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복순' 변성현 감독의 해명 [인터뷰]
2023. 04.09(일) 16:59
길복순, 변성
길복순, 변성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변성현 감독이 '길복순'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전도연)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등을 선보인 변성현 감독의 신작이다.

특히 '길복순'은 공개 단 3일 만에 1961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은 물론 홍콩, 대만, 베트남 등 국가에서는 1위를 기록했으며, 캐나다, 독일, 스페인, 브라질, 그리고 뉴질랜드 등 총 82개 국가에서는 톱10 리스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관심에 대해 변 감독은 "기분이 막 좋다기보단 그 소식을 듣고 안도했다"면서 "지금껏 흥행적으로 잘 된 영화가 없어서 부담감이 좀 있었는데 '길복순'이 이렇게 관심을 받게 되어 다행이었다. 사실 1위를 하면 심정이 어떨까 많이 상상해 봤다. 엄청 신날 줄 알았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렇진 않더라. 기쁨보단 안도감이 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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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감독이 안도감을 느낀 이유는 또 있었다. 1위 소식을 제외하고도 '길복순'은 일베(일간베스트) 논란, 표절 논란, PC(정치적 올바름) 논란 등 다양한 이슈들로 화제를 모았기 때문. 이로 인해 변 감독은 마음이 안 좋은 상태로 집에 칩거하듯 머물기도 했단다.

다양한 구설 가운데 변 감독은 먼저 일베 논란에 대해 말했다. 앞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개봉을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에 지역 차별이라 해석할 수 있을 법한 글을 올려 일베 논란에 휘말렸던 변 감독은 이번엔 '길복순'의 담긴 한 장면으로 인해 구설수에 올랐다. 킬러들이 받는 서류에 다른 국가들은 '도시-국가'로 표기된 반면 '순천-전라'만 시와 도명으로 쓰여있던 것.

변 감독은 "A급 킬러와 C급 킬러를 구분 짓기 위해 미술팀이 준비한 소품이었을 뿐"이라 해명하면서도 "내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탓도 크다"고 자책하며 "사실 감독이 모든 걸 일일이 컨펌할 순 없지 않냐. 우스갯소리로 '감독은 작품을 만드는 동안 2만 개가 넘는 부분을 컨펌해야 한다'라고 들었는데 봉투에 쓰여있는 지역은 생각도 못 했다. 그래서 논란이 터진 후 연출부 친구가 무척이나 미안해하고 있다. 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그 사이트에 들어가 본 적도 없고 성향 자체도 그쪽이랑은 먼 사람인데 왜 자꾸 엮이는지 모르겠다. 혼자 준비한 작품이 아닌데 나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영화가 피해를 보니 무척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앞으로 더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되면서도 의도가 없는데 그걸 어떻게 신경 쓸까 싶기도 하다"라고 억울함을 표했다.

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답했다. 액션 시퀀스와 스토리 라인, 세계관이 '존윅' 시리즈, '킬빌' '킹스맨' 등을 연상시킨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피할 수 없는 평가라 생각한다. 그래서 일부러 주인공의 성도 '길(Kill)'로 정한 거고, '존윅'에 나온 회사 콘셉트도 유지한 거다. 사실 다른 단어나 표현을 생각해 봤는데 너무 별로일 것 같더라. 뻔하지만 기존의 뼈대를 유지하되 살짝 비틀어보자라고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대한 다른 액션 영화들과 신이 겹치는 건 피하려 했다"는 변 감독은 "촬영 감독님, 음향 감독님, 무술 감독님 등 여러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면서 만약 겹치는 게 있으면 문제가 있다 판단해 일부러 다른 연출을 선택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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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PC 소재의 등장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복순의 딸 재영(김시아)이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김구, 안중근 등의 남성 위인들을 '살인자'라 일컬으며 10만 원 권 후보에서 제외하고 논개를 선택하는 장면. 하지만 논개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보면 타인을 죽인 건 앞선 위인들과 다를 바 없기에 논란이 됐다.

"연출할 당시엔 복순이를 떠보는 재영과, 그 질문을 듣고 당황하는 복순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대사들을 넣어봤는데 논란이 되어서 당황했다"는 변 감독은 "그 장면은 정말 재영이가 엄마를 떠보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비유를 사용한 것이었다. 그런 위인 분들을 언급한 건 아무래도 영화의 소재가 '킬러'이기 때문이었다.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지니 보는 분들은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영의 동성애 코드와 차민희(이솜)의 근친 코드를 영화 속에 담아낸 이유에 대해선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소재를 일부러 다루고 싶어 넣은 건 아니다. 일단 민희의 감정을 근친이라 해석한 적 없고, 더군다나 동성애는 금기라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답했다.

변 감독은 "물론 민희와 민규(설경구)의 관계가 처음엔 오묘하게 보이길 원했던 게 사실이다. 관객들이 이들이 남매인지 모르길 바랐다. 다만 이건 유아기적 성향을 갖고 있는 민희라는 사람을 소개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민희는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 빼앗기면 모든 걸 다 망쳐버리는 스타일의 인물이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날 수 있는데 거기에 물을 뿌려버리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어렸을 때 딸들이 흔히 '나 오빠, 아빠랑 결혼할 거야'라고 하지 않냐. 그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캐릭터다. 오빠를 향한 감정이 금기시되는 걸 모르고 착각하고 있는, 그런 오묘한 캐릭터로 그려내고 싶어 넣은 코드였다"라고 이야기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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