 대한 생각보다는 자신의 새끼 고양이인 영화가 주인인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가 더 중요했다. 김세휘 감독은 “일단 다른 거 없이 영화 끝나고 ‘재밌는데?’라는 반응이 제일 원하는 반응이긴 하다”라고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콘텐츠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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