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하영민 칼럼] 지난 18일 밤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룸’에 게스트로 출연한 빅뱅의 지드래곤에게 진행자 손석희가 상업화 논란에 휘말린 현대 미술 전시회에 대해 물었다.

지난 9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피스마이너스 원 : 무대를 넘어서(PEACEMINUSONE : Beyond the Stage)’는 국내외 현대미술작가 14명이 지드래곤과 교감해 만든 조각, 사진, 페인팅 작품과 더불어 지드래곤이 소장 중인 200여점의 작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손석희는 일각에서 일고 있는 ‘미술로 포장한 거대 상품이다’ ‘연예기획사의 (상업적) 전략에 공공미술관이 동원됐다’는 비판을 들며 지드래곤의 입장을 물었다.

지드래곤은 “논란은 항상 시작할 때 가장 뜨거운 것 같다. 지금 시작을 기반으로 나중에는 더 나아질 거라는 확신이 든다. 그런 확신이 있어서 뭔가 시발점이 된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보람을 느낄 거란 생각이 든다”고 에둘러 답한 뒤 “우려되는 측면은 있지만 상업적이라고 해서 나쁘다는 건 아니다. 좋은 게 있으면 나누고 싶은 그런 느낌으로 작업했다. 미술을 공부하면서 느꼈던 많은 장점을 더 많은 대중에게 소개시켜주고 싶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드래곤은 이 전시회 개회 전 언론에 “미술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큰 미적 환상이 있어 예쁘고 멋있는 것을 좋아하기에 국내외 예술가들과 협업해 대중문화와 현대미술의 접점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저를 통해 많은 미술가들이 소개되고 대중이 미술에 관심을 갖도록 한다는 취지로 전시회에 참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전시회를 바라보는 연예계와 미술계 그리고 대중의 생각은 저마다 다르다. 연예계와 빅뱅의 팬들은 굉장히 반가워한다. 하지만 미술계는 부정적이며 미술 동호인들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연예계 입장에선 이번 전시회가 그렇잖아도 점점 연예인의 상품가치가 높아지고 예술적으로 신비롭게 승화되는 사회적 흐름에 가속도를 내줌으로써 연예관계자들의 사업의 파이가 커지고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 당연히 반가울 수밖에.

팬들 역시 우상으로 받드는 연예인의 품격이 확연하게 달라질 것을 기대함과 더불어 자신들의 광신에 가까운 숭배가 예술적으로도 인정받는 결과를 낳는다는 자부심의 상승을 예측할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연예인의 인격이나 상품가치 그리고 특히 직접 작곡과 연주 등을 하거나 연출력까지 갖춘 연예인의 작가주의적 세계를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미술품이 부의 축적 수단이자 투자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시장이 형성된 현재 구도에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까지 결합해 예술의 순수한 취지가 조금이라도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문화 예술계의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정부의 예산으로 운영된다. 보통 여기에서 열리는 순수 전시회의 경우 입장료가 무료이거나 아주 저렴한데 이번 전시회는 1만 3000원으로 극장의 영화 관람료보다 비싸다. 게다가 전시회에 참여하는 작가보다 더 많은 신예 작가들이 전시회에 목말라있지만 시립미술관은 지나치게 쉽게 지드래곤에게 문을 열어줬다.

전시회의 사업적 구조를 살펴보면 YG엔터테인먼트가 미술관에게 대관료를 지불하고 입장료 수익을 공동분배하기로 돼있다. 소문에 따르면 YG가 참여한 작가들에게 일정액의 제작비를 지원했고 전시회가 끝난 뒤 전 작품을 YG가 매입한다고 한다. YG 관계자는 한 언론의 확인요청에 소문에 대한 답변 대신 “YG가 순수 예술에 투자하는 첫 사례로서 문화 예술 저변 확대에 기여하는 의미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우선 “국내외 예술가들과 협업해 대중문화와 현대미술의 접점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저를 통해 많은 미술가들이 소개되고 대중이 미술에 관심을 갖도록 한다는 취지로 전시회에 참여했다”는 지드래곤의 ‘해명’부터 짚어보자.

대중문화와 현대미술의 접점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미국의 싱어 송라이터 돈 매클린이 ‘Vincent’를 통해 고흐를 노래한 것이나 현대미술의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크로스오버 예술 활동을 통해 접점을 찾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순수미술은 대중가요와 악수하지 않는다. 특히 순수 미술가나 동호인들은 더욱 그렇다.

그리고 대중이 미술에 관심을 갖게 하는 수단을 굳이 따로 고민할 필요도 없다. 왜냐면 예술 애호가라는 게 누가 억지로 이끌어서 되는 게 아니라 정서 성향 취향에 의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지드래곤이 조영남이나 하정우처럼 대중음악이나 영화 외에도 미술에 특별한 재능과 감각 그리고 영감이 있어서 직접 그림 등으로 표현해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건 가수 지드래곤이 아닌, 미술가 지드래곤으로서 평가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 나온 작품의 협업은 단순히 작가들이 지드래곤의 정신적 미술세계를 전해 듣고 나름의 영감을 받아 아웃풋을 만들어낸 것이다. 과연 그게 순수한 예술적 컬래버레이션일까, 새로운 미술상품의 개발일까?

지금까지 가장 많이 리바이벌됐고 클래식 연주자들에 의해 가장 많이 연주된 파퓰러 넘버인 비틀즈의 ‘Yesterday’는 그 쉬우면서도 스테디셀러적 완성도를 인정받지만 베토벤의 ‘운명’과 동일선상에 놓지는 않는다. 즉 예술작품의 범주에 세우지 않는다는 의미다.

평소 자본주의를 비판하던 미국의 유명 그래피티 화가 겸 영화감독 뱅크시는 유명세로 자신의 그림 가격이 치솟자 신분을 숨긴 채 센트럴파크 앞에서 노점을 하는 노인에게 자신의 그림을 팔게 했다. 6시간 동안 뱅크시의 그림을 구매한 사람은 단 3명이었으며 판매 가격은 평균 60달러였다. 그의 그림은 10억 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뱅크시는 2005년 10월 13일 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작품성과 관계없이 화가의 유명세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예술계의 실태를 또 한 번 조롱했다.

그는 예부터 지금까지 미술이 순수 예술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본주의에 물든 미술계를 비판해왔다.

지드래곤이 영감을 불어넣어준 미술품은 분명 해당 작가의 이전의 작품 가격보다 값어치가 오를 것은 자명하다. 만약 소문대로 YG가 전 작품을 매입한다면 값은 더욱 치솟아오를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투자하고 그 목적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그림의 값어치를 상승시킬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지드래곤의 인기지 작품의 예술성은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

미술관 측은 한 언론에 “수익이 난다면 모두 서울세액으로 잡혀 시민들에게 더 나은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회를 통해 생길 수익금이 과연 서울역의 노숙자들을 얼마나 돕고 저소득 빈곤층에게 얼마나 많은 쌀과 연탄을 줄 수 있을까?

YG는 주가 관리와 매출 증대가 동일선상의 최대 목표인 코스닥 상장사다.

[티브이데일리 하영민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피스마이너스원 공식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