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철중 기자]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낙원상가. 흔히 악기상가로 알려진 낙원상가는 대중예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다양한 사연과 추억이 담긴 장소이다.

낙원상가 4층에는 콘크리트로 된 낡은 마당이 있고, 그곳에 서울 유일의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란 극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 극장이 10년 낙원동 시대를 마감하고 오는 4월 서울 종로3가 서울극장으로 이전, ‘시네마테크 서울’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관객을 맞는다.

2002년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개관한 서울아트시네마는 2005년 4월 낙원동으로 이전하여 그동안 3천여편의 영화가 상영돼 영화 마니아들에게 사연과 추억을 남겨주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낙원동 시대를 접으면서 마지막 프로그램인 ‘아듀 파라다이스’를 오는 17일부터 29일까지 개최한다.

‘아듀 파라다이스’는 지난 10년간 관객과 함께 지켜온 낙원동을 떠나며 느끼는 아쉬움, 기대, 희망이 교차되는 순간을 그동안 낙원의 극장에서 상영했던 영화를 통해 관객과 함께 기억하고 그 만감을 나누고 싶다는 뜻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떠남과 만남의 의미를 지닌 만큼 이번 기획전에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담은 작품들이 준비됐다.

상영작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가정과 소시민의 삶을 섬세하게 탐구하는 오즈 야스히로의 ‘부초(1959)’, 여성 캐릭터의 심리 묘사에 탁월한 나루세 미키오의 ‘흐트러진 구름’(1967),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현대사회의 인간관계와 영화의 미래에 대해 말하는 장 뤽 고다르의 ‘경멸’(1963)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감독 확장판으로 만나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 ‘히로시마 내 사랑’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작가이자 감독인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인디아 송’(1975), 제임스 코번과 밥 딜런이 출연하고 영화음악까지 참여한 샘 페킨파의 서부극 ‘관계의 종말’(1973) 등도 눈여겨 볼만한 영화다.

이밖에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무도 모른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장편 데뷔작 ‘환상의 빛’(1995), 데릭 저먼의 ‘천사의 대화’(1985), 그리고 오타르 이오셀리이니, F.W. 무르나우, 자크 드미, 찰수 로튼의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어느 때보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김홍준 감독, 정성일 허문영 평론가 등이 참여하는 ‘1995~2015 변모하는 영화의 풍경’이라는 주제의 오픈 토크(28일 저녁 7시30분)를 마련했다.

아울러 서동진 교수의 시네토크(21일 저녁 7시)와 이용철 유운성 평론가의 비평좌담(22일 오후 3시10분)도 열린다.

[티브이데일리 윤철중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