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영화 '덩케르크'에서 순수한 소년의 얼굴로 전쟁의 아픔을 상기시키던 배리 케오간이 '킬링 디어'에서는 미스터리 가득한 인물로 변신, 선과 악을 분간할 수 없는 모호한 얼굴을 각인시키며 넓은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영화 '킬링 디어'(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성공한 외과 의사 스티븐과 그에게 다가온 소년 마틴, 미스터리한 그와 친밀해지면서 스티븐과 그의 아내의 이상적인 삶이 완벽하게 무너지는 내용을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배리 케오간이 극 중 마틴 역을 맡아 스티븐 가족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킬링 디어'는 성공한 외과의사 스티븐과 안과 의사인 아내 안나, 두 자녀 킴과 윌리엄스의 부유하고 완벽 해 보이는 일상 뒤, 숨겨진 비밀이 점차 드러나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이다. '킬링 디어'는 인과관계가 뚜렷한 스토리를 통해 미스터리를 만들어내는 작품은 아니다.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는 스티븐과 마틴이 나누는 알 수 없는 대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궁금증을 동력으로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평범해 보이는 인물들의 섬뜩한 이면들이 드러나며 긴장을 만들어내는 만큼, 영화는 다소 정적인 분위기로 흐르기도 한다. 이 같은 기묘한 분위기 속 비밀의 키를 쥐고 있는 마틴의 존재가 궁금증을 자아내며 미스터리를 자아내는 힘이 된다.

이에 마틴을 연기하는 배리 케오간은 선한 듯 섬뜩한, 속을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 연기를 탁월하게 소화해 존재감을 남겼다. 배리 케오간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여러 작품을 통해 개성 넘치는 면모를 보여준 배우로, 이 같은 개성을 능숙하게 활용하며 미스터리를 만들어내는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배리 케오간은 마틴과 스티븐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전인 초반, 소년 같은 순수한 얼굴로 등장해 평범한 소년의 모습을 보여줘 후반부 반전의 강도를 강화시켰다. 더불어 배리 케오간은 극 중 순진한 얼굴과는 달리 스티븐 가족에게 무례한 행동을 일삼는 등 선인인지 악인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을 강조하며 미스터리의 끈을 놓지 않는 노련함을 보여줬다.



여기에 배리 케오간은 마틴이 스티븐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려 했다는 비밀이 밝혀진 뒤에는 섬뜩한 얼굴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며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마틴은 모든 일을 꾸민 주동자의 모습을 하는가 하면, 방관자 또는 심판자의 모습으로 스티븐 가족들 위를 군림한다. 이 과정에서 배리 케오간은 결정적 단서가 되는 중요한 대사를 아무렇지 않은 듯 빠르게 내뱉는 독특한 템포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섬뜩한 눈빛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몰아치는 전개가 아닌, 인물들 간의 미묘한 감정으로 극을 끌고 가는 이번 영화에서 배리 케오간은 순수함과 섬뜩함을 능숙하게 오가며 독특한 매력을 발산했고, 이는 영화 속 긴장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배리 케오간은 자신이 가진 평범한 매력을 무기로, 인물이 가진 극과 극 감정의 완급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하며 미스터리의 주역이 된 셈이다.

배리 케오간은 전작이자 할리우드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영화 '덩케르크'(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에서도 이 같은 장기를 여지없이 발휘한 바 있다. '덩케르크'에서 배리 케오간은 덩케르크에 고립된 병사들을 구하러 가는 민간 어선 선장의 아들 피터 친구 조지 역을 맡았다. 그는 고립된 병사들을 구하는 작업에 직접 뛰어든 선장을 흔쾌히 따라가는 용기 있는 소년 조지를 순수하지만, 강단 있는 인물로 그려냈다.

배리 케오간이 연기한 조지는 선량한 민간인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전쟁이 어린 민간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처절한 상황을 은유하며 전쟁의 아픔을 상기시켰다. 더욱이 분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 상징성이 더욱 중요했다. 배리 케오간은 조지를 더없이 보편적인 인물처럼 보이게 하는 동시에 특유의 개성 넘치는 연기를 통해 내면의 비범함을 강조했다. 이에 배리 케오간은 많지 않은 분량에도 자신의 존재감만은 확실히 각인시켰다.

일상 속 평범한 캐릭터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이를 연기한 배리 케오간 역시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스타성 뛰어난 배우가 아니다. 하지만 배리 케오간은 '덩케르크' 속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얼굴을 각인시키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자신이 가진 평범함에 특유의 개성 넘치는 연기를 덧입히며 극을 이끌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졌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결국 배리 케오간은 무난하고, 평범한 외양이라는 단점을 오히려 무기로 삼으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렇듯 개성 넘치는 젊은 배우 배리 케오간이 다음에 보여줄 모습은 어떨지 기대해본다.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킬링 디어'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