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대중이 스타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희한한 순간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4. 02.20(화)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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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영화 ‘듄: 파트2’의 내한 일정으로 인천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배우 티모시 샬라메는 아주 편한 복장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있었다. 특히 캠핑이나 배낭여행을 갈 때나 볼 법한, 말 그대로 대형 배낭을 직접 짊어지고 왔다는 게 인상적이었는데 그 모습이 영화 홍보차 방문했다기보다 마치 사적인 여행을 위해 온 사람 같았다 할까. 물론 대부분 고가의 브랜드 제품이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흥미롭게도 그런 티모시의 모습이 그의 팬이었든 아니든, 적지 않은 한국 대중의 마음을 달뜨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이나 OTT 플랫폼에서만 접하던, 게다가 좋아하는 작품의 주인공인 그가 근거리에 등장한 것도 모자라 복장마저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친근한 차림새였으니, 친밀감에서 비롯된 설렘이 한층 부풀어 오른 결과이리라.

대중문화에서 인지도, 유명세는 강력한 힘이다. 특히 개인의 정체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오늘, 주변의 지인들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얼굴을 알며, 심지어 유일무이한 존재에게 붙여주는 ‘스타’라는 거대한 칭호까지 얻는 것은 영예 중의 영예일 터. 그리고 이 영예는 스타 스스로 얻을 수 없으며 대중이 부여해야, 비로소 가질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대중이 부여한 스타의 자리나, 정작 스타가 된 이를 대중이 직접 마주하기란 대부분 불가능하단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중은 스타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는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한없이 좋아하다가도, 어느날 보통의 이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곁에 한 움큼 다가와 있을 때 이게 또 그토록 좋은 것이다.

‘어쩌다 사장’ 시리즈가 환영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지 않을까. 특히 여기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대부분, 이미지메이킹의 방법으로 신비주의가 주로 활용되었던 시절에 성장한 스타들이고, 배우이다 보니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쉽게 만나보지 못했던 이들이다. 그러한 존재들이 동네 마트의 운영자가 되어, 일일 아르바이트생이 되어 보통의 우리 가까이에 불쑥 나타나 사사로운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그야말로 운수 대통한 날이다.

운수 대통한 날이라니, 스타와의 마주침에 이러한 느낌마저 드는 까닭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이 얼굴을 알고 많은 사람이 만나길 원하는 그 사람이, 그 많은 사람 중에 ‘나’와 눈을 마주치고 ‘나’의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눈다. 많은 사람이 가지길 원하나 쉽게 가질 수 없는, 그래서 더욱 희귀하고 진귀한 스타와의 친밀감을 바로 ‘나’가 얻은 거니까, 이 특별함이 보통의 하루를 운수 대통한 날로 승격시키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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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속사를 떠나 홀로 활동하는 스타들의 소식이 전해졌다. 대표적인 예로 배우 최민식이 있다. 사실 소속사를 아직 구하지 못한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소속사를 벗어나 활동하는 일은 어느 정도의 ‘스타 구력’을 쌓은 이들에게만 가능한, 나름의 부내나는 선택이자 행동이다. 신인으로서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니까. 그들에겐 소속사의 유무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기회의 폭이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진다.

즉 이미 견고한 인지도와 유명세, 이미지를 쌓아 소속사가 직접 발로 뛰지 않아도 제작진이 앞다퉈 캐스팅하고 싶어 하는 스타급 배우들만이 낼 수 있는 용기다. 그럼에도 감수해야 할 불편함은 예상보다 더 크다고. 소속사가 없다는 건 그간 소속사가 해온, 스케줄을 잡고 조정하고 샵을 예약하고 촬영장까지 운전해서 가고 출연료를 상의하는 등의 모든 일을 이제 직접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마주하며 듣고 있는 대중의 마음에서 희한한 감상이 돋아나고 있다. 소속사나 매니저를 통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다 해야 한다는 말에 왠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지면서 한없는 응원의 마음이 솟아난다고 할까. 그러니까 촬영하러 가는 길에 무언가 마시고 싶으면 직접 카페에 들어가 사서 나오겠구나, 상상하니 심리적 거리가 한층 가까워지면서 이러한 말까지 내뱉게 되는 것이다. 저 사람 참 인간미가 있네 혹은 인간적이네!

휘황찬란하게만 비춰지던 스크린 혹은 브라운관 이면에 존재하는 스타의 진면목이 실은, 우리 각자와 별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는 일은, 특별함을 보편화하는 작용을 하면서 일종의 위안과 설렘을 안긴다. 그들의 특별함이 사라진단 의미가 아니라 그 특별함을 보통의 우리가 나눠 갖는 것으로, 스타의 반짝반짝하는 빛이 우리의 회색빛 삶에 얼마간 옮겨붙는 현상이라 하겠다.

이때 비로소 대중은 스타에게 보낸 사랑을 되돌려받는 느낌을 받으며, 그 혹은 그녀와 얼굴을 마주 보고 통성명했다거나 어떤 내밀한 대화를 나눴다거나 하는 등의 구체적인 관계를 맺지 않았음에도 이전보다 견고한 내적 친밀함을 갖게 된다. 근래 작품에 드러나는 것 외에 자신의 본체는 감추어온 스타들이 하나둘 제 모습을 조금씩 내보이는 연유이기도 하고. 스타와 대중, 보면 볼수록 참 희한하고, 흥미로운 관계임이 분명하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영화 ‘파묘’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영화 ‘듄: 파트2’, 티모시 샬라메 개인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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