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가수 정태춘 박은옥 부부가 종합 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올 한 해 데뷔 40주년을 기념한다.

정태춘 박은옥 40주년 기자간담회는 7일 오전 서울시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정태춘은 데뷔 40주년에 대해 "특별한 소회는 없다. 난 노래 창작을 그만둔 지 이미 오래고, 음악 시장에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덤덤하게 소감을 밝혔다. 다만 정태춘은 "일을 벌이면서 만난 사람들, 팬들의 반응 등을 보면서는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를 오랫동안 진지하게 들어준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 1978년 '시인의 마을'로 데뷔한 정태춘은 서정성 짙은 시적 표현의 노래들로 대중의 정서에 깊은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그보다 1년 뒤인 1979년 가요계에 발을 들인 박은옥은 1980년 정태춘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후 정태춘 박은옥 부부는 듀엣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두 사람이 발매한 4지 앨범 '떠나가는 배 / 사랑하는 이에게'와 5집 앨범 '북한강에서'는 100만장 이상 판매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시대정신을 담은 정태춘의 음악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정태춘은 우리나라 최초로 음반사전심의제도 철폐를 위한 비합법 음반 '아, 대한민국'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출시, 비합법 투쟁을 벌였고 위헌 판결에 따른 폐지를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럼에도 정태춘 박은옥 부부는 한동안 가요계를 떠났다. 그 이유에 대해 정태춘은 "내 고민을 앨범에 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고민에 대한 피드백이 없었다"며 "내 생각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가면서 낙관적인 상황 인식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세계 문제, 인간의 문제 등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대중의 관심과 취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됐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가요계를 떠나 자신만의 예술활동을 펼쳐왔던 정태춘은 "노래를 창작하지도 않고, 활동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사진을 찍고 가족 공연을 했다. 그리고 붓글씨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필법이나 서예를 공부한 사람은 아니지만, 제 글씨를 쓰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는 정태춘 박은옥의 노래 전반을 재조명할 뿐만 아니라, 그간 정태춘이 펼친 다방면의 예술 활동을 담아낸다. 정태춘은 "40년 전체를 결산하면서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는 생각하지 못 했다. 주변 지인들이 데뷔 40주년을 그냥 지나가면 안 된다고 해, 현재 예술가들에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을까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전국 투어 콘서트, 새 앨범 '사람들 2019' 발매, 전시회 '다시, 건너간다', 정태춘 시집과 가사 모음집, 음악 평론집 출간, 한국대중음악학회 포럼 개최, 아카이브,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등 다양한 형태로 오는 2020년까지 진행된다.

그 중 40주년 기념 앨범 '사람들 2019'에는 신곡 '외연도에서'를 비롯해 최근 시사적인 이야기를 담아 가사 작업을 새롭게 한 '사람들 2019', 지난 1월에 만든 최신곡까지 정태춘의 40년을 돌이켜볼 만한 곡들을 수록했다. 정태춘은 앨범 콘셉트에 대해 "딸이 이야기하기를 늙은 목소리로 젊은 시절 노래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앨범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

정태춘 박은옥은 아직 작업을 채 마치지 않은 신곡 '외연도에서'와 '연남, 봄날'을 공개했다. 통기타 반주 위에 나이가 든 정태춘의 중후한 목소리가 더해진 두 곡에는 그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났다.

정태춘 박은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40년 간의 활동을 돌아보고, 현재를 살고 있는 대중과 소통할 예정이다. 이에 박은옥은 "열심히 활동하지 않은 두 사람은 오랫동안 기다려줬던 분들께 뭔가를 선사할 수 있는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며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에 대한 다짐을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