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다. 나와 함께 하는 동료들을 믿고, 해야 할 것들을 함께 하면서 더 좋은 작품을 위해 고민했다. 배우로서 자신의 쓸모에 최선을 다했던 배우 주지훈이 있었기에 우리는 ‘조명가게’라는 웰메이드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18일 8회 공개를 끝으로 종영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지 ‘조명가게’(극본 강풀·연출 김희원)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주지훈은 극 중 조명가게 주인 원영을 연기했다.

주지훈은 ‘조명가게’의 수많은 등장인물 중 원영을 ‘선택’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김희원 감독에게 대본을 받았다는 주지훈은 “장난으로 네가 캐릭터 고르라고 하더라. 대본을 읽었을 때 작품 자체가 재밌었다. 그럼 나는 원영이를 하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왜 원영을 선택했을까. 주지훈의 이유는 단순했다. 원영이 연출과 시청자의 시선을 대변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주지훈은 “원영의 서사가 있지만, 그전에 원영이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시청자들과 감독의 시선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주지훈은 원영이라는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연기하지 않았다. 주지훈은 “감독님이랑 이야기했던 게 작품이 미스터리 호러로 시작하지 않나. 4부까지 원영이 호스트이고 게스트들이 계속 찾아오지 않나. 그리고 원영은 그들에게 명확하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그 과정에서 미스터리함을 주고, 원영이 왜 저러는지 시청자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봐야 하지 않나. 그런 것들을 저 혼자 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지훈은 “전 이 작품에서는 더욱더 완전한 미장센이라고 생각했다. 작품이 되게 땅에 붙어있지 않나.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일어난 일인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판타지 아닌가. 원영이는 기능적일 수 있다”라고 했다.

미장센으로 기능하기 위해 주지훈은 연기는 자연스럽게 하되 호흡을 불규칙하게 사용했다. 주지훈은 “저는 기본적으로 연기는 내추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숨을 쉬어야 하는데 이 친구는 호흡이 자연스럽지 않을 때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주지훈은 작품의 메시지에 집중했다. 배우가 끌고 가는 작품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작품의 정서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게 생각했단다. 주지훈은 “촬영할 때 편집을 어떻게 할 거라고 감독이 다 이야기를 해줬다. 그런 것들을 다 믿고 갔다”면서 “너무 신뢰가 가는 배우들이라 믿고 연기를 던질 수 있었다. 철두철미한 감독과 스태프가 모였으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들이 영상으로 표현될 확률이 높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했다.

주지훈은 두말하지 않고 김희원 감독을 ‘최고’라고 했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질문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확신에 차서 말했다. 주지훈은 “모든 감독들이 다 저렇게 해야 한다. 대부분이 그렇게 해야 한다. 당연한 것들을 안 하고 있다”면서 “김희원 감독은 프리 프로덕션을 하면서 당연하게 할 일을 한 것뿐이다. 그러면 이렇게 퀄리티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김희원 감독뿐만 아니라 함께 한 배우들에 대해서도 주지훈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원영의 서사를 함께 한 유희 역의 이정은에 대한 신뢰는 극 후반 클라이맥스 신을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주지훈은 “나 혼자 할 수 없는 게 연기다. 이정은 누나 같은 좋은 동료가 훌륭한 연기를 해주지 않나. 그래서 어려운 게 없었다”면서 “아침에 분장을 하면서 내 감정이 다 날아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오판이었다. 정은 누나가 문을 열고 오는데 무너져 내리는 감정이었다”라고 했다.

이처럼 주지훈은 자신의 캐릭터만 생각하지 않고, 작품의 큰 그림을 이해할 줄 아는 배우였다. 김희원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주지훈도 언젠가 감독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정작 주지훈은 연출 보단 제작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주지훈은 “제작은 재밌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람 아닌가. 소재에 맞는 감독과 작가를 섭외하거나 이야기의 뼈대에 함께 살을 붙여나가는 사람이다. 그런 일에 흥미가 많다”라고 했다.

언젠가 제작자 주지훈으로 만날 날을 꿈꾸며. 그전까지 주지훈은 배우로서 대중과 만날 예정이다. 또한 주지훈은 배우를 떠나 개인으로서 내년에는 조금 더 희망적인 일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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