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MBC에서 야심차게 만든 오디션프로그램 ‘방과후 설렘’이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사전에 그토록 여러 준비를 했음에도, 정작 프로그램에 실려 있어야 할 진정성 부분에 있어서 여지없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발생한 결과다.

물론 화제성은 높다. 이래저래 말이 많아도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이란 게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의 흡입력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으니까. 아울러 MBC 오디션프로그램 ‘방과후 설렘’은 ‘오은영의 등교전 망설임’이란 프리퀄 프로그램으로 포문을 여는 등 시작 전부터 여러 도움닫기 작업을 미리 해놓은 상태였다.

화제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에서 시작했다 할까. 비록, 현재 ‘방과후 설렘’이 보유한 화제성은 이러한 조건이 만들어낸 것도, 프로그램 자체에 관한 것도 아니다만. 내용 중 논란이 될 만한 몇몇 에피소드에서 비롯되었으니 엄밀히 말하면 해당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를 이야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기준이다.

‘방과후 설렘’은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돌을 양성하는 학교란 컨셉을 가지고, 지원자들을 학년별로 나누어 각 과정마다 놓인 시험을 거쳐 최종 7인의 걸그룹 데뷔조를 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원자들이 방송에서 제일 먼저 맞닥뜨린 관문은 두 단계로 구성된 입학 시험이었다.

초청된 언택트 평가단, 비대면으로 평가를 할 관객들에게 75% 이상의 호응을 얻어야 심사위원들에게 평가를 받을 자격이 주어지는 방식으로, 문제는 일반인으로 구성된 언택트 평가단의 반응에 간혹 신뢰를 갖기 힘든 순간들이 존재한다는 데 있었다.

어떤 지원자들은 실력이 충분한 데도 심사위원들에게 모습을 보일 자격조차 박탈당한 반면 어떤 지원자들은 외모의 사랑스러움마저 덮기 힘든 실력에도 75% 이상의 호응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심사위원 중 하나인 그룹 ‘(여자)아이들’의 ‘전소연’은 언택트 평가단에게,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친구들을 평가하는 자리인 만큼 책임감 있는 결정을 해달라는 당부까지 건넸다.

물론 대중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 대부분 외모와 관련 있는 이 힘은 아이돌 그룹이 스타로서의 가치를 지니는데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하게, 때로는 더 압도적으로 작용하는 요소가 아이돌 가수라는 자리에 걸맞는 실력이다. 연습생들이 여기에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언택트 평가단을 마련하면서, 그것도 초반 결과에 영향을 주는 위치에 배치하면서 이러한 부분을 미리 주지시키지 않았다는 점은, ‘방과후 설렘’이 걸그룹이 되겠다고 지원한 아이들에게, 근본적으로는 아이돌 가수들에게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반영한다.

화제가 되어 많은 이들의 시선을 모아 프로그램만 성공적으로 만들어보자, 너희들도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어 아이돌이 되기에 좀 더 수월해질 테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냐, 하는 지극히 이해타산적인 사고방식. 그간의 오디션프로그램들의 몰락은 여기서 비롯되었는데 오디션프로그램의 부활을 꾀한다는 ‘방과후 설렘’이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괜히 애꿎은 포장지만 바꾸었다. 부모를 대동시키고 오은영 박사를 투입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보살피는 등, ‘방과후 설렘’이 보여준 온갖 정성이 온전히 프로그램의 성과만을 위한 시늉에 불과한 것이었나. ‘방과후 설렘’이 진심으로 흥하기를 바랐다면, 먼저 꿈을 대하는 아이들의 자세와 노력, 그의 과정에 예의와 책임감을 갖추어야 했다. 오디션프로그램이 회복해야 할 진정성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MBC ‘방과후 설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