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크리미널 스쿼드'는 리얼한 범죄 현장, 전형성을 탈피한 캐릭터의 대비, 세련된 액션이 매력적인 하이스트 영화다.

4월 19일 개봉된 '크리미널 스쿼드'(감독 크리스찬 거드게스트)는 미국 전역의 돈이 모이는 연방 은행을 노리는 최강 은행 강도 조직과 이들을 잡는 무자비한 범죄 수사대의 대결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영화는 하이스트 영화(범죄 영화의 하위장르 중 하나로 무언가를 강탈 또는 절도 행위를 하는 모습과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영화)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때문에 은행 강도단과 이를 뒤쫓는 범죄 수사대란 고정된 설정은 이전에 만들어진 범죄 영화들과 다를 바 없지만, 눈여겨볼 점은 두 조직의 심리전을 흥미롭게 그려낸 데 있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범죄 도시의 온상으로 표현된 LA를 배경으로 현금 수송 차량을 터는 범죄 조직의 모습과 범죄 현장에 나타난 범죄 수사대의 대비된 모습을 보여주며 심리전을 예고한다. 레이 메리멘(파블로 쉬레이버)을 필두로 군인 출신이 모여 구성된 은행 강도단은 실패율 0%를 자랑할만큼 완벽한 지능과 철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도면밀한 팀플레이를 펼친다. 이에 맞서는 범죄수사대는 빅 닉 오브라이언(제라드 버틀러)를 주축으로 한 검거율 100%의 무자비한 인물들이다.

무자비하다고 표현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은행강도 조직의 일원을 폭행, 납치한 뒤 조롱하고 협박하는 모습이나 범인 검거를 위해 무법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행위들만 봐도 그렇다. 갱단이 저지를 법한 행위들을 하면서도 "우린 뱃지가 있다"고 말하고, 용의자를 체포해서 연행하기보단 쏴버려야 조서 쓰기 편하다고 말할만큼 무분별한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은행 강도단은 범죄 행위를 전부 목격한 도넛 가게 직원도 살려두는 인물들이다. 군인 출신인만큼 비무장한 민간인들은 쏘지 않기로 훈련 받아 왔기 때문. 오히려 이들의 침착함과 지능적인 모습들이 세련돼 보일 정도다. 이처럼 영화는 고정 틀을 벗어난 두 집단의 모습을 부각하며 이어지는 이들의 행동을 통해 심리적인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

빅 닉은 끊임없이 레이 메리맨의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그를 도발하고, 레이 메리맨은 차분하게 이를 지켜보면서도 범죄 일시를 고의적으로 흘리며 여유롭게 도발에 응한다. 이는 흡사 결투를 앞두고 서로가 서로를 탐색하는 맹수들의 기싸움과도 같다.

대망의 은행 강도신 또한 지저분한 강도 행위보단 기술적 측면을 부각해 세련되게 연출했다. 연방은행 계수기에서 분리되는 신권과 구권, 은행 시스템에서 구권 일련 번호가 삭제되고 지폐들이 파쇄되기 직전, 돈을 탈취해내면 아무도 찾지 않는 버린 돈 3천만 달러(한화 약 320억원)가 생기는 완벽 지능 범죄 방식이다. 완벽한 통제하에 펼쳐지는 해당 신은 실제 범죄 현장을 들여다보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준다.

영화는 리얼한 두 조직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심리전을 고조하느라 러닝타임을 지나치게 할애한 탓에 범죄 액션 영화로서의 장르적 쾌감을 기대한 이들은 다소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짧고 굵은 클라이맥스 총격전이 이를 상쇄한다. 차량이 빼곡히 들어선 간선 도로에서 맞붙은 은행강도단과 범죄수사대는 리얼한 총격 액션을 뽑아낸다. 수많은 총기들이 난무하는 좁은 도로 속 총격 신은 이전까지 수축됐던 긴장감을 단숨에 이완시키는 짜릿함을 준다.



무엇보다 절제미 넘치는 강도 조직의 리더를 연기한 파블로 쉬레이버는 차분함 속에서도 간간히 드러나는 표정들이 매력적이다. 사건 현장에서 살해된 경찰이 먹던 도넛을 아무렇지 않게 집어 먹는 뻔뻔하고 비상식적인 제라드 버틀러의 이색 연기 변신 또한 흥미롭다. 에필로그의 반전 결말은 다소 김이 샌다. 크리스천 거드개스트 감독이 직접 후속편 제작을 발표했고 제라드 버틀러와 오시어 잭슨 주니어도 연이어 출연한다고 알려진만큼 속편을 위한 초석인 듯하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크리미널 스쿼드'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