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4주 간의 결방을 거치고 ‘놀면 뭐하니?+’로 새롭게 단장한 MBC ‘놀면 뭐하니?’가 ‘뉴스데스크+’ 특집으로 다시 한번 그 저력을 입증했다. ‘뉴스데스크+’는 타이틀 그대로, 유재석과 정준하, 하하, 심봉선, 이미주가 기자가 되어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하고 앵커가 되어 소식을 전하며 초대석을 마련하여 화제의 인물을 초대하는 등, 실제 뉴스라 보아도 무방할 만큼의, 일명 ‘유스데스크’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준비한 모든 기사들이 재미와 의미를 꼼꼼히 챙기고 있었지만 ‘뉴스데스크+’의 백미는 초대석이었다. 화제의 인물을 초대하여 짧고 굵은 대화의 시간을 갖는 자리에, ‘오징어 게임’ 속 등장인물 ‘오일남’으로 열연을 펼쳤던 배우 ‘오영수’를 섭외한 것. 전세계에서 인기 몰이 중인 ‘오징어 게임’의 배우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연기 경력 58년차, 한 길만 오롯이 걸어온 이만이 맞닥뜨릴 수 있는 아름다운 삶의 경지를 제대로 알려준 까닭이다.

“우리 사회가 1등 아니면 안 될 것처럼 흘러갈 때가 있어요”
갑작스레 유명세가 찾아든다면, 게다가 노력의 결과물이라면, 대부분의 힘이 창창한 배우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최대치의 활동을 펼쳤겠다. 하지만 58년동안 배우로서의 시간만 쌓아온 게 아닌 오영수에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분명 환희와 영광을 안겨주고 있었지만 영원하지 않을 즉, 잠시 머무르다 떠날 것으로 함부로 휘둘리지 않도록 경계해야할 무엇이었다.

연기를 하다보니 어느 순간 배우의 긍지를 갖게 되고 오늘까지 오게 된 것일 뿐인 오영수에게,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에 얼굴을 알린 지금만이 꼭 승자의 시간은 아니니까.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승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애를 쓰면서 내공을 가지고 어떤 경지에 이르려 하는 사람의 모습 그대로, 연기에 있어 어떤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 매순간을 충실히 살아온 그의 생애 전체가 승자의 시간인 까닭이다.

“그게 인생과 마찬가지죠, 그냥 있는 그 자체로 놔두는 것”
어떻게 살아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도 동일한 맥락 위에 놓여 있었다. 산 속에 꽃이 있으면 젊을 땐 꺾어 가지만 자신의 나이쯤 되면 그냥 그대로 놓고 온다고. 그리고 다시 가서 본다는 것이다. 그냥 있는 그 자체로 놔두는 것, 오영수의 인생관이자 삶의 방식으로 젊어서는 도통 알 수 없는, 어느 정도의 생의 시간을 전심을 다해 지나온 이들이 깨닫는 지혜라고 하겠다.

실은 꽃은 피어난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어서, 우린 그저 있는 그대로 두고 보고 맡고 느끼다 돌아오면, 그러다 생각나면 다시 가서 또 보고 맡고 느끼다 돌아오면 되는 거였다. 어쩌면 어떤 어른에게서도 산 속에 핀 꽃을 그대로 두고 오는 법을, 굳이 꺾어오지 않아도 꺾지 못했다 해도 다시 가서 보면 된다는 방식을 배우지 못해서, 수많은 젊은 우리들이 매이지 않아도 될 고통에 마음을 몰아 넣고 살아온 게 아닐까.

꺾어오지 못해 못내 서글프고 왜 꺾어오지 못했냐는 쓴 소리를 들으며 패배감에 젖고 만다. 이러한 각박한 현실 속에서 오영수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이제야 들은 게 분할 정도로 우리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하는, 거대한 위로이자 격려가 될 수밖에 없다. 앵커의 자리에 앉아 있던 미주가 울음을 터뜨린 연유이지 않을까. 물론 개인적인 소회가 여럿 뒤섞여 있었겠다만, 적어도 그녀와 함께 흘린 우리의 눈물은 그러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이 보이는 진정성에 운이 따라붙는 것일까. 때마다 재기 넘치는 기획과 그에 맞는 적절한 섭외로 좋은 만듦새의 프로그램을 제작해, 보는 이들에게 단순한 볼 거리, 즐길 거리 이상의 것을 제공하는 ‘놀면 뭐하니?’가 이번에도 이름값을 톡톡히 치러냈다. 가지각색의 의심 속에서 출발해 이제는, ‘무한도전’과는 또 다른 고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놀면 뭐하니?’의 능력에,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MBC ‘놀면 뭐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