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지상파 시사 교양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며 막을 내렸다.

SBS 교양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이하 '블랙하우스')가 2일 밤 방송된 25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블랙하우스'는 마지막까지 기무사 계엄 문건을 집중 조명하고 남북 관계를 비롯해 한반도 정세를 세밀하게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강유미의 '흑터뷰'까지 선보이며 재치와 유머를 더했다. 프로그램이 표방하는 '거의 정통' 주간 시사 프로그램에 걸맞은 마무리였다.

올해 초 1월 18일 포문을 열며 '블랙하우스'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한 주간의 이슈, 그리고 주목하지 않았으나 알고 보면 중요한 이슈를 제시하는 '거의 정통' 주간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기획 의도를 내세웠다. 이는 대중이 주목해야 하지만 언론의 프레임에 가려진 이슈부터 대중적으로 주목받는 이슈까지 조명하고 나아가 전통적이고 경직된 시사 비평의 틀에서 벗어나 풍자와 해학을 곁들이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7개월 여의 방송 기간 동안 '블랙하우스'는 기획 의도에 부합하는 방송을 보여줬다.

그 중심에는 단연코 실력 있는 제작진이 있었다. '블랙하우스'는 기본적으로 SBS 간판 교양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 취재와 탐사 보도의 노하우를 쌓은 제작진과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뭉친 프로그램이다. 이를 증명하듯 '블랙하우스'는 첫 방송부터 '그알'에서도 조명했던 세월호 실소유주 논란을 조명했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 씨를 단독으로 인터뷰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에도 제보를 중심으로 사실 확인에 근거해 미확인된 미스터리 사건의 실체를 조명하는 '그알' 출신 제작진의 구성 방식이 '블랙하우스'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김어준 총수 특유의 비판적인 시각도 한몫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비롯해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에서 예민한 시사 이슈를 다뤄온 김어준이기에 그가 수년간 쌓아온 시사 이슈 및 비평에 대한 이미지가 '블랙하우스'에서도 유지됐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다. 김어준과 친분이 두터운 정봉주 전 의원의 '미투'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이 부족해 정 전 의원을 옹호하는 내용으로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적어도 '블랙하우스'는 기존 언론, 시사 비평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통쾌함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비판과 단점을 상쇄했다. 특히 코미디언 강유미의 코너 '흑터뷰'가 맹활약했다. '흑터뷰'는 기자가 매복했다가 취재원에게 기습적으로 질문하는 엠부시(ambush) 인터뷰를 기반으로 했다. 이를 통해 정치와 거리가 멀었던 강유미가 현직 국회의원은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들을 찾아가 "다스는 누구 겁니까?'와 같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직설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취재 인력으로 거듭났다.

이는 곧 강유미와 같은 평범한 시청자, 시민들도 언제든 그와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주권자임을 각인시켰다. 나아가 소위 정치에 관해서는 '일자무식'으로 비쳤던 강유미가 활약하는 동안 현직 언론인은 제대로 질문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기성 언론과 방송의 성찰도 유도했다.

결국 '블랙하우스'는 치밀한 치밀한 탐사 보도를 근거로 재치 있게 성역이란 없다는 기지를 드높였다는 점에서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를 발판으로 '그알'과 같은 기존의 지상파 교양들은 적어도 이슈를 재치 있게 풀어내는 '블랙하우스'보다 한층 더 수준 높은 정보와 탐사 보도를 선보여야 했다. 또한 '블랙하우스'를 기점으로 지상파 시사 예능의 새로운 흐름도 생겨났다. 배우 김의성과 주진우 기자가 뭉친 MBC '스트레이트'는 물론 현재 KBS에서 논의 중인 방송인 김제동을 중심으로 한 시사 토크 쇼 등 새로운 형식의 시사 프로그램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기에 불과 25회 만에 사라지는 '블랙하우스'의 여운이 유독 길다. 마지막회에서 제작진은 출연진의 입을 빌려 "한반도 정세가 불안하고 그 답이 궁금해질 때 다시 '블랙하우스'를 봐 달라"고 했던 터. 등대 노릇을 자처했던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유독 곱씹게 만들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제공 및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