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바쁘게 달린 하루, 그 피곤을 내려놓는 시간이면 술 한 잔의 여유가 생각나기 마련이다. 거하게 취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함께 대화를 나눌 사람과 한 잔의 술만이라도 충분하다. 그 시간이 안겨주는 힐링이 일상의 행복 아닐까. 바로 '인생술집'처럼 말이다.

최근 케이블TV tvN 예능프로그램 '인생술집'의 연출을 맡고 있는 이태경 PD와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부근 카페에서 만났다. 들어오는 순간부터 유쾌한 분위기를 띄며 나타난 그는 '인생술집'이 주는 편안함과 진솔한 모습 그대로 시종일관 거침없었고 솔직했다.

지난해 12월 첫 선을 보인 '인생술집'은 지난 5월 새롭게 확장 이전하면서 이 PD가 본격적으로 메인 연출을 맡았다. 이 PD는 "제가 찍은 '인생술집' 편수는 이제 겨우 10개다"고 겸손한 면모를 보이다가도 "확장이전하면서 새롭게 변화를 주는 만큼 확실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야심찬 모습을 보였다.

'인생술집'은 그간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먼저 방송인 신동엽 탁재훈 김준현의 3MC 체제로 시작한 '인생술집'은 확장 이전하면서 탁재훈이 하차했다. 대신 그룹 슈퍼주니어 김희철과 걸스데이 유라가 새 MC로 합류해 프로그램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 최근 일정상의 이유로 김준현 역시 함께하지 못하게 됐고, 그의 자리에는 코미디언 유세윤이 들어왔다.

이 PD는 "MC들이 제 몫을 잘 해주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캐릭터가 다른 만큼 진행하는 스타일 역시 제각각이다. 투수라면 다양한 투구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신동엽은 에이스 투수다. 중심축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김희철은 직구 스타일이다. 게스트들에게 장난도 치고 친근하지만 훅 하고 들어오는 질문들이 예사롭지 않다. 유세윤은 능청스럽게 돌려서 들어오는 스타일로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것 같다. 유라는 슬라이더 정도가 좋겠다"고 정리했다.

최근 유세윤이 합류하면서 생긴 재밌는 일화도 있었다. 새롭게 합류한 유세윤이 김준현 자리에 앉으면서 소외당한 모습을 자아낸 것. 이 PD는 "김준현 씨가 원래 테이블 맨 끝에 자리잡았다. 그 자리는 게스트들을 안아주면서 중심으로 밀어주는 포지션이었다. 아무래도 김준현 씨가 피지컬도 잘 어울리고 진행 스타일도 잘 맞다보니 그 자리에 적합했는데, 유세윤 씨는 김준현 씨와 다른 스타일이다보니 그 자리에서 혼자 소외당한 기분이라며 어려워하더라"며 "전혀 생각도 못한 상황이었다. 유세윤 씨와 김준현 씨의 진행뿐 아니라 외적인 차이를 생각 못해 발생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과 관련해 이 PD는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사실 김준현은 '인생술집'의 방송시간대 변경으로 인해 타 프로그램과 겹치기 출연을 우려, 하차를 결정했다. 하지만 '인생술집'은 기존 방송 요일인 목요일에서 시간대만 변경했던 것. 이 PD는 "김준현 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전략적 편성 조율 과정을 필요로 하다보니 결과적으로 금요일로 가지 않게 됐다. 그 부분은 유감스럽다. 하지만 언젠가 꼭 '맛있는 녀석들' 멤버들을 '인생술집'에 초대하고 싶다. 그때 다시 김준현 씨가 '인생술집'을 방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또 다른 변화는 '인생술집'의 분위기였다. 처음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이자까야에서 문을 연 '인생술집'은 보다 친밀함을 강조하기 위해 좁은 장소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촬영장이 너무 협소하다보니 현장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해야했고, 보는 이들도 답답하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었다. 이에 '인생술집'은 서울 마포구 용강동의 넓은 평수의 건물을 임대해 새 터를 잡았다. 전보다 훨씬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진행되는 녹화는 현장 분위기마저 산뜻하게 만들었다고. 그는 "이자까야는 그만의 엣지가 있고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방송이기 때문에 지금 '인생술집' 촬영장이 훨씬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콘셉트의 토크쇼 프로그램인 만큼 음주 장면에 대한 시청등급에도 변화가 생겼다. '인생술집'은 보다 자연스러운 술자리 분위기를 위해 19세 등급을 이어왔다. 하지만 음주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과 장시간 진행되는 녹화에 따른 노고 등의 이유로 '인생술집'은 한층 유쾌하고 밝아진 분위기로의 변화를 꾀했다. 이에 따라 '인생술집'은 15세 등급으로 낮추게 됐고 폭넓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토크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공감 토크쇼의 중심에는 '절친'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비롯된 '케미'가 큰 몫을 차지했다. 확장 이전 후 새롭게 도입한 방식인 '절친 토크'는 한 명의 게스트를 선정한 후 그의 실제 술 친구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섭외가 진행됐다. 이 PD는 "연예인들이 개인적으로 술을 함께 마실 정도면 정말 친한 관계인 거다. 게스트가 제작진에게 본인의 술 친구 리스트를 보내주면 제작진 측에서 섭외에 들어간다. 대부분 긍정적으로 섭외에 응하는 편이다. 요즘은 연예인들이 먼저 '인생술집'에 나오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낼 때도 있다"며 미소 지었다.

무엇보다 이 PD는 '인생술집' 속 자연스러운 '케미'가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랐다. 그는 "'인생술집'은 실제 술집에 온 듯하게 착각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카메라를 모두 숨겨놓는다는 설정이다. 실제 게스트들이 현장에 오면 깜짝 놀란다. 카메라를 전혀 보이지 않게 숨겨놓기 때문"이라며 "그러다보니 촬영이 진행되다보면 실제 술자리인듯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 같다. 한참 대화 나누며 놀다가 제작진이 슬레이트를 치는 순간 촬영 중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출연진들도, 시청자분들도 '인생술집'을 보면서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실제 술집에 있는 듯한 착각을 더 하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PD는 이와 같이 계속된 변화가 '인생술집'이 꾸준하게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했다. 그는 "'인생술집'은 한계가 명확한 프로그램이다. 술을 매개로 하는 만큼 여러 가지 위험이 따르고 부담도 있다. 동시에 '인생술집'은 예능프로그램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광고도 붙어야 하고 노출도 많이 돼서 더 알려야 한다. 그러려면 변화를 줘서라도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며 "정서가 바뀌고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인생술집'을 안고 있는 문제들은 연출자 입장에서 계속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저뿐만 아니라 MC들도 함께 고민하는 문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처럼 여러 가지 고민과 어려움이 따르는 '인생술집'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욕심이 생긴다는 이 PD였다. 그는 "솔직히 처음에는 제가 기획한 프로그램도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가지 않았다. 솔직히 시청률이 낮아서 폐지 수순을 밟는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변하더라. '인생술집'이 확장 이전하고 조금씩 제 손에 의해 변화되면서 애정이 많이 커졌다. 무엇보다 저 하나 믿고 '인생술집'에 합류하게 된 MC들부터 프리랜서 스태프들까지 많은 식구들이 함께하기에 책임감이 더 커졌다. 그러다보니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더 애를 쓰고 여러 가지 변화를 주면서 모험도 감행하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인생술집'의 롱런을 염원하며 100회 특집으로 해외 촬영을 희망했다. 더불어 그는 "신동엽 선배의 '지붕을 벗겨보고 싶다'"는 의미심장한 소원을 말하기도. 주로 스튜디오형 예능을 진행하는 신동엽을 야외로 데리고가 조금 더 버라이어티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연출가로서의 희망이었다. 이 PD는 "개인적으로 신동엽 선배를 정말 좋아한다. 제 결혼 사회도 봐주신 분이다. 입봉작부터 선배와 함께 하게 돼 너무 운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선배를 야외로 데려가서 요리도 직접 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담아보고 싶다. 언젠가 꼭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또한 이 PD는 지금 자신이 잘 갈고닦아 가고 있는 '인생술집'이 누군가 후배 PD의 입봉작이 되길 바랐다. 이 PD는 "사실 연차가 낮은 후배 PD들에게 새 프로그램을 론칭해서 입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물려받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도 '인생술집'의 좋은 기운을 이어받아 만들어가고 있지 않나. 이는 연출자로서 정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입봉작으로 '인생술집'만한 프로그램 없다"고 강조하며 후배 PD들을 향한 애정을 엿보였다.

많은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에 의해 잘 다듬어져 가는 '인생술집'이었다. 그 중심에는 이 PD의 공이 가장 크게 담겨 있었다. 설령 한계가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를 극복해나갈 수 있는 힘, 그 원동력을 잃지 않는 마인드, 그리고 끝까지 변화에 도전하는 자신감이 '인생술집'의 롱런을 믿어 의심치 않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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