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호러와 로맨스를 교접하겠다는 지상파의 흔치 않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러블리 호러블리’가 다소 덜그럭대는 스토리라인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끝내 끌어올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박시후와 송지효의 인생 경험치와 연기 ‘짬밥’은 헛되지 않았다. 다소 황당무계하거나 개연성이 떨어지는 플롯 정황 속에서도 배우들만은 분연히 고투했다는 인상이다.

2일 밤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러블리 호러블리’(극본 박민주·연출 강민경) 마지막회 15, 16회에서는 서로의 운을 바꾼 톱 배우 유필립(박시후), 드라마 작가 오을순(송지효)과 PD 이성중(이기광), 배우 신윤아(함은정), 작가 기은영(최여진) 등을 둘러싼 미스터리 로맨스의 결말이 공개됐다.

모든 매듭이 다소 기계적일만큼 황급히 마무리됐다. 앞서 김라연(황선희)을 좋아하는 동시에 류필립에게 열등감을 갖고 있었던 서동철은 감옥살이를 하며, 자신에게 면회를 온 필립에게 고통스러웠던 지난날을 토로했다. 사실상 자신의 열등감을 인정한 동철은 필립에게 자신의 독(毒)을 풀어낸 격이 됐다.

오을순 역시 자신의 사주 속 귀인인 이성중의 도움을 받아가며, 업계에서 승승장구했다. 류필립은 여전히 을순을 좋아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을순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자신이 을순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을순의 친구는 그런 필립에게 자기가 필립보다 운이 좋으면 안 된다며, 복권을 씹어 먹었다는 일화를 전해주며 필립을 지원 사격했다.

성중 역시 을순을 사랑하는 만큼 그가 행복하길 바라는 좋은 남자로 묘사됐다. 결국 현명한 성중은 모든 것을 잃다시피 한 류필립을 찾아가 을순과 다시 잘 해보길 바란다는 언질을 줬다. 필립은 을순과의 운명이 시작된 수목원을 찾아갔다. 두 사람은 액운이라는 어둔 운명을 딛고 개척하며, 서로의 손을 잡았다. 여차저차 이른 해피엔딩이었다.



‘러블리 호러블리’는 호러와 로맨스를 교접한 이중장르물로서 제작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스토리라인 역시 어린 시절부터 점으로 얽힌 또래남녀의 알력관계로부터 호기롭게 출발했다. 을순과 필립은 서로의 액운을 빼앗고 빼앗는 운명인 만큼, 어른이 돼 호감을 느끼면서도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독특한 관계성으로 얽혀 있다. 청춘 로맨스의 기본인 ‘밀고 당기기’ 플롯이, 이 같은 독특한 초기 캐릭터 설정을 통해 자연스럽고 참신하게 전제된 셈이다.

하지만 극 초반부터 에피소드 간의 이음새가 덜그럭댄다는 인상을 주면서 극적 몰입도가 좀처럼 오르지 못했다. 가령 기은영 작가의 실종 사태는 발단과 전개 단계의 가장 충격적인 플롯이었으나, 필립과 을순의 비극적 로맨스와 별반 연관을 맺지 못했다.

류필립의 과거 애인이었지만 의문의 사고로 사망해 원혼이 된 김라연과 갖은 죄를 저지르면서 류필립에게 집착한 신윤아의 경우, 그저 새로운 여자 을순을 질투하는 평면적 역할에 국한됐다. 기은영과 공모한 남성 인물들 또한, 류필립에게 열등감을 지닌 주변부 인물로 전락하며 스토리라인의 선명함을 떨어뜨렸다.

전반적으로 호러 에피소드와 로맨스 에피소드를 파편적으로 나열했다는 인상이 짙어지면서, 시청자들은 이 호러로맨스에 호기심을 갖지도 좀처럼 환호하지도 못했다. 이 같은 정황은 시청률 폭락이라는 참혹한 결과물로 이어졌다. ‘러블리 호러블리’는 추석 연휴 단독 방송이라는 승부수와 별개로, 방영 내내 전국 기준 1~3%대를 넘지 못했다.

류필립과 오을순의 액운 역시, 마지막회에 이르러 황급히 해갈·봉합된 감이 있다. 급기야 죄를 저지른 인물들이 한결같이 감옥행 필연을 맞게 된 최종회 결말은 다소 나이브한 권선징악의 예로도 비친다.

파편적이고 흐릿한 스토리라인에도 불구하고, 연기 경력에 있어 어느덧 배우계의 ‘허리’가 된 박시후, 송지효의 안정적인 고투는 돋보인 편이다. 다양한 드라마를 통해 코믹, 로맨스, 사극, 액션까지 모든 장르를 다채롭게 소화해온 두 배우는 어떤 상황에서도 베테랑다운 연기 중심을 잃지 않았다. 극본과 연출의 미비함 속에서도 박시후, 송지효와 여타 몇 배우들만큼은 살아남았다. 브라운관 속 배우라는 존재의 절대적 필요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