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의 비밀' 유재명의 생각 [인터뷰]
2026. 10.27(화) 10:30
유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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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익숙하고 잘하는 것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변신을 거듭해 왔다. 익숙한 테두리를 벗어나, 이번엔 ‘좋은 어른’이라는 주제를 품고 대중 앞에 돌아온 배우 유재명의 이야기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수능, 출제의 비밀’(감독 이용재)은 외부와 차단된 출제 본부에서 시험 문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인물들은 40일 동안 합숙하며 단 한 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극한의 환경에서 생활하고,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은 극에 유쾌한 웃음과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 가운데 유재명은 출제 위원장 문주열 역을 맡았다.

‘수능, 출제의 비밀’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뒤 정식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앞둔 유재명은 설렘과 긴장감을 드러냈다. 그는 “출연 배우 중 한 분이 ‘모의고사를 본 것 같다’고 하셨다. 저 역시 이제 본시험을 앞둔 기분이라 설레고 떨린다. 적은 예산과 짧은 일정으로 촬영했지만 개봉하게 돼 감사하다. 영화제 당시 관객 반응이 좋아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도 함께 든다”라고 말했다.

유재명은 그동안 악역, 정의로운 인물, 평범하고 다정한 아버지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그럼에도 문주열은 유재명이 처음 보는 인물의 유형이었다. 단순한 악역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한 인물이라고 할 수 없는 다층적인 면을 가진 인물이었다. 쉽게 출연 결정을 하지 못했을 때, 결국 유재명을 움직인 건 작품의 소재와 주제였다. 문주열은 “소재가 신선했고 작품의 방향과 코미디 요소도 좋았다. 지금 시대의 모습을 작품에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도 끌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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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다루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학생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유재명 역시 부모로서 아이의 미래와 진로를 고민해 왔기에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다만 수능은 민감한 문제인 만큼 영화가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유재명은 “수능은 상징성이 크고 민감한 제도다. 영화에서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다만 영화를 본 뒤 교육과 시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으면 했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출제 본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세대 갈등과 공정, 정의에 관한 질문도 던진다. 유재명은 이러한 영화 속 사건을 단순한 소동으로 보지 않았다. 책임을 져야 할 기성세대가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문제없는 문제를 내주셔야 한다’는 대사처럼 영화는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보여준다”라며 “문주열처럼 잘못을 부끄러워하지 않거나 사과하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자기 잘못을 사과할 줄 아는 어른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재명은 문주열을 연기하며 기성세대를 단순한 악역으로 그리지 않으려 했다. 그는 문주열의 잘못을 보여주면서도 관객이 인물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근엄하고 무서운 모습만 강조하면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았다. 최대한 귀엽고 동물 같은 느낌을 주려 했다”라며 “아버지의 다정한 모습도 떠올릴 수 있도록, 완전히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유재명은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 역시 작품의 유쾌함을 더할 수 있었던 중요한 원동력으로 꼽았다. 유재명은 배우 김영민과 톰과 제리와 같은 관계성을 표현하면서도 수위를 조절한 애드리브로 극의 활기를 더했고, 이선빈과는 갈등 장면의 감정을 밀도 있게 살리기 위해 수차례 촬영을 거듭하며 표현을 다듬었다. 촬영을 거듭하며 배우들 사이의 호흡도 자연스럽게 깊어졌다는 그는 “40여 일 동안 함께 지내며 정이 들었다. 명절에 대가족이 모인 것처럼 서로 의지하며 작품을 완성했다”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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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문주열을 그리며 다시 한번 좋은 어른의 조건을 고민했다. 유재명은 그 질문이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기회로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시야는 넓어졌지만, 자신이 비판했던 어른의 모습을 닮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생겼다고 고백했다. 유재명은 좋은 어른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해왔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아직 제가 완성된 어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다”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이런 태도는 배우로서 작품을 대하는 자세와도 연결돼 있었다. 유재명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꾸준히 활동해 왔다. 여러 작품을 동시에 소화하며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책임감은 더 커졌다”라며 “시간과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다. 이제는 한 작품이라도 더 소중하게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비중 상관없이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유재명은 ‘수능, 출제의 비밀’이 관객에게 위로와 소통의 계기가 되길 원한다고 했다. 그는 “수능이 끝날 때까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잘 버텨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며 학생과 학부모가 이 영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길 바랐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지친 이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그는,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따뜻한 공감의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온전히 닿기를 소망했다. 늘 묵직한 진심으로 대중의 마음을 두드려온 유재명이 그려낼 따뜻한 공감과 위로의 서사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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