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뮤지컬 '광화문연가'를 향한 애정으로 무장한 뮤지컬 배우 김호영을 만났다.

15일 오후 '광화문연가'(연출 이지나) 프레스콜이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렸다. 극 중 월하 역을 맡은 김호영은 이날 티브이데일리와 만나 그간 작품을 준비한 과정과 첫 무대에 선 소회를 가감 없이 전했다.

'광화문연가'는 임종을 앞둔 주인공 명우가 삶의 마지막 1분에 자신의 젊은 날을 회상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올해 10주기를 맞은 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이 어우러진 극이다. 김호영은 '젠더 프리'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사랑의 중매꾼 월하 역을 연기한다. 극 중 죽음을 앞둔 명우와 함께 그의 과거를 시간 여행하며 삶에 대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절대자다.

지난 3일 첫 공연을 마쳤다는 김호영은 "관객들의 호응이 대단하다. 커튼콜에 모두가 일어나 '붉은 노을'을 열창하는 모습이 장관"이라며 "극을 좌지우지하는 해설자 역할이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 있는 관객들에게 자연스레 말을 걸고, 일으켜 세워 함께 뛰어놀 수 있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에너지를 주고 바는 이런 과정들이 너무나 즐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호영은 "나와 이석훈, 구원영까지 세 명의 월하가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이 모두 달라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나는 연습실에서 극장으로 넘어온 후 더욱 많은 디테일을 찾아낸 거 같다"고 말했다. 입체적인 무대 세트 위에 서서, 천계와 연결된 듯한 흰 계단 세트를 오르내리다 보니 월하로서의 새로운 느낌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생각한 월하의 추상적인 이미지는 태양과 안개다. 등장과 동시에 뜨겁고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다가도 스산한 느낌을 주기도 해야 하는 인물이다. 그런 변화무쌍한 느낌을 표현하려 주력해봤다"며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은 그에게 어려움을 주기도, 반대로 힘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대중적인 작품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김호영은 "모든 넘버가 관객들이 알 법한 가요고, 나는 그간 무대에서도, 방송에서도 가요를 부르는 장면이 노출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문세 씨의 노래, 故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편안하게 작품을 접할 수 있지만, 정작 부르는 나는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노래 한 소절도 자연스레 따라 불러주는 관객들의 애정에 힘입어 이 노래들을 소화하고 있다는 김호영이다.

가요를 소화하기 위해 기존에는 잘 쓰지 않던 창법들도 고안해야 했다. 특히 이날 프레스콜에서 김호영이 선보였던 '애수' 등에서는 기존 그의 무대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유려한 스캣 창법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호영은 "가요식 창법을 쓰거나 스캣을 넣는 것도 낯설어서 고민이 필요했다. 그래도 나만의 '호이 스타일'로, 에너지를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도전을 했다"고 말했다.

평소 '패셔니스타'로 불리던 김호영인만큼, 의상에도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평상시 옷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의상에서도 에너지를 받는다"는 김호영은 1막에서는 세련된 흰 중절모로 댄디한 매력을 강조했다. 베이지색 롱코트를 펄럭이며 코트 속 금빛 안감을 뽐내 월하만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등 작은 동작에도 신경을 기울였단다. 여기에 김호영만 착용하는 흰색 퍼 의상과 지휘자를 연상케 하는 2막의 연미복까지, 흥겹게 마당놀이를 펼치듯 관객들을 이끌다가도 이야기를 매듭짓는 내레이터로 변신해야 하는 월하의 역할에 맞게끔 모든 의상들에 아이디어를 더했다고 했다.

김호영은 "1막 마지막 노래가 '그녀의 웃음소리뿐'이다.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부른다. 반주가 시작됨과 동시에 스스로가 음악에 압도당하고, 에너지를 남김없이 쏟아내야만 한다는 사명감이 든다"고 말했다. "속을 게워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열창을 하다 보면 음악이 주는 에너지가 휘몰아치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그는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힘을 다하고 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이 여정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광화문연가'는 2019년 1월 20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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