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화장품 브랜드 A사와 김수현 측이 고 김새론 관련 논란을 둘러싼 품위 유지 조항 위반 여부를 두고 첫 법정에서 정면으로 맞서며, ‘논란 단계’만으로 광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화장품 브랜드 A사와 배우 김수현 측이 고(故) 김새론 관련 논란을 둘러싼 품위 유지 조항 위반 여부를 두고 첫 법정에서 정면으로 맞섰다.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민사부(나)에서 열린 이번 첫 변론에서는 사생활 논란이라는 ‘이미지 리스크’만으로 계약 해지가 가능한지, 연예인의 도덕성 조항이 어디까지 효력을 갖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A사는 김수현의 사생활 논란으로 광고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하며 청구액을 기존 5억 원에서 28억6000만 원으로 크게 늘렸다. A사는 논란이 확산된 이후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입었고, 이는 계약서에 명시된 품위 유지 조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수현이 고 김새론 사망 전까지 교제 사실을 부인했다가 뒤늦게 “성인이 된 이후 교제했다”고 밝힌 점을 문제 삼았다.

A사 측 대리인은 “성인 시점에서 교제했다는 설명은 결국 미성년자 시절부터 유대관계가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이는 소비자 인식과 브랜드 신뢰를 고려했을 때 ‘품위 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루머는 사회적 물의가 아니지만, 사실이 확인된 사안은 사회적 물의로 볼 수 있다”며 계약 해지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에 맞선 김수현 측은 논란의 전제가 되는 ‘미성년자 교제설’ 자체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수현 측은 “교제는 김새론 씨가 대학생이 된 이후로, 미성년자와의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초기 부인 역시 계약 체결 전 있었던 일로 계약상의 품위 유지 조항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회적 물의’ 조항은 구체적 위반 행위가 특정돼야 효력이 발생하는데, 이번 사안은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지점은 확정된 범죄나 판결 없이 ‘논란 단계’만으로 광고 계약을 끊을 수 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다. 연예인을 기용하는 다수의 브랜드가 ‘이미지 훼손 우려’만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왔지만, 김수현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반대로 유족과 유튜브 채널을 상대로 120억 원대 소송을 제기해 논란의 성격 자체가 불명확한 상황이다.

또 하나의 쟁점은 A사가 주장하는 ‘브랜드 신뢰 하락’이 객관적 손해로 인정될 수 있는지다. A사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요구하지만, 김수현 측은 “배우의 과실로 계약이 종료된 것이 아니므로 손해배상 책임은 성립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매출 감소나 명확한 손해로 이어졌는지 입증하는 문제는 광고업계에서 가장 모호한 영역으로 꼽힌다.

이 사건은 더 나아가 연예인과 광고주의 관계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온 ‘도덕성 조항’의 효력 범위를 건드린다. 도덕성 조항은 연예인의 사회적 물의, 사생활 논란, 범죄 연루 등을 이유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지만, 그 적용 기준은 매우 추상적이고 폭넓다. 이번 사건을 통해 법원이 어느 수준부터 도덕성 조항을 인정할 것인지 판단한다면, 향후 광고계 전반의 표준이 재정립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건은 연예인의 사생활 논란이 광고계와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는 방식에 대해 중요한 기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이미지 악화’가 아닌, 실질적인 ‘법적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법이 판가름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계약 해지 기준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었다는 업계의 오랜 문제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음 변론기일은 2026년 3월 13일로 예정돼 있다. 판결 결과에 따라 광고 업계의 모델 계약 구조와 리스크 관리 방식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 이번 재판의 향방에 관심이 모인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